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S 2026서 계층형 메모리 비전 제시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SK하이닉스가 샌디스크와 함께 차세대 AI 메모리 기술인 HBF의 첫 표준 규격을 공개하며 '포스트 HBM' 시장 선점에 나섰다. AI 추론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용량과 대역폭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메모리 계층이 필요해진 만큼, 개방형 표준을 앞세워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4일 SK하이닉스는 샌디스크와 함께 차세대 AI 메모리 기술인 HBF(High Bandwidth Flash)의 첫 표준 규격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개막한 'FMS(Future of Memory and Storage) 2026' 일정에 맞춰 이뤄졌다.
HBF는 HBM과 SSD 사이에 위치하는 새로운 메모리 계층이다. DRAM 기반 HBM 수준의 높은 데이터 전송 성능과 낸드플래시의 대용량 특성을 결합해 AI 추론 환경에서 증가하는 메모리 병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규격은 지난해 양사가 표준화 협력을 시작한 데 이어 올해 2월 OCP(Open Compute Project) 산하 HBF 컨소시엄을 출범한 지 약 6개월 만에 나온 첫 성과다. 당시 양사는 HBF를 AI 추론 시대를 위한 새로운 메모리 카테고리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새 표준은 낸드 다이를 8단과 16단으로 적층하는 두 가지 구성을 정의했으며 최대 512GB 용량을 지원한다. 대역폭은 Grade 1~3으로 구분해 약 0.4TB/s에서 최대 3.0TB/s까지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프로세서와 HBF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로 업계 표준인 UCIe(Universal Chiplet Interconnect Express)를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GPU와 CPU 등 서로 다른 칩렛 기반 프로세서에도 유연하게 연결할 수 있도록 해 특정 업체에 종속되지 않는 개방형 생태계 구축을 노렸다.
표준에는 인터페이스 규격과 전기적 특성, HBF 적층 공정의 신뢰성 기준, 패키징 가이드, 소프트웨어 사용 지침 등도 포함됐다. 규격은 OCP를 통해 공개돼 다양한 업체들이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 표준으로 운영된다.
업계에서는 HBF가 HBM을 대체하기보다 보완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AI 모델이 거대화될수록 GPU 내부 HBM만으로는 모델 파라미터와 KV 캐시를 모두 수용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HBF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용량을 크게 늘리면서 GPU 가까이에 데이터를 배치할 수 있어 AI 추론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학계에서도 HBF를 활용한 GPU 아키텍처가 처리량과 전력 효율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F 생태계 확대에도 속도를 낸다. 현재 컨소시엄에는 구글과 텐스토렌트가 참여하고 있으며 향후 더 많은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해 사실상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겠다는 전략이다. HBM 시장에서 초기 기술 우위를 확보했던 경험을 HBF에서도 재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FMS 2026에서는 HBF 외에도 AI 시대 메모리 전략을 공개한다.
행사 첫날인 4일(현지시간) 김천성 솔루션개발 부문장과 강욱성 차세대 상품기획 담당은 '에이전틱 AI 시대, 계층형 메모리에 기반한 AI 인프라의 효율적 구현 방안'을 주제로 키노트 연설에 나선다. 단일 메모리만으로는 AI 인프라의 요구를 충족하기 어려운 만큼 HBM과 HBF, D램, SSD 등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메모리를 계층적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시스템 아키텍처의 필요성을 제시할 예정이다.
오는 6일(현지시간)에는 구글 딥마인드와 샌디스크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패널 토론에서 'HBF로 메모리 월을 넘다(Breaking the Memory Wall with High Bandwidth Flash)'를 주제로 AI 메모리 구조 변화와 HBF의 역할을 논의한다.
전시 부스에서는 차세대 10세대(V10) 375단 4D 낸드도 처음 공개된다. 이 제품은 이전 세대 대비 전력 대비 성능을 2.5배 높였으며, SK하이닉스는 내년 초 이를 기반으로 한 고성능·고용량 eSSD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김천성 SK하이닉스 부문장은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데이터 처리 구조 전반의 재설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HBF를 통해 메모리와 스토리지 간 경계를 확장하고, 시스템 전반의 효율을 높이는 새로운 아키텍처 구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