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자수익 찾는 은행·노후 난감한 고객 '윈윈' 가능성
일본서 20년 해온 '유언 신탁' 위주 제공 지적
KB국민은행, 전문 PB 무료상담 눈길
[녹색경제신문 = 김진희 기자]
# 퇴직을 앞둔 A씨는 은퇴 후 노후 자금 고민에 자문을 구하러 은행을 찾았다가 관심이 없는 유산 상속 서비스 얘기만 듣고 돌아왔다. 또 다른 은행의 자산관리 센터에서는 수십 억 이상 자산가만 가입 가능하다는 조건이 맞지 않았다.
국내 주요 은행들이 이자 수익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산관리(WM)로 눈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초고령화 사회에 맞춰 시니어 자산관리의 대중화가 은행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행 서비스들은 일본 모델을 참고해 유산과 상속에 집중돼 있으나 한국 실정에 맞춰 은퇴 후 자산관리의 빈틈을 메울 수 있도록 은행이 나서야 할 때라는 판단이다.
5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시니어 자산관리 사업은 유산, 신탁 관련 서비스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이 무료로 은퇴 이후 자산관리 컨설팅을 제공하는 점이 눈에 띈다.
◇ "고령화 수준 심한 일본의 유언 대용신탁만 들여와" 지적
고유선 신한금융지주 미래전략연구소 소장은 "국내 은행의 시니어 자산관리는 초고령 인구가 많은 일본식 모델을 도입하기보다 40대 중·후반부터 은퇴 준비를 하는 '프리 시니어'를 고려하는 등 한국 사정을 반영해야 한다"며 "현재 중·장년 금융 소비자들은 유산이나 상속보다 노후 대비 자산형성이 시급하다고 체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9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8.4%다. 29.1%인 일본 대비 10.7%p 낮은 수준으로 차이가 드러난다.
그럼에도 일본 금융권에서 20여년 전부터 운영 중인 유언 대용신탁 서비스가 최근 국내 은행권에서 늘어나고 있는 점은 인구 구조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유언 대용신탁은 금융기관과 신탁계약을 맺고 신탁 수익을 받다가 고객이 사망하면 계약에 따라 사후에 상속인에게 신탁재산이 이전되는 금융상품이다.
국내 최초로 프라이빗 뱅킹(PB)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한 하나은행은 시니어 유언 대용신탁 원스톱 서비스가 강점이다. 서울 강남구에 '하나 뉴시니어 라운지'를 운영하며 노년층을 대상으로 증여, 상속, 기부, 연금 컨설팅과 실행을 돕는 '유산정리서비스'를 제공한다. 유언장 보관, 상속집행 대행도 가능하다.
신한은행도 유언 대용신탁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지난 4월 유언 대용신탁 전산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신탁 라운지에서 부동산 및 금전 증여 신탁, 기부 신탁 서비스를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은 금 실물을 상속할 수 있는 증여 상품을 내놨다. 우리은행은 유언장 보관서비스를 운영한다.
올해 1분기 4대 시중은행의 유언 대용신탁 잔액은 3조 3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8% 늘었다.
유언 대용신탁은 참고할만한 일본 모델이 존재한다는 점과 국내 고소득자를 위주로 수요가 늘 것이라는 전망에 은행들이 안정적으로 뛰어들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4일 국제금융센터 주최 컨퍼런스 토론에서 김대현 S&P 글로벌 레이팅 상무는 "고령화 시대에 자산관리가 중요한데 노후 자산을 위한 은행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은행의 비이자수익 창출 효과까지 거두게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장기적 방향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PB 서비스 자체가 아직 낯선 한국에서 40대까지 대상을 넓히려면 분석과 도입에 시간이 걸려 일단 신탁 서비스에서 시작해 서서히 범위를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KB골든라이프센터, 누구나 무료 은퇴 자산관리 상담
시중은행 최초로 본격 은퇴자산관리 상담 서비스를 시작한 KB국민은행이 당장의 수요를 어느 정도 충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은 2020년 'KB골든라이프센터'에서 상품 가입 부담 없는 무료 은퇴자산관리 상담 서비스를 개시했다. PB 경력 10년 이상의 전문가가 고객 맞춤 연금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은퇴 준비에 관심 있는 고객은 'KB 골든라이프 X' 홈페이지나 KB스타뱅킹, KB국민은행 영업점에서 사전 예약하면 누구나 무료 이용 가능하다.
KB골든라이프센터는 전국 14개 센터에서 2만 3000건 이상의 상담을 진행했다.
KB국민은행은 "국민 모두의 든든한 은퇴와 노후 준비 파트너로서 고객의 연령, 자산 규모, 투자 성향을 반영해 내게 딱 맞는 은퇴 플랜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진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