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이 싱가포르 리츠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아시아 최대 시장진출을 통해 해외 대체투자 역량을 키우기 위한 전략이다. 넘어야 할 산은 먼저 현지에 진출한 이지스자산운용이다. 시장 선점을 두고 펼쳐질 두 회사 간의 경쟁 구도에 대한 관심이 모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3월 싱가포르 리츠 운용사 ‘메뉴라이프 US 리얼에스테이트 매니지먼트(MUSREM)’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MUSREM은 캐다다계 금융그룹 메뉴라이프파이낸셜 계열 리츠 운용사로 2016년 싱가포르거래소(SGX)에 상장한 ‘메뉴라이프 US 리츠(MUST)’를 운용하고 있다. MUST는 미국 뉴저지, 워싱턴 D.C 등에 위치한 12개 우량 오피스(클래스 A)를 주요 자산으로 편입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가치는 약 2조4000억원, 시가총액 7000억원 수준으로 미래에셋운용은 MUSREM 지분 100%를 인수한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3위 리츠시장으로 아시아에선 일본 다음으로 크다. 싱가포르리츠협회(REITAS)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시장 규모는 775억 달러(약 100조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한국 리츠시장 규모는 60억 달러에 그친다.

시장은 2002년 출범 이후 빠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7%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러면서 전체 주식시장 중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늘어났다. 미국 2.3%, 일본 2.2% 등과 비교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이다.

싱가포르 정부 역할이 컸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은 이해충돌이 발생하거나, 리츠관리자나 스폰서보다 투자자 이익을 우선 처리하는 방향으로 리츠 지배구조를 개편해 왔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연평균 배당률은 7.6%를 기록했다. 싱가포르 국채 10년물 수익률 3.1%의 두 배다.

국내 거래소에 상장한 싱가포르 리츠 상품도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싱가포르리치 ETF(상장지수펀드)’는 연초 이후 10.85% 수익률을 거뒀다. 전체 12개 상장 리츠 중 가장 높다. 

펀드는 싱가포르 거래소 상장 리츠 중 최근 12개월 기준 배당수준이 높고, 재무안정성이 우수한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도 31.58%로 우수한 편이다.

이런 배경에 가장 먼저 시장선점에 나선 곳은 이지스자산운용이다. 지난 2020년 현지법인 이지스아시아를 설립하고 이듬해 1400억원 규모의 첫 위탁 운용 펀드를 조성했다. 투자대상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 데이터 센터 개발사업이다.

투자자들의 높은 수요에 지난 2월 현지법인은 국내 데이터 센터 개발을 위한 1900억원 규모의 위탁운용펀드를 추가 조성했다. 지난해 말에는 아시아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를 첫 설정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운용은 현지법인 인수를 통해 이러한 이지스와의 격차를 좁힐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포르를 비롯한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16개 해외 지역에 진출한 그룹사 네트워크는 이지스와 차별화된 강점으로 꼽힌다.

최창훈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는 "싱가포르 리츠 운용사 인수는 미래에셋이 글로벌 투자전문 그룹으로서 추진해 온 글로벌 확장 및 미래 핵심사업 확보 전략이자 전 세계 다양한 우량자산에 투자하는 철학의 일환"이라며 "투자자들에게 경쟁력 있는 다양한 리츠 상품들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