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한투·KB 등 美법인 이익 확대…미래에셋도 핵심 수익 거점
리테일 대신 해외 투자자산 관리 중심…"경쟁사와 사업구조 달라"
철수보다 자문업 등 사업 확대…진승욱 체제 수익성 개선 시험대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미국 현지법인에서 이익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대신증권 미국법인은 설립 8년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경쟁사와 달리 리테일·홀세일이 아닌 해외 투자자산 관리에 초점을 맞춘 사업구조라는 게 대신증권의 설명이다. 다만 올해 상반기 손실이 전년 동기보다 확대되면서 장기간 이어진 적자를 끊고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설립 8년째 적자…상반기 순손실 35억→45억원
1일 대신증권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미국법인 Daishin America LLC는 올해 상반기 순손실 4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5억원보다 손실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 연간 순손실은 43억원으로, 올해는 반년 만에 지난해 연간 손실 규모를 넘어섰다. Daishin America는 2018년 6월 설립된 이후 아직 연간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미국 거점인 DaishinNY LLC도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순손실은 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625만원보다 크게 확대됐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75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미국법인에서 이익을 확대하고 있는 주요 증권사와 대비된다.
NH투자증권의 NH Investment & Securities America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 366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159억원보다 130%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의 Korea Investment & Securities America도 순이익이 13억원에서 36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KB증권의 KBFG Securities America 역시 46억원에서 66억원으로 증가했고 삼성증권의 Samsung Securities (America)는 14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미래에셋증권도 미국에서 높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Mirae Asset Securities (USA)는 지난해 순이익 1871억원을 기록해 전년 791억원의 두 배를 웃돌았다. 올해 2분기에도 전체 해외법인 세전이익 6091억원 가운데 미국이 3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법인은 국내 고객의 미국주식 거래를 연결하는 중간 브로커 역할을 하기 때문에 거래가 활성화될수록 현지법인이 가져가는 수수료 수익도 늘어난다"며 "IB 사업도 하고 있지만 미국주식 중개 수수료가 주요 수익원"이라고 말했다.
대신은 투자자산 관리 중심…"경쟁사와 사업구조 달라"
대신증권은 경쟁사와 미국법인의 역할 자체가 다르다는 입장이다.
Daishin America는 국내 투자자의 미국주식 거래를 직접 중개하거나 현지 리테일·홀세일 영업을 하는 법인이 아니다. 대신증권이 투자한 해외 부동산 등 에쿼티성 투자자산을 현지에서 관리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설립 당시에도 미국을 비롯한 해외 투자자산을 발굴·관리하고 대체투자 상품을 확보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제시했다.
국내 고객의 미국주식 거래는 Daishin America가 아닌 제3의 현지 브로커를 통해 이뤄진다. 대신 본사 차원에서는 미국 브로커리지 인프라 기업 알파카(Alpaca)와 크로스보더 사업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고 해외 투자자의 국내시장 유입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미국주식 거래 증가가 현지법인의 중개 수수료 수익으로 직접 연결되는 일부 대형 증권사와 대신증권의 실적을 단순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8년 적자에도 철수 선 긋기…"자문업 등 사업 확대"
증권업계에서는 해외법인이 현지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장기간 적자가 지속되면 사업구조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사업의 흑자전환에 정해진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상적으로 사업이 진행될 경우 통상 3~5년 정도를 수익화 목표로 두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한투자증권은 만성 적자를 기록했던 미국법인을 올해 키움증권에 넘겼다. 해당 법인은 2023년 16억4000만원, 2024년 4억8000만원, 지난해 16억90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최근 3년 연속 적자를 이어왔다. 키움증권은 이를 인수해 미국주식 직접 중개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모델을 바꾸고 있다.
대신증권은 철수보다 사업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신증권 측은 2018년 미국법인 설립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실질적인 사업 전개와 인프라 구축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팬데믹 기간을 제외한 실질적인 영업 기반 마련 기간을 고려하면 현재는 미국 시장 내 금융회사로서 입지를 강화해 나가는 사업 초기 단계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인 손익 평가에 치중하기보다는 미 동부 및 미주 시장의 회복세에 맞춰 자문업을 포함한 사업 영역을 단계적으로 확장하고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사업 축소나 철수보다는 현지 정착과 수익원 다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해외 부동산 등 투자자산 관리 비중이 높은 사업구조는 관련 시장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평가·손상 부담에 노출될 수 있다. 기존 자산 관리에서 자문업 등으로 수익원을 넓히려는 전략이 실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올해 3월 글로벌 사업 경험을 갖춘 진승욱 대표가 취임한 만큼 미국법인의 장기 적자를 끊어낼지도 관심사다. 대신증권이 철수보다 사업 확대를 선택한 가운데 진 대표 체제에서 미국법인의 수익구조를 얼마나 빠르게 다변화할지가 향후 성과를 가를 전망이다.
한편 대신증권은 뉴욕·도쿄·싱가포르를 해외 3대 거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본법인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 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억원보다 크게 늘어난 반면 싱가포르법인은 적자를 이어갔다.
정수진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