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택소노미 AI'로 여신 심사 바꾸는 우리은행…ESG 금융의 ‘실무 엔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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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택소노미 AI'로 여신 심사 바꾸는 우리은행…ESG 금융의 ‘실무 엔진’ 될까
  • 박금재 기자
  • 승인 2025.09.0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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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LM·RAG 기반 자동 판별로 여신 상담·심사 효율↑…그린워싱 리스크 관리 강화
K-택소노미–EU 기준 교차 대응…녹색대출·채권 등 ESG 상품 확장 발판
[사진=우리은행]
[사진=우리은행]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우리은행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를 여신 심사에 접목하는 ‘K-택소노미 전문 상담 AI’를 선보였다.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녹색분류체계 기반 자동 판별을 상시화한 것으로, ESG 금융을 서류 중심에서 데이터·알고리즘 기반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은행은 상담·심사 전 과정의 효율과 정확도를 동시에 높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핵심은 대규모언어모델(LLM)과 RAG(검색증강생성) 구조다. 사용자가 업종·프로젝트 핵심 키워드를 입력하면 해당 경제활동이 K-택소노미 적격 대상인지, 후속 서류로 무엇이 필요한지까지 즉시 안내받는 방식이다. 우리은행은 이 AI를 자체 구축했고 여신 상담에 즉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K-택소노미는 2021년 환경부가 마련한 국내 녹색분류체계로, 온실가스 감축·기후변화 적응·수자원 보전·순환경제 전환·오염 방지·생물다양성 보전 등 6대 환경목표에 기여하는 경제활동을 정의한다. 금융권은 ‘녹색여신관리지침’ 권고에 따라 여신 심사에 이를 반영해 왔고, 은행·기업의 공시 수요도 점차 커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번 시스템을 통해 ‘적격성(해당 여부)-적합성(요건 충족)-증빙’ 흐름을 표준화하고, 심사에 필요한 판정 기준·증빙 목록을 안내함으로써 상담 단계의 재작업을 줄인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자동 분류가 빠를수록 심사 착수까지의 대기 시간이 단축되고, 그만큼 기업의 자금 조달 예측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본다. 

이번 도입은 우리금융의 ‘AX(모든 업무의 AI 전환)’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 우리은행은 최근 사내 생성형 AI 플랫폼을 공개하며 프라이빗·퍼블릭 클라우드를 혼합한 구조로 다양한 상용·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녹색여신 영역의 K-택소노미 AI가 그 중 첫 외부 공개 사례에 가깝다는 평가다. 

정책·규제 환경과의 정합성도 관전 포인트다. 환경부는 2024년 말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하며 적용 범위를 넓혀 왔지만, 전과정평가(LCA) 도입 일정 등 일부 항목은 유예·재검토 기조가 병행된다. 은행권 AI는 최신 가이드라인을 학습 데이터로 삼되, 향후 요건 변경에 맞춰 판정 로직을 유연하게 업데이트할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린워싱 방지 측면에서의 기대도 크다. K-택소노미는 ‘녹색’과 ‘전환(과도기)’ 활동을 구분하고, 기술적 심사 기준을 제시한다. 자동 판별과 근거 제시가 결합되면, 기업·프로젝트별 녹색성 주장에 대한 검증 가능성이 높아지고, 사후 공시·모니터링에도 일관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이는 녹색채권·녹색대출 같은 상품 심사에도 곧바로 연결된다. 

실무 현장에서는 KPI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초기 상담→심사 착수까지의 TAT(처리시간) 단축 △‘적격/부적격’ 오판율(재검증 반려율) 개선 △필요 증빙 서류 누락률 감소 △심사자당 처리 건수 증가 등 운영 지표가 개선돼야 AI 도입 효과가 실감난다. 은행은 고도화 과정에서 판정 사유·근거 조항을 함께 제시하는 ‘설명 가능한 심사’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계와 과제도 뚜렷하다. K-택소노미는 국내 산업 구조와 에너지 전환 속도를 반영해 LNG 등 ‘전환 활동’ 논란이 이어져 왔고, 일부 기준의 도입 시점이 조정되면서 기업 현장의 혼선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은행의 AI 판정이 ‘규정 변경을 즉시 반영하는 절차’와 ‘인간 심사자의 최종 책임’을 어떻게 담보하는지가 관건이다. 

국내외 규정의 상호운용성도 중요하다. 유럽연합(EU) 택소노미는 6대 환경목표에 대한 공시를 확대하고 기술 심사 기준을 수시로 업데이트한다. 수출·조달 연결고리가 큰 국내 기업을 위해선 K-택소노미와 EU 기준의 교집합·차이점을 자동 매핑해 주는 기능이 유용하다. 은행의 AI가 이 교차 표준을 지원할 경우, 해외 조달·공급망 금융에서 실질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결국, ‘빠르고 정확한 분류-근거 제시-사후 모니터링’이 한 번에 돌아갈 때 ESG 금융의 체감도가 올라간다. 우리은행의 K-택소노미 AI는 녹색여신 상담의 문턱을 낮추고 심사 품질을 끌어올릴 도구로 평가되지만, 잦은 규정 개정과 그린워싱 논쟁을 투명하게 흡수할 프로세스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는 이번 시스템이 녹색대출·보증 연계, 녹색채권 프레임워크, 기업 공시 컨설팅 등으로 확장되면 ESG 금융의 ‘현장 사용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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