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M 5년간 78% 증가, 신한 AI 브랜치 창구 업무 64개 처리
- 은행권 "별개 흐름" 입장에도…글로벌 G-SIB 80% AI 에이전트 운영 중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현대차 노조가 지난 22일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도입에 "노사 합의 없이 로봇 단 한 대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5대 은행은 지난해 희망퇴직으로 2326명을 내보냈고, 같은 기간 영업점에서는 STM(고기능 무인 자동화기기)과 인공지능(AI) 뱅커 도입이 확대됐다. 은행권에서는 아직 AI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지만, AI가 현재의 보조 역할을 넘어 본격적인 업무 대체 단계로 진입할 경우 은행권도 안전지대일 수 있을까.
은행권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인력 구조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대 은행 직원 수는 2020년 7만1413명에서 2025년 6월 6만7557명으로 4년간 3856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점은 4195개에서 3920개로 275곳 줄었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희망퇴직자가 2326명으로 전년(1986명) 대비 17.1% 증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비대면 거래가 확대되면서 영업점 통폐합이 진행됐고, 이에 따라 창구 업무 인력 수요가 급감했다.
인력 감축과 동시에 영업점 현장에서는 창구·단순 업무를 중심으로 AI 도입이 빠르게 확산됐다. 은행연합회 집계에 따르면 STM은 2020년 말 246대에서 2025년 11월 438대로 5년간 78% 늘었다. NH농협은행은 전국 1103개 영업점에 AI 뱅커를 배치해 대면 창구 업무 일부를 분담하고 있고, 신한은행은 무인점포 'AI 브랜치'에서 창구 업무 64개를 AI로 처리하며 영업점 단위 자동화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영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10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러한 흐름에 대해 "AI 도입 확대는 업무 단위의 자동화와 직무 재정의를 통해 금융기관 인력의 역할과 조직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며 "반복적·규칙 기반 업무는 자동화 비중이 확대되면서 인력의 역할이 데이터 기반 판단, 위험 평가, 고객 상황 분석 등 고부가가치 의사결정 역할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 은행권 내부에서는 AI가 직접적인 일자리를 곧바로 위협한다는 인식은 크지 않다. STM이 입출금·이체 등 단순 반복 업무를, AI 뱅커가 기본 상담·안내를 처리하는 방식으로 쓰이면서 기존 인력을 바로 대체하기보다 특정 업무를 분리해 기계에 넘기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창구 직원이 곧바로 감원 대상으로 지목되는 구조가 아니어서 현대차 사례처럼 "로봇이 내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위기감이 전면에 떠오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글로벌 은행권에서는 이미 직무 재편이 눈에 띄는 수준까지 진행된 것으로 평가된다. 주 연구원은 "고객신원확인(KYC) 업무는 AI 도입 이후 수작업 검토 비중이 축소됐고, KYC 인력은 의사결정 정교화 역할을 수행하는 형태로 직무가 재정의되고 있다"며 AI 확산에 따른 인력 역할 변화가 현실 단계에 들어섰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국내 은행권은 인력 감축과 AI 도입이 현재로서는 별개 흐름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2027년까지 데이터 전문 인력을 3000명으로 늘릴 계획을 내놨고,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AI플랫폼부를 AI전략센터로 확대하고 'TECH인사부'를 신설했다. 영업점 창구 인력은 줄었지만 데이터·IT 조직은 오히려 키우는 식으로 인력 구조를 재편하는 모습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창구 인력 수요는 줄었지만 IT·데이터 전문 인력은 확대되고 있다"며 "자동화기기와 AI 도입은 비용 절감을 넘어서 조직이 작동하는 방식을 바꾸는 전환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에서는 인력 감축과 AI 확산이 당장은 '별개 트랙'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시야를 글로벌로 넓히면 장기적으로 은행권도 제조업과 비슷한 갈등 국면에 놓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 선임연구원은 "Boston Consulting Group(BCG)은 AI 역량 격차에 따라 선도은행과 후발은행 간 생산성과 가치 창출 격차가 최대 5~7배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며 "글로벌 은행들은 AI를 전사적 운영체계의 핵심 인프라로 내재화하며 생산성, 리스크 관리, 의사결정 구조 전반을 재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금융협회(IIF)와 EY 조사에서는 글로벌 G-SIB(시스템적으로 중요한 대형 은행)의 80% 이상이 AI 에이전트를 시범운영 또는 도입 중이고, 금융기관의 84%가 생성형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AI가 보조 도구를 넘어 핵심 업무를 수행하는 단계로 전환되는 시점에는, 국내 은행권도 현대차와 같은 로봇·일자리 갈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시각과 함께 이를 피하기 위한 인력 재배치·재교육 전략이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가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