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관련 기업,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의 규제 강화와 사업 차질 우려
[녹색경제신문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11월 3일 수요일 실시된 2026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미 하원과 상원에서 모두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자 미국 월스트리트 증권가가 일제히 반등을 보였다.
이튿날인 4일, 공화당을 대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선거 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한다고 밝히고, 앞으로 공화당은 민주당 주도의 상・하원 의원들과 협력할 여지가 많다고 덧붙여, 사실상 이번 중간선거 경합을 마무리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패배 인정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미국 월가 증시는 리테일과 금융 업종을 선두로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 다. 미국 동부 시간 기준 4일 오후 1시 11분, S&P 500 지수는 1.8%, 다우존스 인더스트리얼 애버리지는 2.9%, 나스닥 종합 지수는 2.1% 인상했다. 종목 별로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지원 산업 영역인 태양광 신재생에너지 업계, 대형 및 할인 염가 소비자 리테일 업계, 의료・보건 및 제약업계가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빅테크를 비롯한 테크 업계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정책적으로 강력히 지원해 온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약세를 보였다. 브렌트유 국제 가격은 한 달 만에 배럴당 미화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이스라엘-이란 전쟁 이후 호황을 누렸던 글로벌 석유 기업들의 주가도 5% 이상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패배로 엑손모빌, 코노코필립스 등 글로벌 석유기업의 주가가 일제히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 일가가 관여하는 소셜미디어 기업 트럼프 미디어 앤 테크놀로지 그룹(TMTG, 트루스 소셜의 모회사)도 리스크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며 주가가 하락했다. 암호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CoinDesk)‘는 미국 시간 5일 새벽, TMTG가 보유 중이던 시가 미화 3억 4,367만 달러(우리 돈 약 4,613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 4,259개를 암호화폐 거래소 크립토닷컴(crypto.com)으로 이체했다는 소식을 보도하고, 시장이 트럼프 가의 향후 암호화폐 전략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그런데도 미국 증시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이유는 무엇일까? ⟪뉴욕타임스⟫지 11월 4일 자 기사에 따르면, 미국 증시는 대통령 선거나 중간선거 직후 약 한 달 동안 상승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승리한 당이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관계없이 과거 선거 때마다 반복돼 온 불편의 패턴이다.
반대로 개표 결과가 막상막하여서 승패 판정이 늦어지거나 후보 간의 투표 결과 분쟁이 장기화되면 증권가 투자업계는 이를 불확실성으로 인식하고 증권시장이 하락세로 접어든다.
그런 점에서 이번 중간선거 결과가 빠르게 확정된데 따른 증시 상승은 투자자들이 일단 안심했음을 알리는 단기적 심리 신호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속한 패배 인정이 미국 증권시장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선거에서 승리한 후보나 정당이 증시에서 선전할 종목 및 기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단순한 심리적 신호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선거 결과로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승인한 미국 내 AI 인프라 개발 사업, 특히 클라우드 컴퓨팅 지원을 위한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며, 증시에서도 AI 업계의 장기적 투자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표출됐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 신규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데 반발한 다수 유권자들의 지지가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 후보들의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도 이 우려를 부채질한다.
이를 반영해 최근 급성장하며 월가에서 촉망받아 온 코어위브(CoreWeave), 어플라이드 디지털(Applied Digital), 네비우스(Nebius) 등 신흥 클라우드 컴퓨팅 스타트업들의 주가가 3% 안팎 하락했다. 이들 기업들은 재정이 탄탄하고 이미 다수의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에 비해 영업 부채 비중이 과하게 높고 과잉 주문 수주 상태라는 점에서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된 때문이다.
빅테크도 영향을 받았다. 1995년 이래 지난 30년 동안 공화당이 집권해 온 텍사스 주에서 민주당 출신 주지사가 선출되자, 친기업 성향의 텍사스로 본사를 이전한 일런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추진해 온 AI 인프라 허브 구축 사업도 강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반도체 칩 업계의 총아 엔비디아의 주가도 1.8% 하락하며 S&P 500 지수 시가총액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재선 이후 머스크를 선두로 정치적 제휴 노선을 공화당 지원 쪽으로 전환한 아마존, 메타,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오픈AI 등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도 남은 트럼프 임기 동안 민주당이 주도된 보다 더 엄격한 규제, 사업 타당성 및 투명성 조사, 신규 사업 확대 저지 압력 등으로 고전할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민주당이 상・하원 장악함에 따라 녹색 신재생에너지 종목의 주가 반등은 확실시된다. 태양광 기업 퍼스트 솔라(First Solar)와 엔페이즈 에너지(Enphase Energy)의 주가는 10% 안팎 대로 급등했다.
전통적으로 보건 및 복지 분야의 예산 편성과 법제에 주력해 온 민주당 의원들은 우선 트럼프 재임 전반기 동안 삭감된 연방 보건복지 예산과 식료품 할인 구매권(푸드스탬프) 지급제를 복원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소비자 리테일과 의료・제약 업계 기업들의 주가도 함께 올랐다.
미국 현지에서 사업을운영하거나 미국 시장으로 수출하는 우리나라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이번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놓고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반도체와 자동차 부문에서 미국 현지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대기업들은 관세 및 세제 혜택 제도 변경 가능성에 대한 채비를 서둘러야 하는 한편, 양당 정치를 초월한 전략 업계의 조선, 방산, 에너지 인프라 부문 기업들 — 한화 그룹, HD 현대, 삼성중공업, 두산 에너빌리티 등 —은 새 양당 정책 환경 속에서도 선전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