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신한·농협은행, 지난해 집행액 전년 대비 감소
AI 사이버 위협 고도화에 당국도 정보보호 공시 의무화 추진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은행권이 사이버 위협 확대에 맞춰 정보보호 예산을 늘리고 있지만 실제 집행률은 3년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해킹사고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사이버 공격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예산 편성 확대가 실질적인 보안 투자로 이어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과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지난해 정보보호 예산은 총 3978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3282억원과 비교하면 21.2% 늘어난 규모다.
반면 실제 집행액 증가폭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은행권 정보보호 집행액은 2023년 2446억원에서 지난해 2744억원으로 12.2% 늘었다. 이에 따라 예산 집행률은 2023년 74.5%, 2024년 70.8%, 지난해 69.0%로 낮아졌다.
일부 은행에서는 예산 확대에도 집행액이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정보보호 예산을 2023년 523억원에서 지난해 787억원으로 50.5% 늘렸지만, 집행액은 2024년 448억원에서 지난해 423억원으로 감소했다.
신한은행도 예산은 2023년 420억원에서 지난해 453억원으로 늘었지만, 집행액은 2024년 348억원에서 지난해 317억원으로 줄었다. 농협은행은 예산이 2024년 802억원에서 지난해 753억원으로 감소했고, 집행액도 같은 기간 559억원에서 481억원으로 줄었다.
은행권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영업 전환 과정에서 대규모 시스템 투자가 선제적으로 이뤄진 점과 사고 대응을 위한 여유 예산 편성 관행 등이 집행률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영업 확대에 맞춰 정보보호와 시스템 관련 투자가 크게 늘어난 뒤 증가세가 둔화된 측면이 있다"며 "사고 가능성에 대비해 예산을 넉넉하게 잡는 부분도 집행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카드·보험업권도 전체적으로 정보보호 예산과 집행액은 늘었지만 회사별 차이는 있었다. 10대 증권사의 정보보호 예산은 2023년 1293억원에서 지난해 1428억원으로 10.4%, 집행액은 1029억원에서 1171억원으로 13.8% 증가했다. 다만 KB증권과 NH투자증권은 예산과 집행액이 모두 줄었다.
8개 전업 카드사는 정보보호 예산과 집행액이 각각 17.0%, 21.1% 늘었다. 대형 생명보험사 3곳도 예산과 집행액이 각각 28.0%, 29.8% 증가했다. 반면 5대 대형 손해보험사는 집행액이 18.4% 늘었지만 예산은 0.6% 감소했다.
현재 금융권 정보보호 투자는 금융사의 자율에 상당 부분 맡겨져 있다. 과거 금융당국은 '5-5-7 룰'을 통해 전체 인력의 5% 이상을 IT 인력으로, IT 인력의 5%를 정보보호 인력으로 각각 운용하고, IT 예산의 7%를 정보보호에 배정하도록 권고했지만 해당 기준은 폐지된 상태다.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의 선제적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정보보호 수준 공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토스 등 프런티어 AI를 활용한 사이버 공격 고도화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금융권의 보안 투자 실효성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양수 의원은 "사이버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융권은 선제적 정보보호 투자와 집행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며 "금융당국도 금융권이 편성한 정보보호 예산이 실제로 제대로 집행되는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