중국 후공정 조정 시 공급망 재편 가능성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SK하이닉스가 국내 생산거점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가운데, 중국 충칭 후공정 공장 매각설까지 불거지면서 생산거점 재편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HBM을 비롯한 차세대 메모리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한편, 중국에서는 범용 낸드플래시 후공정 거점을 조정하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생산 기반이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Y2 팹에 35조2000억원, 청주 M17 팹에 19조1000억원 등 총 54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용인 Y2는 HBM을 포함한 차세대 D램 생산 거점으로, 청주 M17은 낸드플래시 생산 기반으로 활용된다.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당초 2045년으로 예정됐던 완공 시점을 2033년으로 12년 앞당기고, 총 4기의 팹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대응해 국내 전공정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투자로 풀이된다.
반면 중국 충칭 공장은 매각설이 흘러나왔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자문사들과 충칭 공장 지분 처리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충칭 공장은 2014년 7월 양산을 시작한 중국 내 낸드 후공정 거점이다. 매각이 현실화할 경우 공장 가치는 약 30억 달러(약 4조2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중국계 펀드와 현지 반도체 업체 등이 잠재적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지분 전량이 아닌 일부만 매각하고 잔여 지분을 유지하는 방안도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재 논의가 초기 단계인 만큼 실제 거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시장에서는 충칭 매각설을 기점으로 SK하이닉스의 생산 거점 재배치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 달러(약 5조2000억원)를 투자해 HBM 등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028년 하반기 양산이 목표다. HBM 생산과 연계된 첨단 패키징 시설을 미국에 구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에서도 청주캠퍼스에 2028년 가동을 목표로 첨단 패키징 공장 P&T7을 건설하고 있다. 범용 제품 후공정은 기존 거점을 활용하면서도, AI 메모리와 같은 고부가 제품의 첨단 후공정은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확대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중국 생산거점에 대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낮추는 동시에, AI 메모리 공급망을 고객 접근성이 높은 한국과 미국에 집중하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미·중 갈등과 반도체 수출통제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중국 내 생산자산을 어떻게 가져갈지 여부가 향후 공급망 전략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HBM을 중심으로 고객이 원하는 물량과 시점에 맞춰 공급하는 능력이 중요해지면서 생산거점의 위치 자체가 경쟁력의 일부가 되고 있다"며 "중국 생산거점을 어떻게 가져갈지는 아직 지켜봐야 하지만, 한국의 전공정과 미국의 첨단 후공정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구성하는 방향은 앞으로도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