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 "외국 관광객에 '망신살'"..."시정 필요"
중구청, "지속 관리 해오고 있다...다만 강력한 조치는 '민원' 통해야"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서울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남대문시장은 외국인이 즐겨 찾는 여행지로 손꼽힌다.
특히 남대문시장이 위치한 숭례문 인근은 조선 후기부터 상권이 성립됐던 곳이며, 지난 1964년에 주식회사가 공식 설립된 이후 무려 6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한 남대문시장은 갈치조림골목 및 국수골목 등 다양한 먹거리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남대문시장 내 국수골목이 위생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망신살’이라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남대문시장 국수골목을 직접 방문해 현장을 둘러봤다.
국수골목은 그야말로 입구부터 인산인해였다. 어느 집에 가야 할지 고민할 틈도 없이 ‘국수집 이모들’의 호객이 빗발쳤다.
그중 가장 여유로워 보였던 집을 방문했다. 자리에 앉고 보니, 해당 국수집 사장님은 미디어에서 여러 차례 방문해 취재했던 유명한 사장님이셨다.
빠른 주문과 계속해서 댕겨 앉으라는 이모님의 강요가 있었지만, 소(小)자 서비스 비빔냉면이 포함된 ‘보리밥+칼국수’ 세트가 9000원인 것은 요즘 같은 ‘면플레이션(면+인플레이션)’ 시대에선 감동이 아닐 수 없었다.
다만 눈앞에 광경을 보면 음식을 도저히 즐길 수가 없었다. 눌어붙은 음식 찌꺼기와 얼룩들이 조리대에 가득했으며, 설거지하는 바닥에는 쓰레기가 뒹굴었다.
국수에 들어가는 유부, 당근 등 조리 직전 손질된 부재료는 투명한 위생봉지가 아닌 마트용 봉투에 담겨있었다. 비빔밥 재료는 이모님이 손에 고무장갑을 낀 채로 담아낸다. 삐져나온 삶아진 국수면도 고무장갑으로 밀어 넣는다.
맛있는 음식은 신선한 재료가 선행돼야 한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맛’은 있었다. 다만 외부에서 간간이 보이던 외국인은 당시 국수 골목에서만큼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기자는 시장 내 외국인 관광객에 국수골목에 대한 인상에 대해 물었다.
그는 “서울 여행을 한지 10일째가 됐다”며 “그간 한국은 어디를 가도 먹거리가 깨끗해 보였는데 국수골목에서는 식사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남대문시장은 서울 중구청 관할 구역이다. 중구청 산하 위생과가 국수골목을 비롯한 시장 내 위생 관리·점검 등을 담당한다.
중구청은 그간 민원접수가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질문에 “구에서 정기적으로 현장 관리를 하고 있고, 민원이 접수돼 이를 구청에서도 인식하고 있었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장조사에 나가고 시정조치를 여러 차례 했으나, 워낙 운영주분들이 자신의 신념이 있고 역사와 전통이 있다 보니 단번에 변화하긴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구청은 관리 및 위법 여부 판단에 있어서 식품위생법을 따른다는 설명이다.
현행 식품위생법 제1장 제3조 ‘식품 등의 취급’에 따르면 누구든지 판매(판매 외의 불특정 다수인에 대한 제공을 포함)를 목적으로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채취·제조·가공·사용·조리·저장·소분·운반 또는 진열을 할 때에는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해야 한다. 이어 영업에 사용하는 기구 및 용기·포장은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다뤄야 한다.
하지만 위법행위가 눈으로 봐도 명백하더라도, 구청은 정기적으로 현장 관리를 하고 있으며 적극적 조치를 내리기 위해선 ‘민원’을 통한 방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중구청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구청에서 민원이 접수되면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며 “민원을 통해 위법 여부 및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구청에서도 보다 강력한 시정조치 영업중단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구는 외국인 방문객의 성지로 볼 수 있는 명동 인근에 위치할 뿐더러, 숭례문을 방문하는 외국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국민이 방문해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여행지라면, 외국인의 눈에는 어떻겠는가?
외국인 인바운드 여행객을 늘리려는 정부의 큼직한 포부보다도, 각 부처가 여행객이 마주하는 순간의 기본적인 '위생'과 '쾌적함'에 더욱 주의를 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