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재개발·재건축 통째로 날린 건 박원순…착공 과정 모르실 리 없다"
오세훈 "내 탓이면 왜 재선됐나…청년·신혼부부 주거 사다리 붕괴 위기"
갤럽 지지율 37%로 4주 연속 최저…부동산, 7월 넷째 주부터 부정평가 1위
[녹색경제신문 = 최정윤 기자]
수도권 집값 급등의 원인을 두고 대통령과 서울시장이 정면으로 엇갈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2년 이후 주택 인허가·착공이 반토막 난 것을 단기 원인으로 지목하며 전임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시기를 거론하자, 오 시장은 집값이 다시 뛰기 시작한 시점은 이 대통령 취임 전후라며 책임 공방에 불을 붙였다.
부동산 정책이 두 달 가까이 국정 부정평가 1순위에 올라 있고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한 날 벌어진 공방이라는 점에서, 원인 진단을 둘러싼 이견이 정책 신뢰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8일 <녹색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건축 허가를 포함한 택지 개발 또는 재건축, 재개발, 도시 정비 등 공급을 최대한 신속히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총리실이 매일 공급 현황을 살피고 대통령 본인도 매주 사업지를 하나하나 특정해 진척도를 보고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급 부문에 한해 금융을 최대한 늘리는 '핀셋 정책'을 쓰고 있으며, 건축 허가 건수가 증가세라 관련 자료를 곧 내놓겠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모든 점을 보고 규제, 공급, 세제 등 최대한 할 수 있는 조치를 할 것이므로 부동산 시장은 점차 안정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부동산 불패 신화, 부동산 공화국을 벗어나는 게 이 정부의 중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들 하려고 하다 안 됐지만, 분명히 말씀드리면 이 정부는 합니다"라고 했다. 전월세 세입자가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별도의 세부 정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집값 급등 배경을 짚는 대목에서는 전임 정부와 서울시를 지목했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 집중과 부동산 불패 신화를 근본 원인으로 든 뒤 "단기적인 원인으로 보면 2022년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해,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해부터 허가와 착공 건수가 절반으로 줄었다"며 "그때부터 2025년까지 거의 절반으로 공급이 축소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토지거래허가를 풀어 특정 지역 집값이 폭등했다는 진단도 곁들였다. 공급 감소를 박원순 전 시장 탓으로 돌리는 이들도 있다는 언급 역시 나왔다.
전세 제도를 두고 과거 '사라져야 할 제도'라고 말했느냐는 질문에 이 대통령은 "사라질 것이라고 했지, 내가 언제 사라져야 한다고 했겠느냐"고 되물었다.
오 시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오세훈 탓을 해도 좋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대통령이 2022년 이후 서울의 인허가·착공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그 책임을 전임 정부와 자신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짚은 뒤, "대통령께서 주택이 착공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과정과 시간이 필요한지 모르실 리 없다"고 적었다. 정비구역 지정에서 착공까지 긴 시차가 있는 만큼 2022년 이후의 착공 감소를 그 시점의 시장에게 묻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서울 전역의 재개발·재건축을 모조리 해제하며 그 과정을 통째로 날려버린 분이 박원순 시장이라는 것은 대통령께서 아무리 부인하고 싶어도 달라지지 않는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서울시가 대통령께 제출한 재개발·재건축 경과 보고서를 제대로 들여다보기만 했어도 오늘과 같은 말씀은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보고서를 들춰보지 않으신 것인지, 보고도 믿고 싶은 내용만 골라 보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따졌다.
집값이 오르기 시작한 시점을 두고도 맞섰다. 오 시장은 "민선 8기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서울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다가 이재명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 오름세로 돌아섰다는 것은 데이터만 확인해도 알 수 있는 일"이라며 "토허제 재지정 이후 다시 안정세로 접어들었던 집값이 뛰기 시작한 시점 역시 대통령 취임 시기와 맞물려 있다는 것이 팩트"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이를 인정하지 않은 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고도 했다.
오 시장은 "'오세훈 탓'이라고 하면 대통령의 마음은 편하실 것"이라며 "그러나 서울 집값 상승이 오세훈 때문이라면, 저는 왜 다시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서울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왜 계속 하락하고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오세훈 탓을 얼마든지 하셔도 좋다. 그러나 제발 지금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 세계'에 대한 인식만이라도 제대로 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현재 시장을 보는 눈도 달랐다. 오 시장은 서울 집값이 역대 어느 정부 때보다 오랜 기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강남 일부의 주춤한 가격 같은 일부 데이터에만 기대를 걸고 외곽 지역의 '키 맞추기 상승'을 일시적 현상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서울에서 신혼부부와 청년들의 주거 사다리가 완전히 붕괴할 위기에 놓였다"며 "대출이 안 되니 집을 살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전세마저 씨가 말라가면서 서울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있다"고 썼다. "청년들을 서울 밖으로 밀어내고 중산층의 내 집 마련 희망을 끊어놓는 것이 균형발전일 수는 없다"고도 했다.
오 시장은 "오늘 서울시민들은 대통령에게 듣고 싶었던 대답을 듣지 못했다"며 "'잘못된 부동산 정책 기조를 전면 전환하겠다'는 답변 대신 '이게 다 오세훈 때문이다'라는 남 탓만 들은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동안 참모들의 잘못된 보고를 의심했으나 이날 회견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면서 "문제는 대통령 스스로 잘못된 확신에 갇혀 현실을 거부하고 계신 데 있었다"고 했다.
글 말미에는 "오세훈 탓을 백 번 하셔도 좋다. 대신 그 백 번 가운데 단 한 번만이라도 집을 구하지 못해 좌절하는 청년과 대출 문턱 앞에서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신혼부부의 현실을 제대로 봐 달라"며 "자기 확신의 과잉부터 거두시라. 시민의 삶이 더 무너지기 전에 대통령의 머릿속부터 완전히 리셋해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여론 지표는 부동산 대응에 대한 불신이 쌓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갤럽이 지난 15~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1%포인트 내린 37%로 4주 연속 취임 후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부정 평가는 5%포인트 오른 56%로 취임 후 가장 높았고, 의견 유보는 7%였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이 20%로 가장 많았고 '인사'(16%), '경제·민생'(9%)이 뒤를 이었다. 부동산 정책은 7월 넷째 주 이후 줄곧 부정 평가 사유 1위를 지키고 있다. 긍정 평가 이유는 '외교'(26%)가 첫손에 꼽혔다.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40%, 국민의힘 27%로, 민주당은 2%포인트 오르고 국민의힘은 2%포인트 내렸다. 이번 조사는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이날 회견에서 대통령이 내놓은 답은 공급 확대 의지와 전 정부·서울시 책임론이었지만, 부정 평가 1순위인 부동산 정책의 기조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세제 조정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집값 반등 시점이 대통령 취임 전후라는 서울시의 반박과 부동산이 두 달 가까이 부정 평가 사유 1위에 올라 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겹치면서, 원인 진단보다 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질 전망이다.
최정윤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