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란 반정부 시위’의 성격은 무엇인가... ① "낡은 ‘친미 VS 반미’ 구도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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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이란 반정부 시위’의 성격은 무엇인가... ① "낡은 ‘친미 VS 반미’ 구도를 넘어"
  • 김지문 기자
  • 승인 2026.01.23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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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보수 진영 모두 '이란 시위'에 대한 해석 모두 '개입 찬·반, 미국' 시각 중점으로 치우쳐
이란 반정부 시위 핵심은 외세가 아닌 '바자르 파업'..."경제 실패에 대한 상인, 중산층, 노동자의 저항"

[녹색경제신문 = 김지문 기자] 3주째 이어지고 있는 이란 반정부 시위는 과연 '친미 대 반미'의 구도로만 해석할 수 있을까.

23일 대학생 단체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이란의 반정부 시위를 “방화·살인·무장공격이 동반된 국가 전복형 폭력 사태”로 규정하는 입장을 연일 공개해 화제가 되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은 23일 12시 “이란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가 종료되었다. 이란 정부 측에서는 이 시위를 미국·이스라엘이 개입한 외부 음모이며, 국민의 단결과 보안군의 강경 대응으로 이를 저지했다고 밝혔다”라며 “이란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 서구 주요 언론에서 보도한 대로 퍼뜨린 국내 언론은 반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 SNS를 통해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15일 “이란 곳곳에서 시위대의 방화와 무장 공격 등 폭력이 이어졌음에도 국내 언론은 왜곡된 보도만 일삼고 있다. 이들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진연은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운동권, 재야 세력이 연합해 그해 조직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즉 전대협, 한총련, 한대련 계열의 역사적 전통을 이어간다고 평가받는 조직이다.

하지만 현재 원내외 민주·진보정당들의 입장은 대진연과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지난 16일 민주당 주도로 ‘이란 민주화 시위에 대한 이란 정부의 무차별적 강경 진압을 규탄하고 이란 국민의 생명과 인권 보호 및 국제 사회의 책임있는 대응을 촉구하기 위한 결의안’이 대표 발의했다. 해당 결의안에는 민주당 의원 65명, 국민의힘 소속 의원 6명, 조국혁신당·사회민주당 7명이 참가했다. 결의안을 발표한 의원들은 “대한민국은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을 통해 국가 폭력의 참혹한 결과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몸소 경험한 국가로서, 현재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결코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다”며 국제 사회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했다.

진보당 대변인실은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란 내 국가와 정부간의 정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생겨난 유혈사태가 빨리 대화를 통해 종료되고, 정부가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평화적인 해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복잡한 중동정세 속에서 이를 빌미로 외세가 군사적 개입에 돌입하겠다 시사하는 지점은 반대한다”라며 대화를 통한 국내적 해결과 제3국 군사 개입에 대한 우려 등의 입장을 전했다.

기본소득당 대변인실은 <녹색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너무 많은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희생에 대해 애도한다”며 “이란의 민주화 투쟁에 대해 지지하고 무력 진압, 민간인 살상 등이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며 시위대에 대한 발포를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정의당은 14일 논평을 통해 "이란이 불타고 있다. 2025년 12월 말 인플레이션과 물가 폭등으로 시작된 이란 시위가 신정 독재체제의 종식과 독재자 알리 하메네이의 퇴진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며 "정의당은 이란 민중의 민주화 투쟁과 자결권을 지지하며, 이란 정부의 시위대 강경 진압에 상당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의 개입을 통한 신정 체제 붕괴는 이란 민중을 위한 해답이 될 수 없다. 구 왕실의 복귀도 마찬가지"라고 외부의 군사개입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정치권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기존 언론에서도 현재의 이란 사태를 외부자적인 입장으로 바라보며 나름의 해석을 내리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17일 “[특파원 리포트] 이란 사태 외면하는 한국의 진보”라는 칼럼을 내며 이란 신정독재에 침묵하는것이 진보 진영의 위선이라며 지적한 바 있다. 한겨레는 14일 “이란 ‘주적’ 이스라엘도…미국의 ‘이란 공습’ 만류“라는 보도를 내며 이란 정부의 학살을 비판하면서도 미국의 개입에 대한 신중론을 전했다. 동아일보는 19일 "“범죄자 트럼프” vs “병든 인간 하메네이”… 이란 사태 정면 충돌" 이라는 제목으로 시위대와 정부의 구도를 친미와 반미의 갈등으로 정리하기도 했다.

이렇듯 기존의 진보·보수 진영의 언론 구도, 나아가 한국의 정치 지형 내에서도 해석은 분분하지만. 이러한 해석 모두의 핵심에는 외부적 시각, 특히 미국에 방점이 찍혀있었다. 대부분의 정치, 언론, 시민사회는 외부의 개입 유무와 시위대를 지지하는 외국 세력의 성격, 국제사회의 행동 등 이란 내부보다는 외부적 상황을 설명하며 지지 혹은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이란 사회와 정치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단순한 진보·보수, 친미·반미 프레임을 넘어 시위를 촉발시킨 원인과 내부 역학을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 이란 시위 ‘친미 VS 반미’ 프레임으로 볼 수 없어...핵심은 상인, 중간계층의 '경제 파업’


김혁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는 ”현재 상황을 ‘트럼프가 군사 개입을 보류했다’는 사실과 ‘이란의 시위가 소강 상태다, 안정 국면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을 엮어서 평가하는 시각은 지나치게 다른 양쪽을 짚고 있는 것“ 이라며 단순 외부자나 미국의 개입 유무 여부로 이란 사태를 평가하는 진보, 보수 양측의 입장을 경계했다.

김 교수는 현재 이란 시위를 미국, 혹은 외부의 개입이 아닌 바자르 상인들과 중산층, 청년 등 내부의 역학관계의 동력으로 발생한 시위라고 해석했다. 김 교수는 ”서방의 제재가 오랫동안 이어진 이란에서 바자르 상인들이란 단순히 시장 상인을 넘어 한국의 대형 유통업체, 기업체들과 비슷한 위상의 상인 계층으로 보아야 한다“며 ”이번 시위는 전자제품이나 컴퓨터 전자제품, 자동차 부품, 철강 제품을 취급하던 바자르 상인들이 리알화의 가치 폭락과 정부의 경제실패로 인해 국가의 유통 공급망, 소위 말하는 SCM이 중단된 상태에 분노해 나선 파업에서 촉발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란 바자르 상인들의 파업에 노동자, 청년층, 중산층이 합세하며 시위는 급속하게 확대되었고, 이를 이란 정부가 강경 진압하며 시위가 일정 부분 소강상태로 접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위가 벌어졌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였던 바자르 상인들의 파업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시위가 끝났다고 해서 소위 말하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며, 이란 전체의 유통망을 담당하는 바자르 상인들과 중산층의 파업은 계속 장기화되고 있다. 이러한 시위의 근본 동력과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개입을 연결해서 보는 시각은 이란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현 언론 보도에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②, ‘이란을 보는 관점, 내부역학으로 바라보다’ 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지문 기자  po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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