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미국서 180만대 팔았지만 웃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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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미국서 180만대 팔았지만 웃지 못하는 이유
  • 이현성 기자
  • 승인 2026.02.10 2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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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주력 모델 판매 쏠림 심화
180만대 중 SUV 6종이 절반 차지
지속 성장 위해 성장 불균형 해소 필요

[녹색경제신문 = 이현성 기자]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역대 최다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그런데 잔치도 잠시, 인기 차종에 판매가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수익성 높은 모델 밀어주기 전략이 성장 불균형을 자아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주력 모델 리스크 발생 시 실적 악화를 면치 못할 수 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1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기아 역시 80만대를 넘어서며 역사를 새로 썼다. 이에 힘입어 역대 최고 수준의 매출을 달성했다. 현대차그룹은 SUV와 하이브리드차 등 고부가가치 차종의 판매 호조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SUV와 하이브리드 쏠림 현상은 숙제로 남았다. 지난해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소매 기준 98만4017대를 팔았다. 이중 투싼·싼타페·팰리세이드 등 3개 차종의 판매 대수만 50만대가 넘는다. 현대차가 미국에 판매하고 있는 나머지 17개 차종의 판매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 

기아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아의 2025년 미국 시장 판매량은 소매 기준 85만2156대, 이중 스포티지·쏘렌토·텔루라이드가 40만876대로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인기 차종의 판매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판매 성적이 부진한 비인기 모델을 정리하며 주력 차종 중심 전략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22년 출시한 소형 픽업 싼타크루즈를 단 1세대 만에 단종할 예정이다. 데뷔 첫 해 3만5000대 이상을 판매했지만, 지난해 판매량이 2만5499대로 줄며 투싼 등 주력 SUV에 생산 역량을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전동화 모델도 예외는 아니다. 코나 일렉트릭은 2026년형 생산을 건너뛴다. 지난해 코나 전체 판매량 7만4814대 가운데 코나 일렉트릭은 3000대 수준에 그쳤다. 현대차는 단종설을 부인했지만 판매 부진이 이어질 경우 단종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따르고 있다.

기아는 니로 PHEV 단종을 결정했다. 지난해 니로 판매량 3만1182대 중 대부분이 하이브리드였고, PHEV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여기에 셀토스 하이브리드가 니로의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니로 라인업 전반의 입지도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대차그룹의 인기 차종 판매 쏠림 현상은 스스로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현대차의 차종별 수익 점수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영업본부를 대상으로 고부가가치 모델 판매를 적극 권장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마진율 좋은 차종 판매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호세 무뇨스 사장의 ‘수익 사냥’ 경영이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모델별 성장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고부가가치 모델 중심 전략은 미국 관세 여파 등 대외적으로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단기 실적을 방어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판매 구조가 특정 차종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작은 변수 하나가 실적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도 함께 키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성장 불균형이 지속되면 주력 모델의 리스크 발생 시 판매 감소로 인한 수익 하락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다. 디자인 논란으로 국내 시장에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싼타페가 대표적인 예”라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선 다양한 모델의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기록적인 판매 실적 뒤에 가려진 성장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오늘의 성공은 내일의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일시적인 기록에 그치지 않기 위해 수익성과 판매 포트폴리오 사이의 균형을 다시 점검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현성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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