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證, 미국 인수금융 시장 진출
신한證, 3200억원 규모 빅딜 주선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해외 인수금융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 M&A(인수합병) 시장 한계를 넘고, IB(기업금융) 사업 저변을 넓히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M&A 시장은 78조원으로 전년 대비 41%(56조원) 하락했다. 글로벌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경기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글로벌 시장도 흔들리긴 마찬가지였다. 시장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글로벌 M&A 시장은 작년 3조66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37%(2.3조 달러) 하락했다. 지역별로 미국 43%, 아시아 30%, 유럽 27%씩 내렸다.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으나 시장 전망은 밝다. 기업가치가 낮아지면서 인수를 위한 최적 시기가 도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가 글로벌 CEO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리더 60%는 올해 M&A를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삼정PwC경영연구원은 지난 3월 발표한 관련 보고서에서 “M&A는 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둔화되는 경향이 있지만 역설적으로 해당 시점이 매력적 벨류에이션에 따른 기업인수 최적 기회가 도래하는 시기”라며 “이에 따라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도 M&A가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연초 이후 금리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줄어든 점도 긍정적인 변수다. 그간 거래 상대방과 격차를 좁히지 못하던 금리 눈높이를 맞출 수 있게 되면서 잠들어있던 딜이 깨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은 최대 인수금융 시장인 미국에 뛰어들었다. 지난 1월 미국 금융사 ‘스티펄파이낸셜’과 현지 합작사를 세웠다. 조인트 벤처(JV) ‘SF 크레딧 파트너스’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분 75.1%, 스타펑 24.9%를 보유한다.
양사는 미국을 비롯해 국내, 아시아 시장을 함께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현지 당국으로부터 대출 인가 승인을 마치고 딜을 물색하고 있다. SF 크레딧 파트너스 대표는 한정희 한국투자증권 글로벌신사업실 상무가 맡고 있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스티펄과 합작을 통한 미국 인수금융 시장 진출 등 선진국 시장에 대한 진출을 본격화 하겠다”며 “그룹의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가 효과적으로 지원될 수 있게 하겠다”고 관련 시장진출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M&A 시장이 기지개를 켜기도 전에 해외 시장에서 ‘빅딜’을 주관하면서 주목 받는다. 지난 4월 회사는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KKR의 유럽 최대 자전거 제조사 ‘악셀그룹’ 인수금융을 대표 주관했다. 2000억원 규모의 선순위 물량은 국내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전액 셀다운했다.
같은 달 영국계 사모투자펀드 트라이튼이 인수한 의약품 플랫폼 기업 ‘클리니젠’ 인수금융을 대표 주관하고, 1200억원 규모 물량을 매각 완료하기도 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 현지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세일즈한 전략이 유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투자증권은 미국, 유럽 등 전세계 금융시장의 글로벌 M&A에 참여하며 국내 기관 중 가장 많은 글로벌 인수금융 시장 트랙 레코드를 쌓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글로벌 금리 인상 등으로 해외 인수금융을 비롯한 대체투자상품과 관련한 셀다운이 녹록치 않은 시장 환경이지만 투자자의 니즈에 부합된 차별화된 딜에 대한 꾸준한 수요를 확인했다”면서 “향후에도 국내 투자자들에게 우량상품 공급을 준비 중이며 이를 통해 글로벌 인수금융 탑티어 하우스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