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비 외 통상임금 범위 확대...직원 급여 체계 변화
- 다른 시중은행 대응 방향 관심...KB·신한·하나은행 선택의 기로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우리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통상임금 고정성 폐지에 따른 급여체계 전면 개편에 나섰다. 지난해 말 11년 만에 뒤바뀐 대법원 통상임금 판례를 반영한 첫 사례로, 명절 상여금과 집단성과급 최저 지급 비율 등이 모두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KB국민·NH농협·신한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이 같은 길을 택할지 아니면 독자적 대응책을 마련할지 금융권 전반의 향방이 주목받는 모양새다.
9일 우리은행 및 우리은행 노동조합에 따르면 이달 초 2분기 노사협의회를 통해 통상임금 기준 변경을 포함한 10개 항목의 노사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이번 합의로 기존 기본 연봉과 중식대, 교통비만 포함됐던 통상임금에 명절 상여금, 집단성과급 최저 지급 비율, 근로자의날 축하금, 창립기념일 축하금 등이 추가로 포함된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자리하고 있다. 통상임금 요건이던 정기성·일률성·고정성 가운데 고정성 기준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재직 조건이나 근무 일수 조건이 붙은 정기 상여금까지 통상임금에 포함됐다. 2013년부터 11년간 현장에서 적용되던 기준이 바뀌면서 금융권 전반에 임금체계 재편 압박이 가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로 우리은행의 인건비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분석한다. 우리은행 직원 평균 연봉이 약 9800만원 수준임을 고려할 때, 통상임금 확대로 인한 연장근로수당, 야간수당, 휴일수당 등 법정수당이 모두 상향 조정되기 때문이다. 다만 구체적인 증가 규모는 개인별 직군, 성과 등급, 지점별 차이로 정확한 산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은행 사측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노조에서 사측과의 협의를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직원들의 통상임금 범위 확대를 통해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조의 노력"이라며 "소급 적용을 통해 원래 지급하지 않았던 것을 추가로 지급하는 것이니까, 임금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제 다른 금융기관과 시중은행들의 대응이 초점이다. 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 등 대부분 시중은행 역시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아 왔다. 기업은행 통상임금 소송에서 대법원이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는 등 통상임금 고정성 폐지 영향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어 각 은행의 대응 방식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당장 올가을 임금협상을 앞둔 시중은행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통상임금 범위와 임금체계 개편을 둘러싼 진통이 예고된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조건부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때 대기업의 55.3%가 5% 이상의 임금 상승을 예상한다고 답했다. 통상임금 고정성 폐지에 따라 전국적으로 연간 6조 7889억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총 보고서도 나온 상태다.
고용노동부는 "노사 간 성실한 협의를 통해 합리적 방향으로 정비하도록 지도"하는 방침을 제시한 바 있다. 우리은행이 실제 현장에서 노사협의를 통한 해결 방안을 제시했지만, 다른 시중은행들이 같은 방식을 택할지는 미지수다.
은행권 관계자는 "통상임금 기준 변경이 11년 만의 대폭적인 법적 변화인 만큼 각 은행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 주목된다"며 "우리은행처럼 노사협의를 통한 해결 방식이 확산할지, 아니면 각자 다른 방식을 택할지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통상임금 발 임금 인상을 합리적 수준으로 관리하고, 임금체계 개편을 서두를 수 있게 금융권 노사는 물론 당국이 머리를 맞댈 때가 됐다는 지적이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