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이상 못 갚은 돈, 1년 새 83.9% 급증…통계 작성 후 최대
삼성카드, 이자로 번 돈 늘 때 손실 처리 비용도 함께 늘어
"공식 통계에 안 잡히는 빚도 있다"…상환 부담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워
[녹색경제신문 = 박지안 기자] 카드사들의 이자수익을 뒷받침하는 카드론 잔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 카드론을 6개월 넘게 못 갚고 있는 장기연체가 잔액 증가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사 곳간은 불어나는 동시에 부실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녹색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 등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올해 5월 43조2534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42조3292억원)보다 9242억원(2.2%) 증가한 규모다.
카드 결제에서 발생하는 신용판매 수익이 줄어들면서 카드사들이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카드론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신용판매 수익 감소를 보완하는 수익원으로 카드론이 확대되면서 잔액도 증가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6개월 이상 못 갚은 돈" 83.9%나 급증
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카드론의 장기연체액이다. 장기연체는 연체가 6개월 넘게 이어진 경우로, 카드사 입장에서는 대출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졌다는 신호다.
NH농협카드를 제외한 8개 전업카드사의 지난해 말 카드론 장기연체액은 4708억81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83.9% 급증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카드론 잔액이 2.2% 늘어난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장기연체액의 증가 속도가 훨씬 가파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카드론 확대가 이자수익을 늘리는 동시에 대손상각비 부담도 함께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카드, 이자수익 늘 때 손실 비용도 함께 증가
삼성카드의 실적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인된다. 삼성카드의 올해 1분기 이자수익은 5220억61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늘었다. 같은 기간 대손상각비(손실 처리 비용)도 1818억원으로 4.5% 증가했다. 이자로 버는 돈이 늘어나는 동시에 못 받는 돈을 처리하는 비용도 같이 커진 것이다.
다만 대손비용률(빌려준 돈 대비 손실 처리 비용의 비율)이 계속 나빠지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삼성카드의 대손비용률은 2021년 2.0%에서 2024년 3.0%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2.2%로 오히려 낮아졌다. 카드론 잔액이 늘어난다고 해서 곧바로 부실이 심해진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연체가 늘어나는 흐름과 함께 그 돈이 실제로 손실로 확정되는 과정까지 함께 살펴봐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통계에 안 잡히는 빚도 있다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부분은 43조원이라는 카드론 잔액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재조정·대환성 채권'이다. 이는 기존에 빌린 돈을 다 갚지 못한 사람의 만기나 금리 조건을 다시 조정해서 사실상 다시 자금을 빌려주는 방식을 말한다. 쉽게 말해 '빚을 갈아타게 해주는 것'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은 카드사가 카드론 등으로 빌려줄 수 있는 돈의 규모에 상한선을 두고 있는데, 이 재조정·대환성 채권은 이 한도를 계산할 때 제외된다.
실제 일부 카드사에서는 일반 카드론보다 이런 대환성 채권이 더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조정이나 대환 자체가 곧바로 부실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련 채권이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만큼 카드사가 실제로 짊어진 상환 부담을 겉으로 드러난 숫자만으로는 다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도 카드론을 포함한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는 추세다. 당국은 올해 카드사들에 카드론을 포함한 가계대출 증가율을 1~1.5% 수준으로 관리하라는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관리 목표(3~5%)보다 훨씬 낮아진 수준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런 총량 관리만으로는 재조정·대환을 통한 자산 변화까지 모두 잡아내기는 어렵다"며 "카드론 잔액 증가율뿐 아니라 장기연체와 대손비용 같은 건전성 지표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카드론 잔액뿐 아니라 장기연체와 손실 전환 등 건전성 지표의 추이를 함께 살펴야 카드론 확대에 따른 부담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지안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