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R로 2.5% 희석해놓고…원론적 얘기만 나열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SK하이닉스가 지난 29일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이하 컨콜)을 열었는데요. 컨콜이 끝나고 주주들로부터 "이게 세계 톱급 회사 맞냐"는 핀잔을 들었습니다. 왜 유독 SK하이닉스가 도마에 올랐는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실적만 놓고 보면 SK하이닉스는 '역대급' 성적을 받았습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79조3187억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영업이익률 76%), 순이익 93조9226억원(순이익률 118%)을 기록했거든요.
순이익률 100% 초과로 판 것보다 남긴 게 더 많고,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무려 122조7080억원. 단일 분기 기준 국내 기업 역사상 최대 기록입니다. 순이익 절대액에서도 삼성전자를 제쳐버렸죠.
그런데 이 화려한 성적표에도 SK하이닉스 주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우선 본업 지표가 시장 눈높이를 살짝 밑돌았습니다. 에프앤가이드 기준 2분기 컨센서스는 매출 84조원, 영업이익 64조원 수준이었는데, 실제 성적은 매출도 영업이익도 여기에 조금 못 미쳤거든요.
그런 와중에 순이익이 저렇게 튄 건 '투자 대박' 덕분이었습니다. 2분기 영업외손익 항목에 투자자산 관련 손익이 63조2700억원이나 잡혔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입니다. 2018년 베인캐피털과 손잡고 3조9000억원 가량을 넣었던 투자가, 상장 이후 몸값이 폭발하면서 초대박이 난 거죠.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에서 실제로 회수한 자금이 누적 40조원 안팎에 이른 것으로 추정합니다.
바로 여기가 아쉬움의 핵심입니다. SK하이닉스는 "본업은 컨센서스를 살짝 밑돌았지만 투자로 천문학적 이익을 챙겼고, 그것을 주주들을 위해 쓰겠다"는 서사, 즉 잘 풀기만 하면 대단히 근사한 이야기를 손에 쥐고 있었거든요. 막대한 투자 수익을 활용해 시장에 얼마든지 긍정적인 신호를 던질 수 있었던 셈이죠.
하지만 SK하이닉스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한 개인 투자자는 "순이익이 93조로 뛰고 키옥시아로 어마어마한 실탄까지 생겼으면, 이 돈을 어떻게 주주와 나눌지만 제대로 얘기했어도 좋았을 것"이라며 "시장에 충분히 어필할 수 있었는데 그런 종합적인 고려 없이 오전 이벤트 하나 그냥 날린 셈"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같은 실망감에 SK하이닉스 컨콜을 두고는 "세계 톱급 회사가 PPT 띄워놓고 애들 프로젝트 발표하듯 건성건성 했다", "ADR 핑계로 너무 무성의했다", 급기야 "재래시장 상인회 같았다"는 등의 원색적 반응까지 나왔죠. 발표가 무성의했는지 아닌지는 듣는 사람마다 판단이 갈릴 수 있습니다만, 시장의 실망감이 상당했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모든 실망감의 진짜 뇌관은 결국 '주주환원'이었습니다.
투자자들이 유독 SK하이닉스에 날을 세운 데는 그럴 만한 사연이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나스닥 ADR(주식예탁증서) 상장을 하면서 자기주식이 아니라 '신주 발행' 방식을 택했거든요. 규모는 기존 주식의 약 2.5%(최대 1779만 주). 이걸 새로 찍어내는 바람에 기존 주주 지분율은 약 2.44% 낮아지고, 주당순이익(EPS)도 약 2.51% 희석되는 것으로 계산됐습니다.
기존 주주 입장에선 '주당 가치 희석'이라는 확실한 비용을 치른 셈이니, "그만큼 우리한테 돌려줄 것도 있겠지"라고 기대하는 게 당연했죠. SK하이닉스 스스로도 ADR 상장 당시엔 "구체적인 주주환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던 터라 기대는 더 컸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날 컨콜에서 주주환원 질문이 나오자, 답은 원론적인 이야기로 흘렀습니다. 회사 측은 "미래 투자와 재무 건전성, 주주가치 제고 사이에서 균형 잡힌 자본 배분이 목표이고, 여러 방식의 추가 주주환원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ADR 공모와 관련한 규제·절차상 제약 탓에 지금 시점에서 새 중요 정보를 더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발을 뺐습니다. "검토 중"이라는 말만 남기고 정작 손에 잡히는 카드는 끝내 내놓지 않은 겁니다.
문제는 이 컨콜이 열린 타이밍입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불과 한 달여 만에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나 있었거든요. 6월 25일 298만7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찍었던 SK하이닉스는 컨콜 당시 130만원대까지 밀리면서, 세 달 전인 4월 말 수준으로 되돌아갔죠. 주주들이 SK하이닉스 컨콜에서 시장에 긍정적 시그널이 나오기를 간절히 바랐던 이유입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 투자 수익으로 얻은 이익을 주주환원에 쓰겠다는 식의 '감동 서사'를 풀어냈다 하더라도, 시장의 하락세를 막아내기는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은 그 거대한 하락장 속에서 자신들을 위로해 줄 하나의 시그널을 기다리고 있었을 겁니다. SK하이닉스는 그 간절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한 투자자는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삼성전자든 SK하이닉스든 천문학적인 돈을 벌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그 이익을 주주와 나누며 시장에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보일 때"라고요. 주가가 고점 대비 반토막 난 국면에서 주주환원 메시지가 제대로 안 나오면, 자칫 회사가 주가엔 관심 없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겁니다. 적어도 "우리 회사 적정 가치는 우리가 지키겠다"는 정도의 제스처는 당연히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거죠.
물론 컨콜의 만족도라는 건 지극히 주관적입니다. 발표가 밋밋했다고 해서 그게 곧 실적이나 펀더멘털의 문제를 뜻하는 건 아닙니다. SK하이닉스의 본업 경쟁력과 키옥시아 투자 회수 성과 자체는 누구도 토를 달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한 달 만에 주가가 반토막 나 주주들이 신음하는 국면에서, 시장은 숫자만큼이나 '이 회사가 주주를 어떻게 대하는가'를 눈여겨봅니다.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화려한 성적표가 자칫 '이렇게 벌면서 왜 주주에겐 인색하냐'는 서운함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는 셈이죠.
SK하이닉스는 이번 컨콜에서 두 번 다시 나오기 힘든 이야깃거리를 손에 쥐고도 그냥 흘려보냈다는 뼈아픈 뒷말을 남겼습니다. 실탄을 두둑히 챙긴 SK하이닉스가 하반기에 과연 어떤 주주환원 카드를 꺼내 들지, 이번 컨콜이 남긴 진짜 관전 포인트입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