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결제시장까지 번진 회생 여파…"정산 안정성"이 새 경쟁력 부상
법정관리의 의미도 변화…청산보다 '회생 성공' 위한 제도·시장 대응 강화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티메프(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를 시작으로 홈플러스와 메가박스까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유통업계의 위기가 단순히 개별 기업의 경영 실패를 넘어 산업 전반의 연쇄 충격으로 확산하고 있다. 과거 법정관리가 사실상 청산의 전 단계로 인식됐다면 최근에는 공급망 유지와 소비자 피해 최소화를 위한 '회생 중심'의 대응이 강화되면서 기업 생존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홈플러스는 최근 회생 절차 유지를 위해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을 확보하며 파산 위기를 일단 넘겼다. 다만 영업을 중단한 67개 점포의 정상화와 협력업체 납품 재개, 미지급 급여 및 퇴직금 해결 등은 여전히 남은 과제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자금 지원을 정상화를 위한 '마중물'로 보면서도 추가 자금 확보와 신뢰 회복이 뒤따라야 실질적인 회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회생의 영향은 해당 기업에만 머물지 않았다. 홈플러스와 거래하는 협력업체들은 장기간 대금 정산이 지연되며 유동성 압박을 받고 있고, 카드사들은 환불과 대금 회수 리스크를 고려해 매출대금 지급을 보류하는 등 금융권도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티메프 사태를 경험한 이후 결제대금 회수 실패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된 것이다.
전자결제 시장 역시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전자금융감독규정을 개정해 결제수수료 공시를 강화하고, 다단계 PG 구조에 대한 위험평가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하위 PG의 재무건전성과 정산자금 관리, 불법거래 이력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만큼 단순히 낮은 수수료보다 안정적인 정산 능력이 사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로 티메프 사태는 시장의 인식을 크게 바꿔놓았다. 당시 판매자들의 미정산 피해가 장기간 이어졌고, 회생 과정에서도 상거래 채권의 실질 현금 변제율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후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정산 안정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금융회사와 결제사업자들의 위험관리 기준도 한층 보수적으로 변화했다.
법정관리의 목적 역시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최근 위메프는 서버 매각 대금과 큐익스프레스로부터 회수하는 대여금을 활용해 내년 퇴직금 지급을 추진하고 있으며, 티몬 역시 인수대금을 통해 임직원 퇴직금 지급 절차를 진행한 사례가 나왔다. 기업 자산을 활용해 근로자와 채권자의 피해를 줄이려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회생 절차가 단순한 청산이 아닌 이해관계자 보호 기능까지 수행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영화산업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메가박스중앙의 기업회생으로 중소 배급사들의 미정산금 약 150억원과 전국 위탁상영관 정산금 약 70억~80억원이 묶이면서 제작·배급·상영으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 전체가 영향을 받고 있다. 정부와 영화진흥위원회도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는 등 회생 과정에서 산업 생태계 보호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기업회생 사례가 단순히 한 기업의 존속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를 넘어 공급망과 금융시장, 소비자 보호를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회생 성공 여부는 자금 지원 규모보다 협력업체 신뢰 회복과 정상적인 거래 재개, 그리고 시장 참여자들의 위험관리 체계가 얼마나 빠르게 복원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과거에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사실상 청산 수순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회생을 통해 영업을 이어가고 협력업체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방향으로 제도와 시장이 함께 변화하고 있다"며 "결국 기업 회생의 성패는 자금 투입 자체보다 거래 신뢰를 얼마나 회복하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