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로이드 비롯 하모닉 감속기 기반 액추에이터 양산 역량 과제
[편집자주] 글로벌 시장이 한국을 로보틱스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주목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감속기·서보모터·제어기 등 공급망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국내 전통 제조업 강자들이 수십 년간 축적한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산업용 로봇과 휴머노이드 부품 시장에 본격 진입하고 있다. 각 기업들이 로봇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 살펴본다.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현대차그룹 2차 협력사로 자동차 사업을 영위해온 삼현이 로보틱스 사업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자동차 구동부품과 방산용 모터·감속기 분야에서 축적한 정밀 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팩토리용 이송로봇과 휴머노이드 핵심 부품 시장을 동시에 겨냥하는 모습이다.
삼현의 로봇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다. 사업보고서상 별도 사업 영역으로 본격 부각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이전까지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렀던 로봇 사업이 지난해부터 실제 매출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한 분기만에 지난해 매출 60% 달성···AMR로 초기 매출 다지기
삼현의 로봇 부문 매출은 지난해 약 17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1분기에는 1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며 한 분기 만에 전년도 연간 매출의 약 60%에 해당하는 실적을 냈다. 아직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사업 개시 초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 속도는 빠른 편이다. 현재까지 로봇 부문 매출은 대부분 내수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가시적인 매출은 스마트팩토리용 이송로봇에서 나오고 있다. 삼현은 일반 자율주행이동로봇(AMR)을 넘어, 수 톤급 중량물을 운반하는 고하중 자율주행로봇(HAMR)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반 AMR 시장은 유진로봇, 티로보틱스 등 기존 플레이어들이 다수 포진해 경쟁이 치열한 반면, HAMR은 기술 난도가 높아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큰 영역으로 꼽힌다.
삼현은 지난해 하반기 스마트팩토리 물류자동화용 HAMR의 상용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히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해당 제품은 3톤급부터 최대 10톤급까지 대응 가능한 라인업을 목표로 하며, 제조·물류·조선 등 중량물 이송 수요가 큰 산업 현장을 겨냥한다.
사이클로이드 감속기 강점···하모닉 감속기까지 풀라인업 구축 주목
시장의 관심이 더 크게 쏠리는 대목은 휴머노이드용 액추에이터다. 액추에이터는 모터·감속기·제어기 등을 결합해 로봇 관절을 움직이는 구동 모듈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어깨와 팔꿈치, 손목, 허리, 무릎, 발목 등 수십 개 관절이 동시에 작동해야 하는 만큼 액추에이터 성능이 움직임의 정밀도와 원가 구조를 좌우한다.
삼현은 최근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에 관절용 액추에이터 시제품을 공급하며 글로벌 공급망 진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삼현이 장기적으로 더 큰 성장동력으로 보는 영역도 이송로봇 자체보다 휴머노이드용 액추에이터에 가깝다. 휴머노이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경우 액추에이터는 반복 수요가 발생하는 핵심 부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완성 로봇 제조사 입장에서도 액추에이터는 성능, 원가, 내구성,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좌우하는 부품이다.
삼현은 현재 사이클로이드 감속기 기반 액추에이터를 우선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이클로이드 감속기는 비교적 높은 하중 지지력과 내구성을 갖춘 구조로, 고하중 관절이나 산업용 구동부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동차 구동부품과 방산용 모터·감속기를 다뤄온 삼현 입장에서는 기존 가공·조립 기술을 로봇용 사이클로이드 감속기와 액추에이터로 확장하기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휴머노이드 관절 설계에서는 경량화와 고정밀 제어가 필요한 부위를 중심으로 하모닉 감속기 계열의 수요가 꾸준히 거론된다. 관절 위치와 하중 조건에 따라 사이클로이드·유성감속기 등도 활용될 수 있지만, 소형·정밀 관절에서는 하모닉 감속기 양산 역량이 주요 경쟁 요소로 꼽힌다.
하모닉 감속기 시장은 오랫동안 일본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즈 등 해외 기업이 주도해왔다. 국내에서도 에스피지 등 일부 기업이 하모닉 감속기 국산화와 양산 체계를 구축했지만, 여전히 국내 로봇 부품 공급망에서 취약한 영역 중 하나로 꼽힌다. 하모닉 감속기는 유연하게 변형되는 특수강 부품을 정밀하게 가공해야 해 일반적인 자동차 금속 부품 가공과는 공정 셋업 자체가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삼현의 로봇 사업이 본격적인 재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하모닉 감속기 기반 액추에이터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는지가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AMR 영역은 이제 하드웨어보다 스마트팩토리 안에서 이를 통합 관제하는 소프트웨어가 핵심 경쟁력이 됐고, 현재 새롭게 로봇 밸류체인에 진입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액추에이터 사업을 노리고 있다”며 “다만 국내에 모터 제조에 강점을 가진 기업들은 많지만 감속기 기술이 너무 고난이도라 여기서 공급망 진입의 성패가 갈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