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알리서치, 초기부터 비임상 결과·임상개발 전략 검토
[녹색경제신문 = 민보영 기자] "국내 의료기기·바이오 기업의 흔한 실수 중 하나는 제조 허가와 시장 진입을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데 있습니다. 실제로 두 과정이 요구하는 근거의 성격이 상당히 다릅니다."
성공적인 임상시험을 위해서는 제조 허가 획득 후 기술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채택되고 지속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근거를 설계 초기에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임상개발 전략이 허가에서 끝나지 않고 신의료기술평가, 건강보험, 실제 시장 진입까지 연결된 로드맵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송민정 디알리서치 대표는 15일 <녹색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성공적인 임상시험의 조건으로 개발 초기 단계의 목표 설정을 꼽으며 이 같이 밝혔다. 임상 개발 초기 단계에 기능적 합격선과 상업적 유용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상업화까지 완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제조 허가와 시장 진입은 완전히 다른 문제"
송 대표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는 제품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단계다. 기기가 원리대로 작동하는지를 따지는 만큼 목표 수치에 부합하면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반면 건강보험 등재는 상업적 유용성을 따진다. 송 대표는 "임상적 성능이 '검사가 얼마나 정확한가'를 보여주는 지표라면, 임상적 유용성은 '그 정확성이 실제 환자 진료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가'를 평가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규제 분석에 따르면 선진입 제도를 통해 비급여로 시장에 진입한 기술 중 약 23.3%만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해 제도권에 안착한다. 건강보험 급여·비급여 등재까지 걸리는 기간은 최대 490일로, 매출 없이 인건비·고정비 등을 지출해야 하는 바이오벤처에게 이 같은 공백기는 자금 고갈의 결정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송 대표는 중앙대 의대를 수석 졸업한 후 서울아산병원 수련의, 삼성서울병원 전공의를 거쳐 에이티젠 최고기술책임자(CTO), 장원의료재단 임상연구센터장, 유투바이오 BT 연구소장을 역임한 뒤 디알리서치를 창업했다. 진료·연구를 경험하며 의료기술 가치는 우수성 뿐만 아니라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는 기술 개발과 의료 현장을 연결하는 디알리서치 창업으로 이어졌다. 디알리서치는 임상시험 수행 뿐만 아니라 기술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개발 초기 단계부터 비임상, 임상시험, 검체분석, 인허가, 시장 진입 전략도 제공하는 임상시험수탁(CRO) 기관이다.
디알리서치는 세계보건기구 사전적격성평가(WHO PQ) 인증 등 글로벌 인허가도 지원한다. 규제기관마다 중요하게 보는 관점과 활용 목적이 달라 요구되는 근거 구성과 강조점에 차이가 있다.
WHO PQ는 의료 인프라가 제한된 국가에서도 안정적으로 사용 가능한 제품인지에 대한 관점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반면, 유럽연합의 '체외진단의료기기 규정(CE-IVDR)'은 과학적 타당성(Scientific Validity), 분석 성능(Analytical Performance), 임상 성능(Clinical Performance)을 포함한 성능평가 체계와 함께 PMS(Post-Market Surveillance), PMPF(Post-Market Performance Follow-up) 등 시판 후 근거관리 체계를 강조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재현성과 임상적 의미를 중요하게 검토한다.
다만 안전성·유효성을 중심으로 개발 초기 단계부터 규제기관 요구를 체계적인 근거로 축적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통으로 적용된다. 그는 "실제 글로벌 진출 과정에서 기업들이 체감하는 부분은 데이터 양이 아니라, 각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근거를 어떻게 구조화하고 연결하여 설명하는지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해외 진출 바이오기업, 임상 개발 초기 단계 인·허가 전략 관건
해외 시장에 조기 진입하려는 국내 바이오기업 역시 임상 개발 초기 단계부터 인·허가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해외 진출을 준비하면서 추가 자료를 요구받는 경우는 제품 성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목표 시장 요구가 초기 개발 단계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임상 초기 단계부터 사용목적·대상자군·검체 전략·유효성 평가변수 등과 같은 핵심 요소를 목표 시장의 규제 요구사항까지 고려하여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상시험 결과뿐 아니라 향후 임상평가, 위험 관리, 시판 후 근거관리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근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디알리서치는 CRO를 넘어 질량분석, 특수면역, 유전자 분석 등 고도화된 '검체분석 사업'도 병행한다. 송 대표는 임상시험에서 검체 관리 및 분석의 전문성이 최종 임상 데이터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과정을 체감했다. 임상시험의 신뢰성은 연구 설계, 검체 관리, 분석 과정, 통계분석 등 여러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확보된다. 이 중에서도 '검체'는 대부분의 임상 데이터가 생성되는 출발점이다.
송 대표는 "동일한 분석법을 적용해도 검체 채취 시점, 보관 조건, 전처리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며 "바이오마커 연구나 유전자 분석과 같이 미세한 변화를 평가하는 분야에서는 검체 관리 과정의 표준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전체 분석 기반 바이오마커 연구 등 고도화된 분석기술 활용으로 임상시험과 검체분석이 보다 긴밀하게 연계되는 가운데 디알리서치가 임상시험과 함께 질량분석, 특수면역, 유전자 분석 등 검체분석 역량을 구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임상시험과 검체분석을 검체 채취 단계부터 분석, 데이터 관리, 통계분석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품질체계 안에서 관리하면서다.
최근에는 코아스템켐온과의 업무협약(MOU)으로 비임상부터 임상 초기 단계까지 아우르는 연계 서비스를 구축했다. 개발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 중 하나인 비임상 데이터를 임상 디자인으로 연결짓지 못하는 오류를 좀 더 수월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다.
송 대표는 "많은 기업이 비임상시험을 통해 약효·안전성·작용기전·바이오마커 등 데이터를 확보하지만 임상 단계에서는 무엇을 입증할지 명확하지 않아 비임상 결과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다양한 비임상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비임상 단계에서 확보된 약효, 독성, 작용기전 및 바이오마커 데이터를 바탕으로 임상시험의 대상자 선정 전략, 평가변수 설정, 검체분석 계획까지 연계하여 접근하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비임상과 임상을 각각의 단계로 두지 않고, 가설과 근거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해 임상 개발의 성공 가능을 높인다는 접근이다.
이어 그는 "비임상에서의 과학적 가설이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되고, 최종적으로 허가와 시장 진입까지 이어질 때 비로소 개발 가치가 완성된다"고 부연했다.
민보영 기자 re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