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동기 대비 9.8% 감소
홍콩 ELS 배상금은 75억원에 불과
"건전성 강화 차원에서 충당금 대규모 쌓았기 때문"
은행 의존도 높은 점은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혀
1분기 금융지주들의 실적이 공개된 가운데, 우리금융 또한 작년 대비 실적이 저하된 것으로 드러났다. 홍콩H지수를 추종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이 다른 금융지주들 대비 적은 터라 의아한 대목이다.
우리금융 측은 최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에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많이 쌓아 실적이 다소 저하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은행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점은 숙제로 남아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발 대출 부실이 늘어나고 있고 금리가 연내 인하될 가능성도 불투명한 만큼, 우리금융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많이 적립했다"며 "이에 작년 1분기에 비해선 올해 실적이 다소 둔화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이 8245억원으로 집계돼 작년 동기 9137억원 대비 9.8%(892억원) 감소했다. 순이익 기준으로는 신한금융(1조3215억원), KB금융(1조491억원), 하나금융(1조340억원)에 이어 4위에 머물렀다.
다른 금융지주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을 비교하면, 우리금융은 다소 선방한 편이다.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총 4조8803억원으로 집계돼 작년 같은 기간 5조8597억원 대비 16.7%(9794억원) 감소했다. 이 중 KB금융(1조5087억원→1조491억원)과 NH농협금융(9471억원→6512억원)은 각각 30.5%, 31.2% 순이익이 급감하는 불운을 겪었다.
그러나 홍콩 ELS 손실 사태로 금융권이 홍역을 앓고 있는 와중에 우리금융의 실적이 후퇴한 점은 의아한 대목이다. 우리금융의 계열사 우리은행은 홍콩 ELS 상품을 거의 판매하지 않아 이로 인한 배상금이 적기 때문이다.
판매잔액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이 배상을 위해 1분기에만 8620억원 어치의 충당금을 쌓은 바 있다. 이어 농협은행이 3416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했으며, 신한은행 2740억원, 하나은행 1799억원 순이다. 우리은행은 75억원 만을 투자자들에게 배상할 뿐이다.
순익 외에 다른 지표에서도 실적 저하가 여실히 드러난다. 계열사 우리은행의 1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5%로 나타나 작년 동기 1.65% 대비 0.15%포인트(p) 하락했다. 이에 이자이익 또한 작년 1조8920억원에서 올해 1조8750억원으로 0.9%(170억원)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조1410억원에서 1조770억원으로 5.7%(640억원) 줄었다.
홍콩 ELS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음에도 실적이 후퇴한 것에 대해 우리금융 측은 자산 건전성 강화를 위해 충당금을 대거 적립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우리금융이 올해 1분기 적립한 대손충당금 금액은 3680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2620억원 대비 40.5%(1060억원) 증가했다. 이는 순이익 감소폭 892억원을 상회하는 수치다.
충당금을 대거 적립한 결과 우리금융의 손실흡수능력은 개선됐다. 우리금융의 NPL커버리지비율(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90.7%로 집계돼 금융지주 중 가장 높았다. 우리은행 또한 293.8%로 당국의 권고치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다만, 지주사의 높은 은행 의존도는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올해 1분기 기준 그룹 전체 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95.8%에 달한다. 작년 한해 은행 의존도가 99.9%였던 걸 보면 상황은 다소 개선됐다. 그러나 은행이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의존도가 내려간 것이기에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금융 측은 올해 증권사와 보험사 매물을 두루 섭렵해 비은행 강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3일 우리금융은 우량매물로 꼽히는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하기 위해 JP모건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바 있다.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보험 포트폴리오가 부재한 만큼, 롯데손보 인수 시 비은행 강화와 실적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건전성 관리도 좋지만 다른 금융지주들이 부진을 겪을 때 우리금융이 치고 나가야 한다"며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면 단기적으론 부침을 겪을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실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