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1월~23년 6월 투찰금리 합의·정보교환 혐의...법인·전·현직 임직원 검찰 고발 의견
낙찰액 전체를 관련매출액으로 산정...법정 상한 적용 시 과징금 최대 15.2조
실제 제재는 전원회의서 확정...이르면 이달 중 수차례 심의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금융회사 15곳이 약 76조2000억원 규모의 국고채 입찰에서 투찰금리 등을 사전에 합의하거나 관련 정보를 교환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판대에 오른다. 공정위 심사관은 이를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법인 및 전·현직 임직원 검찰 고발 의견을 냈다. 법정 상한인 20%를 단순 적용하면 과징금은 최대 15조2400억원이지만, 법 위반 여부와 실제 제재 수준은 전원회의에서 확정된다.
6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공정위 사무처는 15개 국고채 전문딜러(PD)에 대한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지난해 2월 28일 위원회에 제출하고, 같은 해 3월 10일 피심인들에게 송부했다고 밝혔다.
대상은 교보·대신·메리츠·미래에셋·삼성·신한투자·NH투자·KB·한국투자·키움증권 등 증권사 10곳과 국민·농협·기업·하나·산업은행 등 은행 5곳이다. 심사관은 이들 금융사가 2020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국고채 경쟁입찰에서 투찰금리를 사전에 합의하고 관련 정보를 교환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피심인들 사이에 관행적 소통이라고 볼 수 없는 투찰금리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빈번한 합의와 정보교환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며 "단순한 정보교환 사건과 달리 입찰담합이 주가 되는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국고채는 정부가 재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국내 채권시장의 대표 지표채다. 재정경제부는 일정 요건을 갖춘 금융회사에 PD 자격과 경쟁입찰 참여 권한을 부여하고 시장조성 의무를 맡긴다.
핵심 쟁점은 과징금 산정의 기초인 관련매출액의 범위다. 심사관은 국고채 거래의 영업수익이 아닌 낙찰액 전체인 약 76조2000억원을 관련매출액으로 봤다. 공정위는 입찰담합은 계약금액을, 구매담합은 구매액을 기준으로 한 법령에 따른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담합 과징금의 법정 상한은 관련매출액의 20%다.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의 부과기준율은 10.5~20%로, 최고율을 단순 대입하면 최대 15조2400억원이다. 공정위 단일 사건 최대 과징금인 퀄컴 사건의 1조311억원을 크게 웃돈다.
다만 15조2400억원은 법정 상한을 적용한 산술상 최대치다. 실제 과징금은 전원회의가 법 위반 여부와 행위의 중대성, 회사별 가담 정도와 재무 상태, 시장 파급효과 등을 따져 확정한다.
재경부는 조사 초기부터 공정위에 입찰 자료를 제공하며 의견을 나눴다. 담합 방지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PD 제도의 중요성과 제재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시장 반칙 행위를 바로잡는 것"이라며 해외 사례에 비춰 제재가 정부의 자금 조달이나 시장 신용도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PD 자격 정지·취소 여부는 전원회의 결론 뒤 재경부가 별도로 판단한다.
심사보고서는 증거자료를 포함해 약 1만2000쪽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위는 방어권 보장을 위해 약 6개월의 의견서 제출 기간을 부여했고, 15개사의 의견을 검토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르면 이달 중 여러 차례 전원회의를 열어 사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심의가 길어지면 의결은 다음 달로 넘어갈 수 있다. 심사보고서는 위원회의 판단을 구속하지 않으며,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위는 전원회의에서 결정된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