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적 통화 스와프 체결 가능성도 제기
협상 불발되면 현대차 신입 채용도 미지수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두달 넘게 난항을 겪던 한-미 관세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6일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등 국내 주요 정부 인사들이 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출국하며 "미국 재무부와 상무부가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해) 서로 긴밀하게 소통하며 진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협상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에 그간 코스피 랠리에도 소외돼 있던 현대차와 기아 주가도 10% 가까이 상승하며 자동차 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 트럼프 '현금' 요구 굳건... 자금 조달 어떻게?
이번 협상의 핵심은 한-미간 통화 스와프 체결의 규모와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간 3500억 달러(497억 원) 규모의 대미투자에 대해 현금 출자 방식을 줄이고 보증 및 대출 비중을 높인 패키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앞선 15일 트럼프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의 투자 방식은 현금 선불이 될 것"이라고 못박은 만큼, 보증•대출의 비중을 크게 높이진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결국 대규모 현금 투자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통화 스와프가 필수적이다.
전통적인 통화 스와프는 양국의 중앙은행이 서로 상대국 통화를 일정 환율로 교환한다. 한국은행이 원화를, 미국 연준이 달러를 서로 맞바꾸는 방식이다.
한국은 연준 대신 미국 재무부와 통화 스와프를 체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재무부는 ‘비자금’ 격인 외환안정화기금(ESFㆍExchange Stabilization Fund)를 활용해 원화를 구매하고, 한국은 원화를 팔아 확보한 달러로 대미 투자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한국의 외환보유고 출혈을 막을 수 있어 안전하지만, 재무부의 ESF가 약 450억 달러(8월 기준) 수준 밖에 남아있지 않아 활용도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한시적 통화 스와프 방식도 거론된다. 한국은 지난 2008년 리만브라더스 발 금융위기 때와 2020년 코로나 당시 환율 폭등을 막기 위해 미국 연준과 일시적으로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다.
2008년에는 300억 달러 규모를, 2020년에는 2008년의 두배인 600억 달러 규모를 각각 9개월 동안 원화와 스와프했다. 당시 한국이 확보한 달러를 모두 소진하지 않았음에도 '심리적 효과' 만으로 외환 시장이 안정된 바 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전액 선불' 조건을 양보한다면, 한국은 캐피탈콜(capital call) 방식으로 투자금을 나눠 납부하면서 위기 상황에 한시적 통화 스와프로 외환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
▲ 협상 불발되면 車업계 고초... 현대차 신입 채용 못할 수도
자동차 업계는 이번 협상을 긴장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경주 APEC 전까지 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하면 기약없는 기다림 속에 위기를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대미 수출 관세가 부과된 이후 신차 수출은 전년 대비 부진해졌다. 전쟁으로 인해 수요가 급등한 중고차 수출을 제외하면 신차 수출은 올해 1~9월 476억 5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2%(15억 8500만 달러) 감소했다.
현대차그룹의 재무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2분기에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약 7.5%로 1분기(8.2%) 대비 0.7%p 하락했다. 관세가 발효되기 전인 2분기 초, 대규모 수출을 감행하며 역대 최고 매출을 찍었음에도 영업이익은 1분기 수준에 머물렀다.
수출물량이 줄어들고, 영업이익률도 하락한 3분기에는 실적이 더 후퇴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 중이다.
현대차 핵심 관계자는 "관세가 발효되면 그만큼 현지 차량 가격을 올리면 되지 않냐는 이야기가 있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하는 미국에서 가격을 올리는 건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쉽지 않은 문제"라며 "모든 자동차 기업들이 서로의 눈치를 보며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당분간 관세를 기업이 흡수하며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신입사원 채용도 덩달아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 9월 현대차그룹은 올해 청년 고용 증진을 위해 720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내년엔 이를 1만명 규모로 확대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하지만 지금처럼 관세 협상에 진전이 없다면 채용 계획이 일부 변경되거나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률이 하락하고 있다보니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성과급을 하향 조정하는 식으로 임직원 연봉이 낮아졌다. 지금과 같은 (관세) 상황이 이어진다면 대규모 신입사원 채용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