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뒷談] 삼성전자 '107조 어닝 컨콜'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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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뒷談] 삼성전자 '107조 어닝 컨콜' 그 후…
  • 정창현 기자
  • 승인 2026.11.02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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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 등 구체성 없는 컨퍼런스콜 주주 실망감
화살은 삼성 내 특정 조직에...증여 시점 뒷말까지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분기 영업이익 107조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삼성전자가 3분기 컨퍼런스콜 이후 주주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주주환원을 포함한 전체적인 IR 내용이 모호했다는 이유였습니다. 특히 주주환원과 관련해서는 키옥시아 투자 수익까지 특별배당으로 돌려주겠다고 한 SK하이닉스와 달리, 구체적 숫자 없는 불확실성만 남겼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8일 3분기 실적발표 및 컨퍼런스콜을 통해 60조원 규모의 추가 주주환원을 내놨습니다. 3분기 배당은 주당 2만원으로, 이 가운데 1만원이 키옥시아 투자 성과를 나누는 특별배당입니다. 새로 사들이는 자사주 중 10조원은 전량 소각하기로 했고, 곽노정 사장이 직접 나서 전략적 투자의 결실은 대부분 주주와 나눈다는 원칙을 설명했습니다. 컨콜 내용에 힘입어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10.89% 뛰었습니다.

다음날 삼성전자도 총 30조원, 주당 4601원의 3분기 배당을 결의했습니다. 하지만 연간 환원 규모는 8월에 밝힌 90조~110조원 그대로였고, 남은 55조~75조원을 배당과 자사주에 어떻게 나눌지는 2027년 1월 말 이사회에서 정하겠다고 했습니다. 환원 규모가 확정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자사주 매입 시 우선주 비중을 더 늘릴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면서 불확실성만 남겼습니다. 3개월 전에 발표한 내용에서 아무 진전이 없었던 셈입니다. 이 같은 실망감으로 인해 장 초반 24만9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컨퍼런스콜이 시작된 오전 10시 전후로 고꾸라졌고, 결국 4.13% 내린 23만2000원에 마감했습니다.

주주들이 실망한 첫 번째 포인트는 환원의 규모입니다.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삼성전자가 약 254조원으로 SK하이닉스(약 181조원)보다 약 70조원 넘게 많습니다. 그런데 연간 환원 규모는 두 회사 모두 100조원 안팎입니다. 누적 영업이익 대비로 보면 삼성전자는 35~43%, SK하이닉스는 55% 수준입니다. 더 많이 벌고도 훨씬 덜 돌려주는 셈입니다.

주주들이 실망한 두 번째 포인트는 구체성 없는 모호한 컨콜 내용이었습니다. 컨콜 이후 삼성전자 주주 커뮤니티에는 "삼성전자가 IR을 이렇게 어이없이 하다니 믿을 수가 없다"라는 반응이 올라왔습니다. 익명의 한 주주는 "참여한 임원은 구체적 숫자 없이 다 형용사로 일관했다"며 "말하는 걸 보니 뭘 해내겠다는 의지가 안 보인다"고 토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업황의 지속성을 결정하는 장기공급계약(LTA)이 언제까지, 얼마나 체결됐는지조차 두루뭉술했다"는 불만도 나왔습니다. 일부 주주들은 "SK하이닉스와 달리 CEO도 참석하지 않았고, 시장의 최대 관심사인 주주환원 대신 하만 관련 질문이 나왔다"며 질의응답이 사전에 검열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제기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은 지난해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139기 해군사관후보생 임관식'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사진=연합뉴스]

직전 분기와 비교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또 다른 주주는 "지난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는 메모리 담당 임원이 구체적인 설명으로 호평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형용사 위주로 일관했다"며 비판했습니다. "최근 실적발표 때마다 주가가 내린다"며 "잠정실적 발표 때 한 번, 확정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또 한 번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11월 안에 임시 이사회를 소집하는 방안 등 적극적인 주주소통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이런 뒷말이 커진 데는 공교로운 일정도 한몫했습니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은 오는 12일 이재용 회장에게 삼성전자 보통주 1115만8000주를 증여할 예정입니다. 상장주식 증여세는 증여일 전후 각 2개월의 평균 주가로 매겨지는데, 이번 증여의 평가 기간은 내년 1월 12일까지입니다. 삼성전자가 구체적인 환원안을 내놓겠다고 한 1월 말 이사회는 공교롭게도 그 직후입니다. 주가가 오를수록 증여세 부담도 커지는 시기에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숫자를 하나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두고, 주주 커뮤니티 일각에서는 두 사안을 연결 짓는 시각이 나옵니다. 

이 같은 의심은 삼성전자 내 특정 조직으로까지 향하고 있습니다. 이를 오너가 직접 지시했다기보다는, 위에서 시키지 않은 일까지 먼저 헤아려 움직이는 이른바 '알아서 기는' 문화가 문제라는 겁니다. 인사와 경영진단 기능을 쥔 특정 조직이 오너 일가의 증여가 걸린 민감한 시기를 의식, IR에 나선 임원들이 주가를 자극할 만한 구체적인 숫자는 아예 꺼내지 않도록 했다는 주장입니다.

일부 주주들은 '비선실세'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이 조직이 삼성전자 지배구조 디스카운트의 근원"이라고 성토하고 있습니다. 물론 증여와 IR을 연결 짓는 시각도, 특정 실이 개입했다는 주장도 모두 주주들의 추정일 뿐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고, 회사 측의 공식 입장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러한 의심이 나올 정도로 이번 삼성전자 컨콜에 대한 주주들의 실망감이 매우 컸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분기마다 열리는 컨퍼런스콜은 회사가 시장과 직접 마주하는 거의 유일한 정례 창구입니다. 실적 숫자 자체는 공시만으로도 알 수 있는 만큼, 주주들이 이 자리에서 기대하는 것은 그 숫자 너머의 설명과 방향입니다. 경영진이 무엇을 확신하고 무엇을 약속하는지, 듣고 판단하는 자리라는 의미입니다.

이번 컨퍼런스콜을 두고 쏟아진 비판도 결국 환원 규모 몇조원의 문제라기보다, 그 창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실망에 가까운 것으로 읽힙니다. 증여 시점이나 특정 조직을 겨냥한 의심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런 해석이 주주들 사이에서 힘을 얻는다는 것 자체가 삼성전자의 소통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무너졌다는 방증입니다. 삼성전자가 회복해야 할 것은 환원 규모에 대한 기대뿐 아니라 주주들이 의사결정 과정을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소통의 투명성이라는 점에서, 내년 1월 말 이사회가 갖는 무게는 한층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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