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3구 하락 전환에도 서울 외곽·경기 남부 상승폭 확대
미·일 장기금리 상승, 국내 대출금리 끌어올릴 수도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 12.7%…"선별 지원·구조조정 병행"
[녹색경제신문 = 최정윤 기자]
대출 규제가 당분간 풀리기 어렵다는 신호가 중앙은행에서 나왔다. 한국은행이 12일 국회에서 집값 상승 기대를 꺾기 위해 지금의 정책 기조를 흔들림 없이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한 것이다.
정부가 8월 13일 내놓은 부동산 대책으로 강남 아파트값은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서울 외곽과 경기 남부로 번진 상승세와 이에 따른 가계대출 증가가 아직 잡히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12일 <녹생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은은 이날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업무현황 자료에서 "단기적으로 주택시장과 가계대출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다"며 "주택가격 상승 기대와 가계대출 증가세를 자극하지 않도록 일관된 정책 기조를 유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시행 중인 대출 총량 관리 등 규제를 느슨하게 풀어선 안 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집값 상승 기대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1년 뒤 집값 전망을 묻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지난 3월 97에서 5월 118, 6월 128, 8월 134로 다섯 달 새 급등했다. 이 지수는 100을 넘으면 집값이 오른다고 보는 사람이 내린다고 보는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다. 한은은 이런 기대 심리에 힘입어 수도권에서 중·저가 주택 위주로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역별 흐름은 엇갈렸다. 한은은 "서울 아파트 가격은 8월 이후 강남 3구가 하락세를 보였으나 외곽 지역에서 여전히 높은 오름세를 지속했다"며 "경기 남부 지역의 경우 상승 폭이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대책의 효과가 고가 지역에 집중되는 사이 매수세가 상대적으로 값이 싼 지역으로 옮겨간 셈이다.
수도권 거래량은 4월 이후 장기 평균을 웃돌다가 8월 대책 발표를 전후해 관망세로 돌아섰다. 이런 시장 상황을 반영해 금융권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 등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꾸준히 늘었다.
대출자들에게 더 직접적인 변수는 금리다. 한은은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 상승이 "향후 국내 금융시장 여건을 긴축시키고 주요 가격 변수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장기금리는 해외 금리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해외 금리가 오르면 국내 시장금리와 가계·기업의 대출금리도 따라 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증시도 안심하기 어렵다. 한은은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에 인공지능(AI) 투자 둔화 우려와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겹치면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성장 전망 자체는 양호하다는 게 한은의 평가다. 반도체 경기 확장세가 이어지고 소득 여건 개선이 소비 등 내수 전반으로 번지면서 견조한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회복의 속도는 부문별로 엇갈린다. 한은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일부 중소기업, 영세 자영업자 등의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소득이나 신용이 낮으면서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취약차주' 비중은 지난해보다 늘었고,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은 2023년 말 10.1%에서 올해 2분기 12.7%로 높아졌다.
한은은 금리가 오르는 과정에서 이들의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계하면서도, 경기 개선세와 금융기관의 복원력을 감안하면 금융시스템 전체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응책으로는 어려운 계층을 골라 돕는 선별 지원과 함께, 회생 가능성이 낮은 부문은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외환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봤다. 7월 이후 원화가 달러 등 주요 통화에 비해 크게 강세를 보이며 상반기 약세를 되돌렸고, 외화 유동성도 양호하다는 평가다.
다만 중동 사태 장기화와 미 국채금리 상승, 미 연방준비제도(Fed) 등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해서는 통화정책 효과 약화, 자본·외환 규제 우회 위험 등 거시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최정윤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