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위권 중형 증권사 탄생할 듯
롯데손해보험 예비 입찰에도 참여
높은 롯데손보 몸값이 변수
"높은 몸값 지불하지 않을 것"
우리금융지주가 비은행 강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매물로 나온 한국포스증권과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함으로써 지주사의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실적 반등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롯데손해보험의 비싼 몸값은 인수합병(M&A)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금융 측도 큰 돈을 지불하진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비은행 강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꽤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아무래도 우리금융이 증권사와 보험사를 갖고 있지 않아 금융지주 중 비은행 강화가 제일 절실한 것으로 안다"면서 "최우선 인수 순위는 보험이 아닌 증권업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충하기 위해 증권 및 보험 부문 매물을 물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날 우리금융은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인 우리종합금융과 인수 대상 매물인 한국포스증권을 합병하기로 결의했다. 합병법인은 우리금융의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우리종금과 포스증권도 같은 날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할 예정이다. 우리금융 측은 "이르면 올해 3분기 내에 금융위원회로부터 합병 인가를 얻어내고 합병증권사를 출범해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우리금융은 2014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한 이후 10년 만에 증권사를 품에 안게됐다. 합병증권사는 자기자본 기준 18위권 중형 증권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지난 23일 우리금융은 롯데손해보험 매각을 주관하는 JP모건에 인수를 위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기도 했다. 해당 인수전에는 블랙록·블랙스톤·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도 참전했다.
이같이 증권과 보험을 넘나드는 광폭행보를 보이는 데에는 우리금융이 실적 부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의 올해 1분기 기준 당기순이익은 8245억원으로 나타나 작년 동기 9137억원과 견줘 9.8%(892억원) 감소했다. 순이익으로 실적을 줄세웠을 때 신한금융(1조3215억원), KB금융(1조491억원), 하나금융(1조340억원)에 이어 4위에 머물렀다.
게다가 우리금융은 그룹사 차원에서 은행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올해 1분기 우리은행은 7897억원의 순익을 시현했는데 이는 우리금융이 거둔 순익 중 무려 95.8%에 해당하는 수치다. 우리은행이 고전하면 우리금융 전체가 실적 부진을 겪는 구조인 셈이다. 알짜 증권 및 보험 매물을 품에 안으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포스증권과 롯데손보를 자회사로 편입할 경우 우리금융은 본격적으로 리딩금융 경쟁에 돌입할 수 있게 된다.
포스증권의 경우 리테일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소형 증권사라 인수 시 당장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긴 한다. 그러나 포스증권과 우리종금 간 합병 작업이 이뤄진 뒤 추가적인 M&A를 통해 몸집을 불리는 시나리오가 있기에 큰 문제는 없다는 분석도 있다.
또 롯데손보는 작년 3016억원의 순익을 거두는 등 보험 매물 중에선 가장 우량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만약에 우리금융이 롯데손보 인수에 성공한다면 이른 시간 내에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편 비은행 강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롯데손보의 대주주 JKL파트너스는 매각 가격으로 최소 2조원에서 최대 3조원 가량 책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금융 측은 롯데손보의 가치를 최대 1조8000억원으로 보고 있어 양측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우리금융 측은 아직 급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금융지주 중 자본 출자 여력이 가장 높아 최대 7조원을 M&A에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향후 추가적인 M&A에 대비하기 위해 실탄을 아끼는 모습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인수를 추진할 때 과도한 가격을 지불하지 않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자금 여력은 충분하나 인수에 따라 자본비율이 하락할 수 있어 전부 사용할 순 없다"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