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비과세는 2년 조기 종료…은행권 "청년층 중심 통장 포기 증가"
"당첨 가능성 하락이 원인…대출 규제는 직접 원인 아냐"
고시원 욕조·폐버스 이어 헛도는 처방…吳 "주거 사다리 놓아야"
[녹색경제신문 = 최정윤 기자]
정부가 청약통장에는 소득공제 영구화, 고시원에는 욕조 설치 허용이라는 카드를 잇달아 꺼냈지만 수요자인 청년·무주택자의 반응은 차갑다. 통장 가입자가 바라는 것은 세금 혜택이 아니라 당첨 가능성이고, 고시원에 사는 청년에게 아쉬운 것은 욕조가 아니라 최소한의 주거 여건이라는 점에서, 정책이 문제의 과녁을 비켜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8·3 세제개편안에서 정부는 주택청약종합저축 소득공제를 기한 없이 운영하기로 했다. 총급여 70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와 배우자에게 연간 납입액 300만원까지 40%(최대 120만원)를 공제해주는 제도로, 2028년 말 종료 예정이던 일몰을 아예 없앤 것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같은 개편안에서 청년 대상 혜택은 거꾸로 줄었다는 점이다. 청년주택청약저축 이자소득 비과세는 당초 2028년 말까지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종료 시점이 올해 말로 2년 당겨졌다. 소득공제는 영구화하면서 청약 당첨이 가장 어렵다고 지적받는 청년층의 비과세 혜택은 조기에 거둬들이는 엇갈린 행보다.
26일 <녹색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세제 혜택을 늘려도 가입자 이탈은 멈추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집계 기준 7월 말 청약통장 가입자는 2577만3825명이다. 지난해 말 2618만4107명에서 일곱 달 동안 41만282명이 빠져나갔고, 2022년 6월의 정점 2859만9279명과 비교하면 282만명 넘게 줄었다.
특히 당장 청약 자격을 갖춘 1순위 가입자가 지난해 말 1705만5826명에서 7월 말 1653만7678명으로 51만8148명 감소해 전체 감소 폭을 웃돌았다. 같은 기간 2순위는 10만7866명 늘었다. 오랜 납입으로 1순위 요건을 채운 가입자들이 통장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그간 청약저축 금리를 세 차례 올리고 소득공제 한도를 확대했으며 미성년자의 납입 인정 범위도 넓혔지만 감소세를 되돌리지 못했다.
이탈의 배경으로는 높아진 청약 문턱이 첫손에 꼽힌다. 지난해 서울 분양 단지의 평균 당첨 가점은 65.81점까지 치솟아 2020년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약 가점은 무주택기간(최고 32점), 부양가족(35점), 통장 가입기간(17점)을 합쳐 84점 만점으로 매겨진다. 무주택·가입 기간이 짧고 부양가족이 없는 청년·1~2인 가구로서는 당첨권 진입 자체가 어려운 셈이다.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주택 청약시장은 수도권과 지방에서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다"며 "수도권은 입지가 양호한 서울을 중심으로 청약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인 반면, 지방은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둔화됨에 따라 청약경쟁률이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주택청약저축 가입자가 감소세를 보이는 배경도 차별적"이라며 "서울은 청약시장 과열로 가점제 최저 당첨점수가 60점(84점 만점)을 상회하는 단지가 많으며, 이로 인해 청약 당첨 가능성이 낮아짐에 따라 청약 포기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층이 청약가점제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청년층을 중심으로 청약저축통장을 포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강화된 대출 규제가 이탈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는 진단도 내놨다. 해당 관계자는 "대부분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수도권에서는 분양주택에 당첨되더라도 대출규제로 인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나, 청약저축 가입자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는 판단되지 않는다"며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의 경우 LTV 규제는 40%가 아닌 70% 기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방은 사정이 또 다르다. 이 관계자는 "지방은 미분양 단지가 증가함에 따라 청약통장을 계속 유지할 동기가 부족하다"며 "향후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둔화된다는 점이 청약통장 가입자 감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수도권에서는 당첨문이 좁아서, 지방에서는 당첨될 이유가 없어서 통장을 내려놓는 흐름이 겹치고 있다는 것이다.
통장을 떠난 돈이 향하는 곳도 뚜렷하다. 또 다른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분양가 상승과 당첨점수 상승 등으로 청약제도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든 데다, 주식시장 활황으로 청약계좌 해지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당첨 기대가 꺾인 자금이 통장에 묶여 있는 대신 수익을 좇아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입자 이탈은 서민 주거정책의 돈줄 문제로 이어진다. 주택도시기금은 국민주택채권 판매액과 청약통장 납입금을 밑천으로 삼아 공공임대 건설, 정비사업 융자, 서민 주거비 대출 등을 뒷받침한다.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늘수록 기금 곳간도 얇아지는 구조다. 그런데 기금이 감당해야 할 몫은 오히려 불어나고 있다. 정부의 8·13 주택 신속 공급 방안은 정비사업 융자 한도 상향과 융자 금리 인하, 청년 전세임대 지원 두 배 확대 등 기금을 동원한 지원을 대폭 늘렸다. 들어오는 돈은 줄어드는데 나갈 곳은 늘고 조건은 후해지는, 수입과 지출이 반대로 움직이는 형국이다.
청년 주거의 다른 현장에서도 헛도는 처방이 되풀이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일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하면서 2015년부터 막혀 있던 고시원 호실 내 욕조 설치를 풀고 책상 등 학습시설 설치 의무도 없애기로 했다. 고시원이 사실상 1인 가구의 거처로 쓰이는 현실을 반영했다는 설명이었지만, 정작 거주 청년들 사이에서는 취사·환기·방음·화재 안전 같은 기본 여건은 그대로 둔 채 임대료 인상 빌미가 될 수 있는 시설만 허용했다는 반발이 일었다. 국토부는 결국 해당 규정을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다.
이달 초 폐차되는 버스를 고쳐 청년 거처로 쓰자는 여당 의원의 제안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된 데 이은 두 번째 후퇴다. 주거용이 아닌 공간에 손을 대 대책으로 포장하는 방식이 반복해서 벽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논란은 정치권 공방으로 옮겨붙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영상에서 "폐버스를 개조해 주거 공간으로 만들고 고시원에서 책상을 없애고 욕조를 설치한다고 청년의 주거 문제가 해결될 일은 없다"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청년을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내모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곳으로 계속 올라갈 수 있는 주거 사다리를 만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의 1~2인 가구 대책이 부족하다는 여당 지적에는 청년안심주택 등 약 7만4000호의 청년 주거 공급 계획이 진행 중이라고 반박했다.
국토부는 고시원 욕조 허용이 의무 사항이 아니라 일률적 금지를 선택적 허용으로 바꾸려던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수요자의 우선순위와 정책이 손대는 지점이 계속 어긋나는 한 어떤 당근으로도 떠나는 발길을 돌리기 어렵다는 것이 두 논란이 남긴 공통분모다.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청약통장 가입자 증가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민영주택 가점제 및 추첨제 비율 조정, 가점제 산정방식 재검토 등 현행 청약저축 당첨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소득공제 영구화가 일회성 달래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청년도 당첨을 바라볼 수 있는 제도 손질과 공급 확대, 최소 주거·안전 기준의 상향이 함께 가야 한다는 얘기다.
최정윤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