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시 수십조원 규모, 시스템LSI 핵심 협력안 '흔들'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메타(Meta)의 커스텀 시스템온칩(SoC) 관련 선행개발을 이어오던 삼성전자가 최근 메타 측 요청으로 프로젝트를 잠정 중단(hold)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오픈AI와의 커스텀 SoC 선행개발도 답보 상태에 놓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삼성전자의 핵심 AI 로직 고객 라인업이 잇따라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시스템LSI 사업부를 중심으로 메타와 커스텀 칩 관련 선행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양산 단계에 진입할 경우 장기적으로 수십 조원 규모로 협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메타 측이 프로젝트 잠정 중단 의사를 전달하면서 삼성전자도 해당 선행개발을 사실상 보류 상태로 전환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사업 사정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최종 양산 단계에 들어갈 경우 장기간 수십조원 가량의 계약 규모"라면서 "다만 현재 고객사 측의 사정으로 인해 프로젝트 자체는 멈춰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초기 개발비(NRE) 비중이 큰 커스텀 SoC 특성상 양산 본계약까지 진행될 경우 매출 규모는 더 확대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메타 측이 사용한 ’잠정 중단’이라는 표현에도 주목하고 있다. 통상 프로젝트 종료를 의미하는 표현 대신 일시 중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만큼 협력 재개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동시에 향후 일정에 대한 확답도 하지 않은 상태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현 시점에서 양사 협력이 완전히 종료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번 건은 오픈AI와의 커스텀 SoC 협력 사례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삼성전자는 오픈AI와도 ARM 아키텍처 기반 IP를 활용한 커스텀 칩 선행개발을 진행해 왔으나, 최근 오픈AI 측 사정으로 프로젝트가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 건 역시 선행개발이 일정 수준까지 진행되다가 고객사 결정에 따라 멈춰섰다는 점에서 패턴상 공통점이 있다.
이 같은 양사의 협력 보류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입장에서 적지 않은 부담이다. 특히 메타와의 커스텀 SoC 협력은 장기 양산 기준 수십조원 규모로 거론되던 핵심 협력안이었던 만큼, 양산 진입 시 시스템LSI 매출 구조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었다. 결과적으로 오픈AI에 이어 또 다른 대형 AI 고객사 프로젝트가 보류된 셈이다. 사업부 간 성과급 격차 논쟁이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이슈가 시스템LSI 사업부 내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고객 맞춤형 칩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관련 조직 정비를 진행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11월 인사 이후 시스템LSI 사업부 내에 신설한 '커스텀 SoC' 전담 조직이다. 박봉일 부사장이 SoC 선행개발팀장을 맡아 조직을 이끄는 체제로, 신설 당시 약 70여 명이 배속됐다. 박 부사장은 모바일 SoC 설계 분야 개발 경험을 보유한 인물이다.
대형 AI 고객사 두 곳의 프로젝트가 잇따라 보류된 가운데,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새로운 AI 로직 고객 확보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앤트로픽 시리즈H 투자 라운드에 전략적 인프라 파트너로 참여하고, 앤트로픽 측이 발표문에서 ‘로직 칩’ 분야를 직접 언급한 점은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앤트로픽과의 협력이 메모리 공급을 넘어 커스텀 SoC까지 확장될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투자 협력과 실제 수주 사이에는 상당한 간격이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