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사회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동덕여대 학생들의 공학 전환 반대 시위다. 계속된 시위로 학교측과 학생들 모두 몸살을 앓고 있지만 양측의 간극이 근시일내에 좁혀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 또 다른 곳에서 해당 사건이 화제를 몰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해당 시위를 언급하며 ‘여대는 안뽑으려고 한다, 거르려고 준비 중이다’ 등의 자신의 회사 채용 과정에서 여대 출신을 이유로 지원자를 뽑지 않는다는 내용의 게시글이나 댓글이 게시되기 시작한 것이다. 소속 회사의 분야도 다양하다. 반도체, 배터리 회사 등 다양하지만 기사에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몇몇 글과 댓글들은 ‘내용이 사실이 맞냐며 해당 기업을 고용노동부에 성차별로 신고하겠다’는 댓글이 달리자 삭제된 상태다. 이후 해당 글들은 SNS에서 빠르게 공유됐고 노동부에 해당 회사를 신고했다는 신고 인증 글이 연잇고 있다.
이런 글은 이번 사건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이른바 넥슨의 ‘집게손’ 논란당시 동일한 커뮤니티에 ‘여대 출신은 이력서도 안본다’ 등의 댓글로 인해 노동부에는 약 3000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그 당시 언급됐던 몇몇 기업의 경우 실제 노동부가 실태조사에 나섰다. 이후 고용노동부는 해당 회사에 대한 근로 감독을 한 결과, 실제 채용과정에서의 성차별 등은 없었던 걸로 결론냈다. 채용 과정에서 여대 출신 지원자나 여성에 대한 차별 정황 등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설명이다. 언급됐던 회사들 중 일부는 서류 심사와 면접 과정에서 출신 학교는 제외하고 평가하는 '블라인드 채용' 제도를 채택한 회사였다. 실체 없는 댓글로 인해 노동부의 조사까지 들어간 셈이다.
채용 과정에서의 성차별은 명백히 법을 위반하는 행위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해서는 안되며, 위반시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블라인드라는 커뮤니티는 명함 등을 통해 자신이 재직 중인 회사를 인증해야 회사 소속으로 글을 작성할 수 있기 때문에 익명 커뮤니티라 하더라도 해당 소속은 노출된다. 그럼에도 사실도 아닌 오히려 회사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허위사실을 담은 글을 쓰는 심리는 사실 일반적인 시각에서 이해하기는 조금 어렵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사회의 갈등의 한축인 ‘젠더갈등’을 빼놓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동덕여대 학생들이 시위를 통해 원하는 바가 왜곡되어 전달되고 또 이를 빌미로 ‘여성은 안뽑는다’는 ‘여성혐오’로 표출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한편으로는 가짜뉴스에 대한 경각심이 낮은 사회 분위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첨언했다. “그런 발언들이 따지고 보면 가짜뉴스인데 소속이 노출되는 커뮤니티에서도 그런 댓글을 단다는 것은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한 경각심이 낮은 탓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블라인드는 투명한 소통을 위해 지속가능한 조직문화를 위한 커뮤니티라는 것이 본래 취지였다. 일이 안풀릴 때 한풀이도 하고 가끔은 상사 흉도 털어놓는 소통공간이 된 것이 블라인드가 직장인의 인기 커뮤니티로 자리 잡은 비결 중 하나였다.
그러나 비단 해당 공간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틀린 소속감으로 책임지지도 못할 거짓에 불과한 글과 댓글은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시간과 비용까지 소모케하고 더 나아가서는 신뢰까지도 잃게 만든다. 당사자가 글을 쓸 때 느끼는 희열감 말고 회사를 포함해 그 누구도 득 보는 쪽이 없는 게 현실인 것을 깨달아야 한다.
[녹색경제신문 = 조아라 기자]
조아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