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K팝에 맞춰 춤추던 로봇에게, 외국 아이 하나가 다가가 안겼다. 이 산업의 새 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이 지난 23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몰 영화관 '리얼시네마'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갤럭시 로봇 아레나 두바이'를 공개했다. 극장을 통째로 로봇 공연장으로 바꾼, 세계 최초의 시네마형 로봇 아레나다. 27일 정식 개장한다.
두 달 전 뉴욕에서 먼저 신호가 왔다. 지난 9월19일 타임스스퀘어에서 로봇 17대가 플래시몹을 벌였고, 21일에는 유엔 '세계 평화의 날'에 맞춰 록펠러센터에서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와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춘 군무를 선보였다. 최용호 갤럭시코퍼레이션 대표는 당시 미국 어린이들의 반응이 특히 좋았다고 전했다. 록펠러센터 무대에는 최 대표 자신의 얼굴을 본뜬 로봇 '스코필드 스타인'도 함께 섰다.
아이가 로봇을 안는 장면이 낯설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지난 13일 서울 강동 로봇파크에서 사람을 품에 안아주는 '허깅 로봇'을 공개했다. 포옹은 이 회사가 의도적으로 설계해 넣은 기능이다.
기존 아이돌 산업은 사람의 몸과 목소리, 그리고 나이·건강·사생활이라는 한계 안에서 움직였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이 두바이와 뉴욕에서 보여준 건 그 한계 밖의 시장이다. 로봇은 은퇴하지 않고, 스캔들도 없다. 대신 사람이 가진 서사와 온기가 없다. 그 빈자리를 메우는 실험이, 서울 강동 '갤럭시 로봇파크'에서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매출 2989억원, 영업이익 125억원. 2019년 설립된 이 회사는 지드래곤 소속사이자 '피지컬:100' 제작사로 출발해, 로봇 엔터테인먼트로 사업을 넓혔다. 강동 로봇파크는 지난 8월 문을 열었고, 두바이가 그 다음 거점이다. 회사는 연내 홍콩·도쿄·싱가포르로, 뉴욕에도 상설 공연장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 확장은 상장과 맞물려 있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원래 코스닥 상장을 준비했지만 최근 미국 기업공개까지 모든 방향을 열어놓았다. 올 상반기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 부회장이 직접 회사를 찾았고, 연말이나 내년 초 미국 상장 주관사를 선정해 공개할 계획이다. 미국 상장에 성공하면 국내에는 한국주식예탁증서(KDR)를 올릴 방침이다.
물론 이 베팅이 이미 증명된 것은 아니다. 두바이는 첫 해외 거점이고, 로봇파크도 개관한 지 석 달이 채 안 됐다. 영업이익 125억원짜리 회사가 겨누는 건 조 단위 자본시장이다. 아이가 로봇을 안았다고 해서, 그 로봇이 곧바로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포옹은 신호였다. 사람이 아닌 것에게 아이가 먼저 마음을 연 순간, 엔터산업의 다음 문이 조용히 열렸다.
이충진 기자 ho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