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무브’ 막으려 저축은행 32곳 금리 인상 경쟁
“만기 몰리면 이자 부담”…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재현 우려
[녹색경제신문 = 최정윤 기자] 증시로 향하는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저축은행업권이 다시 수신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연 4%대 정기예금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불과 2주 사이 평균 금리가 0.24%포인트 뛰었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2022년 저축은행업권을 대규모 적자로 몰아넣었던 ‘레고랜드 사태’의 데자뷔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1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 포털의 상품 공시를 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이 취급하는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연 3.79%를 기록했다. 연 4.5%짜리 상품이 올 들어 처음 등장했던 지난달 17일 평균 금리(연 3.55%)와 비교하면 짧은 기간에 0.24%포인트나 오른 셈이다.
수신 확대 경쟁도 눈에 띄게 뜨거워졌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자취를 감췄던 연 4%대 정기예금은 현재 105개까지 늘어났고, 이런 금리를 제시하는 저축은행도 32곳에 이른다. 기본금리 기준으로 연 4.5%를 넘는 곳은 OSB저축은행(2개), OK저축은행(1개), 애큐온저축은행(1개) 등으로 파악된다.
과열 신호도 감지된다. 라온저축은행은 지난달 18일 연 4.6% 금리의 예금 상품을 선보였지만, 가입 신청이 몰리면서 출시 하루 만에 판매를 접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금리 인상 러시의 배경으로 ‘머니무브’(예금 등 안전자산에서 증시 등 고수익 자산으로의 자금 이동)를 꼽는다. 업권에서는 만기가 돌아온 예금이나 중도 해지한 자금이 증시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2022년 레고랜드 사태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당시 저축은행들은 유동성을 확보하려 연 6%대 특판 상품까지 동원해 예금 금리를 끌어올렸는데, 이후 만기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이자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해 대규모 적자와 건전성 악화라는 후유증을 겪은 바 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금리 경쟁이 나중에 이자 비용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내부에도 있다”고 전했다.
이번 수신 금리 인상은 저축은행의 수익 구조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예금 금리 상승으로 조달 비용은 커지는데, 정작 이렇게 모은 돈을 대출로 굴려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재 저축은행을 포함한 제2금융권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50%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지난 4월 말 중금리대출 공급액의 80%를 가계대출 총량 규제 대상에서 빼주는 인센티브가 시행됐지만, 이 정도로는 늘어나는 조달 비용을 상쇄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따라 이번 수신 경쟁의 비용 부담이 저축은행 실적을 더 짓누를 수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최정윤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