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대신 투자”…저축은행 유가증권 12조 시대, 건전성은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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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대신 투자”…저축은행 유가증권 12조 시대, 건전성은 괜찮나
  • 박지안 기자
  • 승인 2026.08.24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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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79곳 유가증권 12조1816억원…1년 새 34.6% 증가
1분기 순이익 3338억원, 본업 아닌 비이자손익이 견인
PF 정상화펀드 투자 확대에도 기초자산 회수 위험은 남아
“투자수익 착시 경계해야”…시장은 자본·유동성 리스크 주목
[사진=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저축은행]
[사진=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저축은행]

[녹색경제신문 = 박지안 기자] 저축은행업권이 예대마진 부진을 메우기 위해 유가증권 운용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은 7배 넘게 늘었지만 대출로 버는 이자이익보다 유가증권·대출채권 관련 비이자손익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수익의 지속 가능성과 건전성 리스크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333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440억원보다 2898억원(658.6%) 증가한 수치다.

표면적으로는 뚜렷한 실적 반등이지만 수익 항목을 분해하면 본업 회복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같은 기간 이자이익은 1조360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0억원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비이자손익은 267억원에서 2944억원으로 2677억원 급증했다. 비이자손익은 유가증권 운용·매매, 대출채권 처분, 수수료 수익 등으로 구성된다.

유가증권 1년 새 35% 증가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저축은행 79곳이 보유한 유가증권 잔액은 총 12조181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9조517억원)보다 34.6%(3조1299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출금리 경쟁 심화, 차주의 상환능력 저하에 따른 건전성 부담 등으로 여신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어려워지자 채권·주식·수익증권 등으로 운용자산을 넓히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유가증권 확대 자체가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예대마진 중심의 단일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이자·배당·매매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출 이자와 달리 투자수익은 시장 상황에 따라 크게 흔들릴 수 있어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이나 자산 매각에 따른 처분이익은 다음 분기에도 이어진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평가손실, 자본비율 변수

유가증권 투자 확대에 따른 첫 번째 위험은 시장가격 변동이다. 금리가 오르면 기존 보유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주식·펀드는 증시 하락이나 발행사 신용등급 저하 등에 따라 평가손실을 볼 수 있다. 손실이 누적되면 당기손익이나 자본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저축은행 중에는 자본 완충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곳도 적지 않다. 유가증권 평가손실이 커지면 순이익 감소에 그치지 않고 자기자본을 줄여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총자산이나 자기자본 대비 유가증권 비중, 국공채·회사채·주식·수익증권 구성, 미실현 평가손실 규모 등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PF 정리, 위험은 남았나

PF 부실 정리와 유가증권 확대의 연결고리도 살펴볼 대목이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업권의 PF 부실채권 정리와 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해 정상화펀드 등을 통한 유가증권·집합투자증권 투자와 관련해 한도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왔다. 부실 PF 대출을 매각하고 관련 펀드 수익증권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관리하고 자산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다만 여신계정에 있던 PF 자산이 펀드 수익증권 형태로 바뀌었다고 해서 기초자산의 회수 위험까지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수익증권 기초자산이 여전히 회수 불확실성이 큰 PF 사업장이거나 정상화·매각이 지연되는 구조라면 위험은 다른 계정에 남게 된다. 연체율이나 고정이하여신비율만으로는 자산건전성의 실질적 개선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유동성 관리도 관건

유가증권 포트폴리오의 질은 유동성 위험과도 직결된다. 국채나 통화안정증권, 거래가 활발한 우량채권은 비교적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지만 비상장 회사채·사모펀드 수익증권·대체투자 상품 등은 시장이 급변할 때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

저축은행은 예금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조달은 단기인데 운용이 장기로 쏠리면 자산·부채의 만기 불일치가 커지고 시장 불안 국면에서 유동성 압박이 손실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투자수익 착시” 경계

올해 1분기 저축은행의 호실적은 업권이 장기간의 PF 부실과 고금리 여파에서 벗어날 기반을 마련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유가증권 운용수익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성격이 강하다. 채권 이자·배당처럼 반복 가능한 수익인지, 평가이익인지, 부실자산 처분에 따른 일회성 이익인지를 구분하지 않으면 실적의 질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업계의 다음 시험대는 투자자산 확대가 안정적 수익 다변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시장 변동기 자본과 유동성을 흔드는 새로운 위험으로 돌아올지에 달려 있다"며 “연체율 지표뿐 아니라 유가증권 12조원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를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라고 밀헸다.

저축은행업권의 2분기·상반기 경영공시는 이달 말까지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1분기 호실적을 이끈 유가증권 운용수익이 2분기에도 이어졌는지, 투자자산 확대가 수익 다변화로 자리 잡았는지 혹은 건전성 부담을 키웠는지를 가늠할 성적표에 업권의 관심이 쏠린다.

박지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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