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정리 넘어 회생 지원까지…정부, 제도화 방향 모색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정부가 금융 취약계층 구제를 위한 ‘배드뱅크(부실채권 처리기구)’ 설립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강조한 상생금융 기조가 제도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연체채권 처리 문제를 은행권이 공동으로 떠안을지 주목된다.
10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배드뱅크는 금융권 내 부실채권(NPL)을 모아 정리하거나 장기 연체 차주를 구조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이다. 국내에선 2009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중심으로 한 일회성 프로그램이 가동된 이후 사실상 유야무야된 상태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들어 배드뱅크 설립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최근 금융사 부실채권 보유 현황과 소각 여력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공동 책임 구조’에 대한 기초 검토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정부는 가계부채 연착륙과 금융 양극화 완화를 국정 과제 최우선 순위로 삼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약한 금융 약자를 끝까지 보호하는 것을 과제로 삼고 금융 공공성 강화를 지속 주문해왔다. 은행권에선 이 같은 기조가 배드뱅크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비용 부담이다. 배드뱅크 설립이 본격 추진될 경우, 주요 시중은행들이 자금을 공동 출연하거나 연체채권 일부를 시장가 이하로 넘기는 방식이 불가피하다. 이는 곧 은행의 재무 건전성 저하, 순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일부 시중은행은 상생금융 기조에 맞춰 채무조정 및 연체부담 완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확대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024년 9월,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에 맞춰 여신관리부 산하에 ‘개인채무조정전담팀’을 신설해 채무조정 절차를 체계화하고, 취약 차주의 재기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연체 고객이 이자를 납부하면 납부 금액만큼 원금을 자동 감면해주는 ‘연체이자 원금상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이를 통해 자발적 상환을 유도하고 연체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선 “배드뱅크 논의가 자칫 상생금융을 강제적 분담 구조로 왜곡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치적 명분은 충분하지만, 실무적 설계가 미흡하면 기존 채무조정 제도와의 중복, 도덕적 해이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배드뱅크를 단기 부실청산 수단이 아닌, ‘금융 생태계 복원 기제’로 본다는 입장이다. 캠코, 서민금융진흥원 등 공적 기관과 민간은행이 공동 참여하는 형태로, 실질적인 회수 가능성과 차주 회생 가능성을 기준으로 선별 적용하겠다는 복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생금융은 단순한 시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구조를 설계하겠다는 방향”이라며,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사회적 책무 강화와 함께 제도적 인센티브도 병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출연액에 대한 세제 감면, 부실자산 비중 조정 혜택 등이 논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배드뱅크가 단순한 정책 수단을 넘어, 은행권이 ‘사회적 책임 금융’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본다.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려면 연체자 재기 가능성 검토, 금융교육 병행 등 입체적 접근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