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사유 ‘분양 부진’, ‘사업 포기’ 등
올해 폐업신고를 한 종합건설업체가 500곳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종합건설업체 폐업신고가 500건을 넘어선 것은 10년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건설사 폐업률이 장기 평년 수준이라고 설명하면서 안일한 현실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이달 4일까지 폐업신고를 한 종합건설업체는 모두 514곳(현재 기준)이다. 지난 10년 이래 가장 많은 숫자다.
지난달 28일에는 경남 지역 중견 건설사인 남명건설이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이전부터 제기돼 오던 지역 중견 건설사 줄도산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나 국토부는 같은 날 설명자료를 통해 “건설사 폐업률은 장기 평균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건설사 줄도산 위기론을 일축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운영하는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종합건설사 폐업신고가 500건을 넘은 것은 지난 2012년 520건 이후로 11년 만에 처음이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이 닥쳤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20~22년도)에도 ▲2020년 347건 ▲2021년 305건 ▲2022년 362건으로 올해보다 폐업신고가 적었다.
국토교통부는 폐업신고 건수와 관련해 “보유 업종 중 일부만 폐업 신고를 하거나, 업종 전환 등록, 공고변경・정정・철회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라며 정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행정공고된 폐업사유를 살펴보면 폐업사유로 ‘사업포기’를 너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모든 공고 중 아무 공고나 눌러보아도 열에 아홉은 사업포기를 사유로 들고 있었다.
건설산업통계의 2023년 2분기 건설공사계약 추이에 따르면 공공공사는 22년 2분기 대비 8.1% 증가했지만, 민간공사 계약은 42.1% 감소했다. 공종별로는 토목공사가 전년동기 대비 10.4%, 건축공사가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누계 수치로 살펴보면 건설업의 위기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2분기까지 누계 건설공사계약은 누계 155조7000억원이었다. 그러나 올해 2분기까지 누계 건설공사계약액은 123조1000억원으로 약 20.9%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김정주 연구위원은 “건설사 폐업신고 건수가 예년에 비해 많은 건 맞다”라며 “건설 경기 추세 자체가 안 좋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건설사 줄도산 위기론에 대해서 김 연구위원은 “중소 건설사들이 채무 인수 약정, 책임 준공 계약을 많이 한다”라며 “금리도 높고, 공사비도 많이 오른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돈 없이 공사를 계속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re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