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WA 토큰화 시장 7월 기준 650억달러…채권·MMF 480억달러, 주식은 23억달러
법적 확실성·규제 명확성·상호운영성·가용 결제자산 등 4대 제약 해소 제언
서킷브레이커·유동성 보호장치 마련…전통 금융시장과 연계성 모니터링 강화
[녹색경제신문 = 최정윤 기자]
금융자산을 분산원장에 올리는 '토큰화'가 글로벌 금융안정 점검의 정식 의제로 올라섰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글로벌금융안정보고서(GFSR)에 토큰화를 별도 장으로 처음 담았고, 한국은행은 이를 국내에서 공동 소개하며 효율성 이면의 취약성에 대비할 안전장치를 함께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8일 <녹색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은행과 IMF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토큰화의 확대: 새로운 효율성과 취약성'을 주제로 GFSR 토큰화 챕터 공개 행사를 열었다. GFSR은 IMF가 세계 금융시스템에 쌓인 위험 요인을 점검해 해마다 봄(4월)과 가을(10월)에 내놓는 정례 보고서로, 토큰화가 독립된 챕터로 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는 권민수 한은 부총재의 개회사로 시작됐으며, 아타나시오스 밤바키디스 IMF 통화자본시장국 부국장이 좌장을 맡았다. 에밀리 곽 블랙록 디렉터, 벳쇼 마사키 일본은행 결제기구국 디지털화폐 담당 부국장, 윤성관 한은 디지털화폐실장 등이 패널로 참여해 제도화 방향을 논의했다.
토큰화란 금융자산이나 부채를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분산원장에 기록·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여러 중개기관에 흩어져 있던 기능이 하나의 원장으로 모이면서 거래 대사(reconciliation) 부담이 줄고, 투명성과 자동화 수준은 올라간다. 다만 네트워크 효과 탓에 원장에 얹히는 자산과 참여자, 결제수단이 많아질수록 편익과 위험이 나란히 커지는 구조라는 게 IMF의 진단이다.
IMF에 따르면 환매조건부채권(RP)과 스테이블코인을 뺀 토큰화 실물자산(RWA) 시장은 지난 7월 기준 약 650억달러 규모로 불어났다. 이 가운데 채권과 머니마켓펀드(MMF)가 약 480억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주식은 23억달러 안팎에 그쳤다. 시장이 미국에 쏠려 있는 데다 소재지를 공개하지 않은 발행자 비중도 적지 않아 규제 차익과 투명성 저하 우려가 제기됐다.
토큰화 주식시장을 들여다본 결과, 거래 시간의 제약이 사라지고 주식을 쪼개 보유할 수 있게 됐으며 온체인에서 가격 신호가 만들어지는 등 장점이 실제 데이터로 뒷받침됐다. 미국 시장에서는 거래량의 절반 이상이 정규장 바깥에서 체결됐고, 열 건 중 여덟 건꼴로 1주 미만 소수점 거래여서 개인 투자자의 진입 문턱이 낮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아직 시장이 작다 보니 전통 주식시장에 견줘 거래가 뜸하고 가격 출렁임은 컸으며 시장 쪼개짐도 심했다. 토큰화 시장의 변동성은 전통시장의 1.5배 수준이었고, 특히 탈중앙화 거래소에서 유동성 부족이 심하게 나타났다.
문제는 토큰화가 넓게 퍼진 뒤다. 두 기관은 유동성 부족, 시장 간 상호연계, 레버리지처럼 금융시장이 늘 안고 있던 약점이 이전과 다른 통로로 커질 수 있고, 여기에 스마트계약을 비롯한 기술·인프라 위험까지 겹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담보 관리와 청산이 자동으로 돌아가고 거래가 24시간 이어지면 위기 때 마진콜과 강제 청산이 순식간에 몰려 유동성이 마를 수 있다는 것이다. 토큰화된 RP·MMF를 담보로 돌려쓰는 일이 잦아지면 레버리지가 부풀고, 시장이 흔들릴 때 한꺼번에 차입을 줄이려는 압력도 그만큼 강해진다고 봤다.
당장은 토큰화 자산시장이 크지 않아 시스템 전체에 미치는 위험은 제한적이라는 게 두 기관의 판단이다. 그러나 확산이 본격화되면 금융시장 인프라가 버텨주는지, 법적 토대가 탄탄한지, 유동성과 위험을 제때 관리할 수 있는지가 금융안정을 좌우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한은과 IMF는 토큰화 시장의 지속 성장을 가로막는 △법적 확실성 △규제 명확성 △상호운영성 △가용 결제자산 등 네 가지 제약 요인을 선제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불필요한 제약을 걷어내는 기술중립적 접근이 전제다.
우선 토큰이 어떤 권리와 청구권을 담는지부터 발행과 상환에 이르는 자산의 전 주기, 그리고 국경을 넘는 거래에 적용할 규칙까지 법으로 못 박아 불확실성을 없애야 한다는 주문이다. 규제는 '동일 활동·동일 위험·동일 규제' 원칙 아래 토큰이 어떤 성격의 자산인지에 따라 해당 업권의 기존 규제를 그대로 적용해 규제 회피 여지를 없애고, 정책 샌드박스에서 규제안을 시험하면서 나라 간 기준도 맞춰가야 한다고 했다.
플랫폼이 서로 달라도 자산과 화폐가 끊김 없이 옮겨갈 수 있도록 결제체계의 공통 표준을 세워 시장 분절을 막고, 토큰화 증권의 결제에는 중앙은행 화폐처럼 안전하고 널리 통용되는 형태의 화폐를 쓸 수 있게 뒷받침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자산과 대금이 동시에 넘어가는 원자적 결제(atomic settlement), 담보 재사용, 경기순응적 디레버리징이 각각 유동성 사정을 어떻게 바꾸는지 따져보고 관리하라고 권고했다. 운영·거버넌스·인프라 위험과 외부 기술업체에 대한 관리 틀을 정비하고, 토큰화 거래 환경에 맞는 서킷브레이커와 유동성 보호장치를 갖추며, 전통 금융시장과 어떻게 얽혀 있는지 상시 들여다보는 체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도 토큰화 제도화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토큰증권 발행·유통을 위한 로드맵을 내놨고, 한은은 올해 4분기 중 예금토큰 기반의 '프로젝트 한강 2단계'를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권민수 부총재는 이날 개회사에서 "토큰화의 잠재적 편익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토큰화가 발생시키는 새로운 효율성과 취약성을 균형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빠르고 효율적인 금융 인프라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그 속도를 감당할 수 있는 건전성과 안전장치, 적시에 작동할 수 있는 정책체계를 함께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정윤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