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5곳 AI 설비투자 5569억달러…영업현금흐름 웃돌며 투자 수익성 논란
코스피 3.48% 하락·SK하이닉스 7.08%↓…외국인 현물 1.6조 매도·선물 1.1조 매수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사상 최대 실적에도 주가 약세…중국 CXMT HBM3E 생산 추진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미국 반도체주가 7% 넘게 급락하면서 오는 11월 2일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7.2% 하락했고 나스닥종합지수도 2.86% 떨어졌다. 인텔이 28% 넘게 폭락한 가운데 엔비디아와 AMD, 마이크론 등 주요 반도체 기업으로 매도세가 확산됐다.
특히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의 인공지능(AI) 설비투자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면서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졌다.
국내 증시에서도 전날 외국인이 코스피 현물을 1조6000억원 넘게 순매도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반 하락했다. 다만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에서는 1조1000억원 이상 순매수해 현물과 선물의 수급 방향이 엇갈렸다.
나스닥 2.86% 급락…美반도체지수 한 달간 15% 넘게 하락
30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72.25포인트(1.09%) 하락한 5만1770.3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40.32포인트(1.82%) 내린 7580.07, 나스닥종합지수는 747.73포인트(2.86%) 떨어진 2만5437.00에 마감했다.
주간 기준으로 나스닥은 2.0%, 다우지수는 0.9%, S&P500은 0.6% 하락했다. 나스닥은 지난 6월 5일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반도체주의 하락폭은 더욱 컸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7.2% 급락한 1만688.80에 마감했다. 10월 한 달 동안의 하락률은 15%를 넘었다.
개별 종목에서는 인텔이 28.6%, AMD가 10.9% 급락했다. 엔비디아는 4.2% 하락했고 국내 메모리 업체들의 경쟁사인 마이크론도 5.3% 떨어진 884.7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인텔은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제시한 4분기 전망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매물이 집중됐다.
특히 인텔은 메모리 가격 상승과 PC 수요 둔화를 실적 부담 요인으로 지목했다.
AI 서버용 메모리 가격 상승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PC 제조업체에는 원가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SOXL 하루 24.75% 폭락…레버리지 투자 손실 확대
반도체주 급락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나타났다.
미국 반도체 업종의 일일 수익률 3배를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SOXL)는 30일 77.05달러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보다 24.75% 급락한 것이다.
SOXL은 지난 28일 107.35달러까지 반등했지만 이틀 만에 약 28.2% 하락했다.
반도체 업종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상품 특성상 기초지수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투자 손실도 확대될 수 있다.
특히 레버리지 ETF는 일일 수익률을 기준으로 운용돼 일정 기간의 누적 수익률이 기초지수 수익률의 단순 3배와 달라질 수 있다.
최근 미국 반도체주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레버리지 ETF 투자자들의 손실 위험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빅테크 5곳 AI 투자 5569억달러…현금흐름보다 지출 많아
이번 미국 기술주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는 AI 인프라 투자기업들의 자금 부담이 꼽힌다.
30일 로이터통신이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아마존, 메타, 오라클 등 미국 대형 기술기업 5곳의 재무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이들 기업의 자본적지출은 5569억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두 배 증가한 규모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현금흐름은 5429억달러에 그쳤다. 설비투자 규모가 영업현금흐름을 약 140억달러 초과한 것이다.
이들 기업의 합산 잉여현금흐름은 지난해 같은 기간 1435억달러 흑자에서 올해 140억달러 적자로 전환했다.
주주환원도 줄었다.
5개 기업의 자사주 매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818억달러에서 올해 136억달러로 약 83% 감소했다.
