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전략자산 중동으로 옮겨가는데...'파병 시 대북 안보 위기' 우려도
미 정보당국 "이란 신정독재 공고화" 경고했지만...정권교체 관심 없는 트럼프
[녹색경제신문 = 김지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언급하며 미국 이란 전쟁 개입과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각계 각층에서 개입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6일 민주노총, 한국노총, 참여연대, 경실련 등 주요 노동, 사회단체들은 미국 이란 전쟁 파병에 반대 목소리를 개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각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다음날 17일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승려들 또한 전쟁 참전 반대를 위한 오체투지 순례를 진행했다. 같은 날 정의당 권영국 대표는 청와대 앞에서 파병 반대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대구, 대전, 광주에서도 한국군 호르무즈 해협 파병 반대를 주장하는 기자회견과 시위가 잇따랐다.
여당 일각에서도 파병 반대에 동참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이기헌 민주당 의원은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파병 반대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고, 이용우 의원 또한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명백한 반대 입장을 개진하는 SNS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신중론으로 나서고 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병을 요청한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거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일본조차도 부정적 입장이 팽배한 것 같다”며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수석은“이미 한국은 미국을 위해 베트남 전쟁에 참가했고, 중동의 여러 차례 미국 주도 전쟁에 재정적 지원, 전투병력 지원을 진행한 바 있다. 우리는 일방적 시혜 관계가 아닌 서로 존중하고 배려해야 하는 동맹관계이다”라는 입장을 덧붙이기도 했다.
주한 미군 전략 자산도 빠져나갔는데...대형 함정까지 보내면 ‘대북 안보 공백’
군사 전문가들 또한 현재 아덴만에 파견되어 있는 청해부대를 포함한 한국의 주력함들은 당장 위험 지대에서 독자적인 작전활동을 벌이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지스 구축함 한두 척이 작전을 하는 상황이라고 해도, 이에 동반하는 소해정, 대 드론 전력이 모두 정비되기 전까지는 파병에 위협이 크다는 지적이다.
당장의 대북 안보 공백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주한미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사드(THAAD·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이 중동으로 이전된 상태에서 북한은 14일 동해상에서 탄도미사일 10여발을 발사하는 등 도발의 수위를 높혀가고 있다. 북한이 자행하는 대부분의 국지적 도발이 해상에서 진행되는 만큼, 요격체계를 갖춘 주요 구축함 전력이 미국의 요구로 이탈하는 것은 위험을 초래한다는 우려 또한 커진 것이다.
미국 정보당국에서도 “때릴수록 민주적 정권교체 가능성만 위축” 경고했지만...이란 독재정부 교체에 관심 없는 트럼프
16일 영국 매체 ‘텔레그레프’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과 분석가들은 이란 공격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추가적 공습과 무력행사가 오히려 이란 혁명수비대와 차기 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신정 독재 정권을 결집시키고 공고히 만들 것”이라는 보고를 전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역효과를 인지한 채로 공격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 또한 16일자 기사로 전쟁 자체가 조기에 종식된다 하더라도 외세 개입으로 인한 독재정권의 내부 결속력 강화로 인해 민주정부 수립은 어려울 것이라는 이란 연구자들과 미 당국 전문가들의 입장을 소개했다. 15일 이란 독재정부 당국은 “미국에게 폭격 지점을 알려준 스파이”라는 혐의로 수십 명의 민주화운동가들을 체포하며 외세 개입을 오히려 독재 강화에 악용하는 ‘적대적 공생관계’의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정권 교체의 열망과는 거리를 두며 이란 신정 내의 내부자들과 소통하는 데 더 집중하는 모양새이다. 16일 레자 팔레비 왕세자는 '과도기 정의 규정 제정 위원회' 설립을 발표하며 정권 교체를 준비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팔레비 왕자보다는 이란 내부의 온건 세력과 대화하는 것이 더 낫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 악시오스를 포함한 여러 언론사들은 오히려 스티브 윗코프 미 중동 특사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간의 직접적인 소통이 재개되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김지문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