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기에 상장 늘려온 두 거래소, 회복장 맞아 승부수 통할까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비트코인이 3분기 들어 44% 급등하며 2024년 4분기 이후 최고의 분기 상승률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각종 악재를 뚫고 나온 강세라는 점에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4분기 실적 반등 기대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20일(현지시간) 기준 8만1162달러를 돌파하며 24시간 동안 6.65% 상승했다. 이로써 비트코인은 지난 20일로 끝난 주간에 45주 만에 처음으로 50주 이동평균선 위에서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약세장이 끝나가고 새로운 상승추세가 시작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확인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기준 최근 35일간 상승폭은 29%에 달했다.
특히 이번 상승세는 여러 악재를 거스르고 나타났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 1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3.75~4.00%로 0.25%포인트 인상했고, 이틀 뒤인 18일에는 일본은행도 정책금리를 1.25%로 올리며 글로벌 긴축 기조를 강화했다. 통상 이런 금리 인상은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비트코인은 오히려 인상 이후 랠리를 펼쳤다. 앞서 15일에는 미국 상원이 디지털자산 시장구조법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 처리를 위한 절차표결에서 찬성 50표, 반대 49표로 가결 정족수(60표)에 못 미쳐 부결되는 규제 악재도 있었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은 이런 부정적 이벤트들을 소화하며 오히려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블랙록의 IBIT를 필두로 한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유입 재개와, 약 3억달러 규모의 레버리지 숏포지션 청산이 상승을 이끈 배경으로 꼽힌다.
이런 강세 흐름은 이미 지난달부터 국내 거래소의 거래대금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 플랫폼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5대 거래소의 24시간 거래대금은 약 1조5153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1% 증가했다. 특히 업비트의 거래대금 증가가 두드러졌는데, 24시간 거래대금이 약 9587억원으로 한 달 새 92% 늘며 두 배 가까운 회복세를 보였다. 빗썸의 거래대금도 같은 기간 27% 늘어난 5184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회복세가 반갑게 다가오는 이유는, 업비트와 빗썸이 정작 극심한 침체기였던 상반기에도 손 놓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4~6월) 국내 5대 원화 거래소의 총 거래대금은 1464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2896억9000만달러) 대비 49.5% 급감했다. 실적 악화가 뚜렷했던 이 시기, 업비트와 빗썸은 오히려 원화마켓 신규 상장 종목을 이례적으로 늘리는 전략을 택했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집계를 보면 업비트의 거래지원 종목은 지난해 12월 말 301종에서 지난달 말 340종으로 39개 늘었고, 빗썸은 같은 기간 451종에서 474종으로 23개 종목을 추가했다. 신규 상장을 자제하며 '솎아내기'에 나섰던 중소 거래소들과는 정반대 행보였다. 여기에 업비트는 '해외 검증 코인' 편입을, 빗썸은 에어드랍을 앞세운 마케팅 화력에 집중하며 신규 이용자 유치에 공을 들였다.
당시엔 이런 공격적 상장이 침체된 거래대금을 방어하기 위한 고육지책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시장 전체가 살아나는 국면에서 이미 확보해둔 다양한 상장 종목과 이용자 기반이, 거래대금 회복의 속도를 한층 끌어올리는 발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업비트는 신규 상장 코인마다 입금·거래 이벤트를 진행해왔고, 빗썸 역시 유사한 방식의 프로모션을 이어왔다. 강세장에서는 이런 신규 상장 종목들이 가격 변동성과 함께 거래량 자체를 늘리는 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아, 침체기에 뿌려둔 씨앗이 회복장에서 더 큰 결실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거래소 수익 구조상 이런 거래대금 회복은 실적과 직결된다. 앞서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빗썸의 상반기 실적은 극명하게 갈렸는데, 시장 침체로 두 회사 모두 매출이 전년 대비 49% 안팎 줄어든 가운데 두나무는 순이익 1084억원 흑자를, 빗썸은 108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이는 거래 중개 수수료 감소라는 공통된 어려움 속에서, 고객예치금 규모 차이에 따른 이자수익 격차(두나무 808억원 vs 빗썸 175억원)가 갈랐던 결과였다. 두 회사 모두 코인 현물 중개 수수료가 '본업'인 만큼, 지금과 같은 거래대금 회복이 이어진다면 하반기 실적 개선 폭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런 회복세가 온전히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본격적인 강세장 진입에 확신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는 시각도 공존한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지난달 25% 급등해 8만1000달러대에 도달한 뒤 상당 부분을 반납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통상 9월 평균 3% 하락하던 계절적 흐름과 달리 이번엔 1.5% 하락에 그치며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3분기를 며칠 남겨둔 시점에서 44% 상승률로 마감이 유력한 만큼, 이 흐름이 4분기까지 이어져 침체기에 상장 확대로 승부수를 던졌던 두 거래소의 실적 반등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함께 거래대금이 회복되면서 거래소들의 하반기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침체기에도 거래지원 종목과 이용자 기반을 확대해온 대형 거래소들은 시장이 회복될 경우 거래량 증가 효과를 상대적으로 빠르게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상자산 시장은 가격 변동성이 큰 만큼 현재의 상승세가 지속될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거래대금이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데 그치지 않고 4분기에도 안정적으로 이어지는지가 거래소 실적 개선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