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여러차례 국내 은행들 금리 인상 단행
가계대출 잔액, 8월에만 6조원 이상 증가
"은행에만 잘못을 돌리는 것은 난센스"
[녹색경제신문 = 강기훈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여러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은행들을 질타했다. '쉬운 금리 인상'이 가계대출을 잡을 순 없다는 논리에서다.
은행권은 주택담보대출의 최장 대출기간을 축소하는 등 추가적인 대응에 나섰다. 한편으로는 대출 잔액이 불어난 진짜 책임은 정부에 있지 않냐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최근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것에 관해 "개입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고 질타했다.
이 원장은 "연초 은행들이 설정한 스케줄보다 가계대출이 늘었는데, 이에 대한 대응으로 금리를 올리면 돈도 많이 벌고 수요를 누르는 측면이 있어서 쉽다"며 "저희가 바란 건 쉬운 금리 인상이 아닌 미리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국내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에 나설 것을 촉구하자 여러차례 금리를 인상해왔다. 그럼에도 가계대출 잔액이 불어나자 금감원장이 직접 나서서 은행을 비판한 것이다.
실제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7월 말 기준 주담대(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59조7501억원으로 집계돼 6월 말(552조1526억원)과 견줘 7조5975억원 급증했다. 또, 이달 22일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이 565조8957억원으로 나타나 7월 말 대비 6조1456억원 증가한 것을 보면 금리 인상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8월까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이미 은행이 자체적으로 수립한 연간 경영계획을 초과한 상태다. 우리은행의 경우, 연초 경영계획 대비 376.5%나 폭증해 목표치인 150.3%를 훌쩍 초과했다.
당국의 서슬퍼런 비판에 은행들은 추가적인 조치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29일부터 수도권 소재 주담대 최당 대출 기간을 현행 5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한다. 또, 신규 주택 구입 대출 시 1년, 생활안정자금 대출 시 3년 이내로 운영중인 거치기간 또한 없앤다.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갚는 기간이 사라지는 것이다.
신한은행도 지금까지 허용했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과 플러스모기지론을 중단한다. 우리은행은 내달 2일부터 다주택자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최대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할 예정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행동에 나서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당국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가계대출이 불어난 책임을 전적으로 은행으로 돌리는 것을 잘못된 처사라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금리를 올리지 말고 수요를 잡으라는 것인데, 이는 쉬운 게 아니다"라며 "일부 은행에서 거치기간을 폐치하는 조치를 내놨는데, 금리 말고는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2개월이나 늦춰서 시행하는 등 정부의 정책이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줘 가계대출이 불어났다"며 "은행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포트폴리오를 잘못 관리했다고 운운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도 "정부 정책은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가져야 한다"며 "초기에는 구매자들에게 내집마련하라며 집값의 90%까지 대출해주더니 지금은 은행의 배만 불리는 엇방자 정책을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업계에서 터져나오는 불만대로 집값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주 서울 아파트 값이 0.28% 오르며 22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2단계 스트레스 DSR이 도입되기 전 대출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은행에 몰려들고 있다.
한편, 당국은 추가 대출 규제를 예고했다. 현행 주담대뿐만 아니라 전세대출과 정책자금 주담대에도 DSR 규제를 적용하는 등 DSR 규제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