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통계상 전세대출 12개월 연속 감소…5대 은행은 이달에도 4118억 줄어
전입 의무·조건부 전세대출 금지…실거주 규제 한 축은 은행 창구
정부는 실거주 유예 1년 연장…"전세대출 규제·금리도 원인" 반론도
[녹색경제신문 = 최정윤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발언을 연일 비판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그가 '대참사'라고 부른 전세 감소가 은행 대출 통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은행권 전세대출은 1년째 줄었다. 전셋값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데 전세대출만 줄어드는 흐름이어서, 전세 거래 자체가 위축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거주 중심 규제의 한 축이 은행 대출 약정을 통해 집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과 서울시장의 책임 공방이 은행 창구의 숫자로 옮겨붙는 모습이다.
■ 오세훈 "이제 더 이상 참지 않겠다"
오 시장은 21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2026 서울 주택정책 성과공유회'에서 2022년 이후 서울의 인허가·착공이 줄었다는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을 '억지'라고 규정하며 '개탄'스럽다고 했다. 그동안은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처럼 비칠까 자제해 왔지만 "이제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도 했다.
전세를 직접 겨냥한 것은 이틀 전이다. 오 시장은 지난 19일 시사저널TV에 출연해 서울 전세난을 두고 "전적으로 대통령이 만드신 상황"이라며 "실거주 집착이 낳은 대참사가 전세 매물 실종"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세 물량이 사라지게 만든 것에 대해 책임지셔야 한다"고 했다. 18일 페이스북에도 "전세마저 씨가 말라가면서 서울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전세 제도를 두고 과거 '사라져야 할 제도'라고 말했느냐는 질문에 "사라질 것이라고 했지, 내가 언제 사라져야 한다고 했겠느냐"고 되물었다.
■ 전셋값은 최고치, 전세대출은 12개월째 감소
책임 소재와 별개로, 전세가 줄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은행 대출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21일 금융권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전세자금대출은 7000억원 줄어 작년 9월 이후 12개월 연속 감소했다. 잔액은 162조1000억원이다.
21일 <녹색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도 지난달 28일 기준 120조369억원으로 올해 들어 8개월 연속 줄었고, 이달 들어서도 18일까지 4118억원 더 감소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주택 관련 대출 전체가 2조8966억원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집을 사기 위한 빚은 느는데 전세를 얻기 위한 빚만 줄어든 셈이다.
전셋값이 오르면 전세대출도 느는 것이 통상적이다. KB부동산 기준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7억1178만원으로 1년 전보다 9.2%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대출이 줄어드는 것은 거래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한은도 지난 5월 전세대출 감소 배경을 두고 전세 가격은 오르지만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매물도 줄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573건으로 1년 전(2만3731건)보다 13%가량 감소했다. 중랑구(-70.4%), 동대문구(-69.9%), 구로구(-64.7%) 등 중저가 전세 수요가 몰리는 외곽 지역의 감소 폭이 특히 컸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세 거래 자체가 줄어든 데다 월세로 돌리는 수요와 금리 부담이 겹치면서 전세대출이 줄고 있다"며 "어느 한 가지 요인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세대출은 임대차 계약이 성사돼야 실행되는 만큼 잔액 감소는 신규 계약 위축을 뜻하고, 기존 세입자가 갱신하면서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면 잔액은 더 줄어든다.
전세난 속에 매수로 돌아서는 무주택자도 늘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집합건물의 생애최초 매수 등기는 9343건으로 전체 매수의 54%에 육박해,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 실거주 규제의 한 축은 은행 창구
오 시장이 말한 '실거주 집착'은 대출 창구와도 닿아 있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집을 사면 2년간 실거주해야 하는 데 더해,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6개월 안에 전입해야 하고 세입자의 전세대출로 매매 잔금을 치르는 조건부 전세대출도 막혀 있다. 매수자가 직접 들어가 살아야 하니 전세로 나올 물건이 그만큼 줄어드는 구조다. 은행은 대출을 내주는 데 더해 전입 여부를 사후에 확인하고, 약정을 어기면 대출을 회수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지난 4월 17일부터는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의 만기 연장도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국회 이양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행 이후 6월 말까지 은행권이 회수한 개인임대사업자 대출은 2038억원으로 만기 도래액(5676억원)의 35.9%였지만, 당국이 기대한 매물 출회로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오 시장은 대출 규제가 공급에도 부담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21일 성과공유회에서 정비사업 공사비가 3.3㎡당 519만원에서 808만원으로 약 56% 올랐다며, 여기에 대출 규제까지 겹치면 어렵게 되살린 정비사업의 동력이 다시 꺾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도 한발 물러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 무주택자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살 때 적용하는 실거주 유예의 신청 기한을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하고, 세입자의 갱신계약 기간도 유예 기간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입주를 최장 2029년 말까지 미룰 수 있다.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한 여당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 사이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지난달 164만1000원(한국부동산원)까지 올랐다.
■ "전세대출 규제·금리도 원인"…쟁점은 속도
다만 전세대출 감소를 실거주 규제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전세대출 자체를 조인 규제의 영향도 크다. 정부는 작년 7월 수도권·규제지역의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90%에서 80%로 낮췄고, 9·7 대책에서는 1주택자 전세대출 한도를 2억원으로 줄였다. 한은 통계에서 전세대출이 줄기 시작한 시점도 작년 9월이다.
한은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3.00%로 두 달 연속 올려 이자 부담이 커졌고, 서울 신축 입주 물량도 작년보다 크게 줄었다. 전세대출이 갭투자와 집값 상승의 연료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잔액 감소는 당국이 의도한 가계부채 감축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정윤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