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외국인 매도에 상승분 반납
전문가, "세부 합의 부재로 실질 영향 제한"
내년 금리 인하·유동성 확장 기대감 유효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한미 관세협상 타결 등 대외 호재에도 코스피 상승세는 반나절에 그쳤다. 장 초반 41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외국인 매도세 확대로 오후 들어 상승분을 일부 반납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시장 주목도가 큰 이벤트일수록 주가 영향은 단기적"이라면서도, 내년 금리 인하와 유동성 확장을 감안하면 내년 상승 여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불확실성 해소에도 '찔끔'..."이미 긍정 요인 선반영"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열린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시장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코스피는 1%대의 상승률을 보이며 이날 사상 최초로 4100선을 넘어섰다. 하지만 외국인 매도세가 확대되면서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오후 2시 26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10% 하락한 4076.88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1.62% 하락한 886.96를 기록 중이다.
전날 오후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무역합의 후속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미국 수출 시 한국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율이 기존 25%의 고율에서 15% 수준으로 낮아졌다. 상호 관세는 15% 수준으로 유지됐으며, 반도체 관세는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조정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한국이 제안한 핵추진 잠수함 건조도 승인됐다. 이 같은 소식에 이날 장 초반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관련주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지만, 외국인 매도세에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한미 협상 타결이 증시에 긍정적 요인으로 미칠 것"이라면서도 "사회적으로 주목도가 큰 이벤트일수록 장기적 주가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시장은 이미 대부분의 긍정 요인을 발표 시점에 빠르게 반영했으며 이번 정상 간 합의는 큰 틀에서 방향성만 제시됐을 뿐 공동성명서나 세부 항목(HS코드), 관세 인하 시점 등 구체적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라는 점을 지적했다.
상승세는 주춤했지만 '오천피' 기대감은 여전
관세협상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단기 상승세는 아쉬웠지만, 내년 금리 인하와 유동성 확장, 환율 안정 등을 고려하면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올해 글로벌 증시 대비 역대급으로 아웃퍼폼했지만, 여전히 투자자들의 우상향 기대는 약하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며 "장기 우상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유동성 확장 국면 △주식의 희석 최소화 △주주 권한 보호 등 세 가지 요인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세 요소가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만큼 내년에도 고변동성 환경이 나타나겠지만, 시장을 조금 더 낙관적으로 볼 만하다"며 "앞으로는 알파(초과수익) 기회는 줄겠지만 주주권 보호와 고베타(지수 민감도)를 동시에 갖춘 종목 중심의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KB증권은 지난 28일 발간한 'KB 2026 주식전략 연간전망' 보고서를 통해 향후 12개월 코스피 목표 지수를 5000포인트로 상향 제시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국내 증시는 최근 상승에도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 강화와 달러 약세 등이 향후 추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밸류에이션 재평가에 따른 강세장 지속과 주요 업종의 역사적 신고가 돌파가 지속될 것을 전망해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제시한 내년 코스피 연간 목표는 4600이고, 키움증권은 내년 코스피 등락 범위로 3500∼4500을 제시했다.
미국계 투자은행 JP모건도 28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코스피 12개월 목표를 5000으로 상향하며 “강세장 시나리오에서는 6000선 돌파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훈풍 속 대형주 쏠림 심화…"내년엔 중소형주로 확산 기대"
다만 증시 상승세가 대형주에 집중되면서 ‘온도차’가 커지고 있다.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최근 한 달간 21.1% 상승한 반면, 중형주는 7.8%, 소형주는 1.9% 오르는 데 그쳤다. 코스닥 지수 역시 같은 기간 0.8% 남짓 상승에 그쳐 ‘대형주 쏠림’에 대한 약극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내년 상승 여력이 중소형주로도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엔 내년 초를 염두에 두고 중소형주를 채워나갈 것을 권한다"며 "2026년 실적 컨센서스가 10월 한달 동안 반도체를 중심으로 7.7%나 상향돼 이를 앞당겨 반영한 점, 유동성 환경이 풍부할 것으로 기대되는 점 등을 감안했을 때 내년 코스닥 시장으로 매기가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는 건 무리가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수익률 괴리가 계속 지속되기 어렵고 유동성이 늘고 있어 반도체 대형주에서 반도체 중소형주나 IT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헬스케어로 옮겨가는 게 적절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