영업현금흐름 가운데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사용한 비중은 9.3%로, 최소 1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면서 주주에게 돌려줄 수 있는 현금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진 골드먼 세테라 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로이터통신에 AI 관련 대규모 현금 지출과 높은 설비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향후 실적에도 연결되는 사안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AI 투자계획을 유지하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수요도 지속될 수 있지만 투자 증가 속도가 둔화할 경우 관련 반도체의 수요 전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까지 확인된 대규모 투자 지출이 곧바로 반도체 주문 감소나 설비투자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하이닉스 최대 실적에도 급락…외국인 현물 1.6조 매도
국내 증시도 미국 기술주 약세의 영향을 받았다.
3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06.92포인트(3.48%) 하락한 5730.74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5599.42까지 떨어졌으며 코스피200 선물 급락으로 프로그램 매도호가의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삼성전자는 3.02% 하락한 22만5000원, SK하이닉스는 7.08% 급락한 141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외국인의 매도세가 두드러졌다.
외국인은 코스피 현물에서 약 1조6170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기관과 개인은 각각 약 7400억원, 6200억원을 순매수했다.
그러나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에서는 약 1조1470억원을 순매수했다.
현물시장에서는 대규모 매도세가 나타났지만 선물시장에서는 반대 방향의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이 같은 수급 차이는 외국인이 현물과 선물을 활용해 시장 위험을 조정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변경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일별 순매매 수치만으로 매매 목적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9일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95조3000억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을 발표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영업이익은 106조5000억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도 3분기 매출 104조6000억원, 영업이익 83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글로벌 AI 설비투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기록적인 실적이 주가 상승으로 연결되지는 못하고 있다.
중국 CXMT, HBM3E 생산 추진…한국 업체와 기술 격차는 여전
중국 메모리 업체의 기술 추격도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8일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향후 두 달 안에 HBM3E의 제한적인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CXMT는 중국 내 일부 AI 반도체 설계기업에 HBM3E 샘플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생산 수율은 20~3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의 수율이 약 70% 수준으로 알려진 점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일부 샘플의 성능 역시 SK하이닉스의 이전 세대인 HBM3 수준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됐다.
CXMT가 단기간에 글로벌 HBM 시장의 경쟁 구도를 바꿀지는 불확실하지만 미국의 반도체 수출규제에 대응한 중국의 자체 공급망 구축은 계속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4를 비롯한 차세대 메모리 공급 확대와 장기 고객계약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국제유가 117달러·美국채금리 4.9%대…금리 불확실성 지속
미국 기술주 약세와 함께 국제유가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30일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17.64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4.12달러에 마감했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과 원유 공급 불확실성이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국채시장에서는 위험자산 회피 움직임이 나타났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4.93% 안팎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금리 하락에도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기술주 매도세를 압도했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동결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향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미국 물가와 금리 전망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에너지 가격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요일 코스피, 외국인 현물 매도 진정 여부가 관건
오는 11월 2일 국내 증시에서는 미국 반도체주의 추가 급락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얼마나 반영될지가 주요 변수다.
특히 국내 증시가 30일 이미 3.48% 하락한 가운데 같은 날 밤 미국 반도체지수가 7.2% 추가 급락했다는 점은 부담이다.
미국 마이크론도 5.3% 하락하면서 글로벌 메모리 업체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모습이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고 주요 고객사들의 AI 메모리 수요도 이어지고 있어 실제 반도체 업황과 주식시장의 단기 투자심리는 구분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수급 역시 주요 변수다.
지난 30일 외국인이 코스피 현물을 1조6000억원 넘게 순매도한 반면 선물에서는 1조원 이상 순매수했다는 점에서 현물과 선물의 거래 방향이 동시에 어떻게 변화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리밸런싱 여부도 관심사지만 공개된 기관 전체의 일별 매매만으로 국민연금의 개별 종목 투자 비중 변화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미국에서는 11월 3일 중간선거도 예정돼 있다. 선거 결과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과 국제유가, 미국 장기금리 움직임 역시 다음 주 금융시장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특히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확대가 실제 현금흐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달라지는 가운데 외국인의 국내 반도체주 매도세가 진정되는지가 단기 증시 흐름을 판단할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