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은행권 조용한 행보...KB국민 5000만달러 발행 그쳐
- 제주은행 유일한 유상증자...아태 주식 발행 신중론 확산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아시아태평양 지역 은행들의 4월 채권 발행이 전년보다 3분의 1 이상 급감했다. 중국계 은행들이 시장의 3분의 2를 독식하며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지만, 국내 은행들은 최소한의 선별적 조달만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 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 은행들은 4월 총 235억2000만달러의 채권을 발행했다. 작년 4월 380억달러보다 38.1% 줄어든 수치지만 3월 166억5000만달러와 비교하면 41.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본토 은행과 해외 자회사들의 발행 규모가 두드러졌다. 전체 발행액의 65%에 달하는 153억달러를 조달하며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세계 최대 자산 규모인 중국공상은행을 필두로 10억달러 이상의 대형 발행을 3차례나 성사시켰다.
중국공상은행이 68억8000만달러 규모의 후순위채권(Tier 2 Note)을 발행하며 4월 중 단일 은행 기준으로 가장 큰 조달 규모를 기록했다. 중국민생은행 55억달러, 중국발해은행 13억8000만달러가 뒤를 이었다. 중국 정부의 국유은행 자본 확충 계획과 2024년 개선된 자기자본비율이 이런 대규모 조달을 뒷받침했다.
일본 금융그룹들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과 미즈호파이낸셜그룹, 콘코디아파이낸셜그룹이 총 43억9000만달러를 조달해 전체 발행액의 18.6%를 차지했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은 4차례 발행으로 31억1000만달러를 끌어모으며 일본 은행 중 최대 실적을 올렸다.
이와 대조적으로 국내 은행권은 조용한 움직임을 보였다. KB국민은행이 5000만달러 규모의 비전환사채를 발행하는 데 그쳤다. 한편, 중국공상은행 서울지점은 3265만달러의 채권을 발행했다.
분석 대상에는 회사채와 선순위 채무, 우선증권 등이 포함됐다. 이스트스프링 인베스트먼트의 아이리스 장 신용분석가는 "중국 은행들의 신규 발행이 1분기 상대적 침체 이후 4월 들어 가속화됐다"며 "2024년 자기자본비율 개선과 중국 정부의 국유은행 자본 확충 계획, 1분기 저조한 채권 만기 등으로 발행 계획을 연기했던 것이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채권 발행과 달리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에서는 신중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제주은행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유일하게 후속 공모를 실시해 3951만달러를 조달한 것이 전부였다. 금리 상승과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은행들이 주식 발행을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자금 조달 규모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KB국민은행의 5000만달러 발행은 아태 지역 전체 발행 규모의 0.2%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계 은행들의 대규모 자금 조달은 자본 적정성 강화와 규제 요구사항 충족을 위한 선제적 대응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향후 은행들의 대출 증가 추이가 채무자본 조달 규모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스트스프링 인베스트먼트의 데스몬드 림 신용분석가는 "은행들이 채무 만기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지속적인 자본 조달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거시경제 불확실성으로 대출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어 조달 규모는 대출 증가 전망에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