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1891조3000억원…주택대출·기타대출 나란히 급증
증가폭 25조9000억원, 19분기 만에 최대…한은 "이례적" 평가
1년 전 같은 날 발표 때보다 가계신용 67조원 더 불어나
[녹색경제신문 = 박지안 기자] 국내 가계부채 규모를 나타내는 가계신용 잔액이 6월 말 사상 처음으로 2000조원을 넘어섰다. 증시 강세에 힘입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까지 늘면서 가계신용 증가폭도 크게 확대됐다. 주택 관련 대출과 기타대출이 동시에 증가하면서 가계부채 관리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8000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25조9000억원 늘었다. 가계신용은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외상구매액 등 판매신용을 합산한 지표로, 2000조원을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이 중 가계대출 잔액은 1891조3000억원으로 24조9000억원, 판매신용 잔액은 128조5000억원으로 9000억원 증가했다.
"두 항목에서 거의 절반씩 늘어"
김성준 한국은행 경제통계1국 금융통계팀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이번 가계신용 증가폭이 2021년 3분기(34조8000억원) 이후 최대치라고 밝혔다. 김 팀장은 "주택 관련 대출하고 기타대출로 나눠서 보면 두 항목에서 거의 절반씩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주택 관련 대출은 12조2000억원, 기타대출은 12조8000억원 늘어 비슷한 규모로 증가세를 이끌었다. 주택 관련 대출 증가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거래를 서두른 수요가 몰리면서 주택 매매 거래량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기존에 분양된 사업장의 집단대출 수요도 더해졌다.
기타대출은 예금은행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공여를 중심으로 늘었다. 김 팀장은 "2분기 주식시장이 좋았기 때문에 주식 투자 수요와 관련한 자금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신용대출 증가 규모는 기존 흐름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금융권별 온도차…비은행권은 대출 관리 강화 영향
금융권별로 보면 예금은행 가계대출은 1분기 감소에서 2분기 13조3000억원 증가로 전환했다. 반면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은 3조1000억원 늘어 1분기(8조2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축소됐고, 기타금융기관 등의 가계대출은 8조6000억원 늘어 증가폭이 확대됐다.
김 팀장은 이런 차이에 대해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경우 2분기에 감독당국과 정부의 대출 관리 기조가 좀 더 강화된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며 "예금은행은 주택 관련 대출과 기분양된 사업장의 집단대출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지난해 2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952조8000억원으로 당시 분기 증가폭은 24조6000억원이었다. 1년 새 잔액은 67조원 증가했고, 분기 증가폭은 1조3000억원 커졌다.
증가 구조도 달라졌다. 지난해 2분기에는 주택 관련 대출이 14조9000억원 늘며 기타대출(8조2000억원)을 크게 앞질렀지만 올해 2분기에는 기타대출(12조8000억원)이 주택 관련 대출(12조2000억원)을 근소하게 웃돌았다. 주택 관련 대출과 기타대출이 비슷한 규모로 늘면서 증가세를 이끈 것이다.
금융권별로도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해 증가세를 이끌었던 예금은행 가계대출 증가폭은 19조3000억원에서 13조3000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지난해 9000억원 증가에 그쳤던 기타금융기관 등의 가계대출은 올해 8조6000억원으로 확대됐다.
대출 규제 완화…하반기 주택대출 변수
정책 환경도 1년 전과 달라졌다. 지난해 2분기 가계신용 발표 당시에는 7월 시행된 스트레스 DSR 3단계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국면이었다. 올해는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관리 한도를 기존 1.5%에서 3%로 확대하는 완화 조치를 내놓은 직후다.
다만 이 같은 조치가 실제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질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김 팀장은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관련 대출에 대해 "짧은 시간에 되는 게 아니라 상당히 긴 과정을 거쳐서 진행되는 것"이라며 "언제, 어느 시점에, 어느 규모로 발생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3분기에는 주식시장 조정으로 기타대출 증가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김 팀장은 "3분기 들어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은 만큼 이번 분기처럼 신용대출을 활용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기타대출 증가세가 점차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관리 한도를 기존보다 두 배로 확대한 직후 나온 통계인 만큼 완화된 대출 한도가 실제 주택 매수 수요로 이어질지는 3분기 가계신용 통계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기타대출은 진정세를 보이는 반면 주택 관련 대출은 규제 완화로 다시 늘어날 수 있어 하반기 가계부채 관리의 초점이 주택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지안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