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예비입찰에 우리금융만 참여해
예비입찰 응하지 않아도 본입찰 참여할 수 있어
롯데손보 가치 과대평가 됐다는 지적 나와
가격 더 올라간다면 우리금융 발 뺄 듯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롯데손해보험을 품에 안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매각 측에서 금융지주들에 인수 의사를 물어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는 우리금융지주만이 예비입찰에 참여한 상태다.
우리금융 측은 다른 금융지주들의 참전으로 롯데손보의 몸값이 올라갈까 노심초사한 모습이다. 지나친 출혈 경쟁으로 인해 몸값이 추가로 올라갈 경우 우리금융은 인수전에서 발을 뺄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우량매물을 품에 안는 것도 좋지만 적정 가치 이상의 값을 지불한다면 추가로 다른 M&A를 시도할 시 입장이 불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보 주관 매각사인 JP모건과 최대주주 JKL파트너스 측이 M&A 흥행을 위해 최근 금융지주들에 롯데손보 인수 의사를 문의했다.
지난 4월 23일 끝난 예비입찰에는 금융지주들 중 유일하게 우리금융만이 참여한 바 있다. 매각 측은 금융지주들에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아도 내달 있을 본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며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 외에 블랙록·블랙스톤·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글로벌 사모펀드도 경쟁에 참여했으나 예상만큼 흥행이 뜨겁진 못한 상황이다.
신한·하나·NH농협 등 다른 금융지주들이 본입찰에 참여할 시 인수전은 더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을 제외한 금융지주들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만큼, 예비입찰이 끝난 지금도 내부적으로 롯데손보 인수에 관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특히 하나금융의 경우 손보 부문 강화가 시급하다. 하나손해보험은 재작년 689억원, 작년 760억원 순손실을 기록해 그룹사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신한금융의 신한EZ손해보험 또한 작년 78억원의 순손실을 시현하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작년 롯데손보는 3016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창사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두 지주가 롯데손보를 인수할 시 그간의 부진을 단번에 만회할 수 있는 셈이다.
한편, 비은행 부문 확충이 가장 절실한 우리금융 측은 다른 금융지주들이 등판할까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불붙는 경쟁으로 인해 지금보다 몸값이 더 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매각 측에서 매긴 롯데손보의 몸값이 너무 높다는 입장이다. JKL파트너스는 최소 2조원을 바라고 있지만 우리금융은 1조8000억원 이상의 돈을 쓸 수 없다고 밝혀 양측은 현재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롯데손보의 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보험의 시장 점유율이 고작 1.9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삼성화재(18.99%), DB손해보험(16.25%) 등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또 작년 말 기준 롯데손보의 내재가치(EV)가 3조6529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 또한 회계기준이 변경됨에 따라 순자산이 일시적으로 늘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업계 안팎에서는 롯데손보의 적정 매각가를 1조3000억원 수준으로 바라보고 있다. 만약 다른 금융지주들이 인수전에 참여해 몸값 거품이 더 발생한다면 우리금융은 한발 물러설 가능성이 높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실사를 통해 롯데손보의 가치를 측정하고 있고 적정 가치 이상의 지출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