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조 물가상승률 “2% 목표와 대체로 정합적”…’접근 중'→’도달'로 13년 만에 첫 공식 판단
-우에다 "하나의 이정표"지만 "지속·안정적 실현엔 아직"…”기다리기보다 정책 조정"
-내년 1월부터 ETF 매각 연 3300억→8600억엔…시장선 12월 1.5% 인상 전망
[녹색경제신문 = 최정윤 기자]
일본은행이 13년 동안 매달려 온 '물가 2%' 목표 수준에 물가가 올라섰다고 처음으로 공식 판단했다. 기준금리는 연 1.25%에 그대로 뒀다. 다만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2%가 지속적·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다며 "달성 선언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동시에 물가를 2% 언저리에 붙잡아 두기 위해 금리를 계속 올려갈 수 있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30일 <녹색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일본은행은 전날부터 이틀간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단기 정책금리를 현행 ‘1.25% 정도'로 유지하기로 했다. 정책위원 9명 가운데 8명이 동결에 찬성했다. 대표적인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꼽히는 다카타 하지메 심의위원만 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1.5%로 가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으나 부결됐다. 물가 목표에 닿은 만큼 인상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취지였다.
동결 자체는 시장이 미리 점친 그대로다. 일본은행은 올해 6월과 9월 두 차례 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렸고, 특히 지난달에는 유가 오름세와 엔화 약세(엔저),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확대가 물가를 밀어 올릴 수 있다고 보고 ‘1% 정도'였던 금리를 ‘1.25% 정도'로 끌어올렸다. 1995년 이후 3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는 금리 결정보다 일본은행이 물가를 어떻게 진단하느냐에 관심이 모였다.
일본은행은 이날 공개한 '경제·물가 정세 전망' 보고서에서 일시적 변동 요인을 뺀 기조적 물가상승률이 2%의 물가 안정 목표와 "대체로 정합적인 수준"에 있고, 앞으로도 2% 안팎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2013년 1월 목표를 도입한 뒤 줄곧 ‘2%에 접근하고 있다'는 표현을 써 오다 처음으로 목표 수준에 올라섰다고 인정한 것이다. 기조적 물가상승률은 원유 가격이나 정부 보조금처럼 일시적으로 오르내리는 요인을 걷어낸 물가의 기본 흐름을 뜻한다.
우에다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이 판단에 동결에 반대한 다카타 위원을 포함해 정책위원 9명 전원이 뜻을 같이했다며 "하나의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2%에 이른 배경으로는 과거 대규모 금융완화의 효과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일손 부족에 따른 기업들의 임금·가격 인상 확산을 꼽았다.
2% 물가 목표는 2013년 1월 당시 아베 신조 정권과 일본은행의 공동성명에 담기면서 도입됐다. 애초 2년 안에 이루겠다며 국채를 대규모로 사들이는 '이차원(異次元) 금융완화'를 펼쳤지만,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디플레이션 심리를 쉽게 꺾지 못했고 목표 시기는 거듭 미뤄졌다. 우에다 총재는 이날 당시 완화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다"면서도 2년 안에 2%를 달성할 만큼 강하지는 않았다고 돌아봤다.
올해 들어 상황이 달라진 배경에는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고유가와 엔저가 있다. 일본은행은 2027회계연도 신선식품 제외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2.4%에서 2.6%로 올려 잡았고, 물가 위험은 위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봤다. 2026회계연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도 0.1%포인트 높인 0.7%로 조정했다.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이 경기를 짓누르겠지만, 전 세계적인 AI 수요와 정부 정책, 완화적 금융 환경이 이를 떠받칠 것이란 설명이다.
일본은행은 보고서에서 "앞으로는 물가 안정 목표의 지속적·안정적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2% 정도 수준에서의 정착 정도를 확인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통화 환경이 여전히 완화적인 만큼 경제·물가·금융 정세에 맞춰 정책금리를 계속 올리고 완화 정도를 조정해 가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물가를 끌어올리는 데 맞춰져 있던 정책의 무게중심이 2% 언저리에 안정시키는 쪽으로 옮겨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에다 총재는 금리를 묶어둔 이유에 대해 "경제·물가를 둘러싼 리스크나 금융환경의 동향 등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거듭된 인상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확인하겠다고 했다.
'목표 수준 도달'과 '목표 달성'은 분명히 구분했다. 우에다 총재는 “2% 물가 상승률의 지속적·안정적 실현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며 "어느 시점에 달성 선언을 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 안팎의 상승률이 잠깐 나타나는 데 그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이어지는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이를 가늠할 잣대로는 중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2% 정도에 안착해 있는지, 기업의 임금·가격 결정이 2% 물가와 맞아떨어지는지를 들었다. 디플레이션 탈출 선언은 일본은행이 아니라 정부가 판단할 사안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정착을 위해서는 가만히 기다리기보다는 적절히 금융정책을 조정해 나갈 것"이라며 인상 기조 자체는 거두지 않았다. 기업들이 임금과 가격 인상에 적극적인 만큼 기조적 물가상승률이 2%를 넘어 위로 움직일 위험에 충분히 유의해야 한다는 경계도 내비쳤다.
추가 인상 시점과 관련해서는 "중동 정세와 AI, 환율 등 다양한 영향을 점검하겠다"며 "다음 회의를 포함해 각 회의에서 정세를 점검하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12월 인상 여부에 확답을 피한 셈이지만, 시장에서는 다음 회의에서 금리가 1.5%로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 퍼지고 있다.
한편 일본은행은 금융완화 시절 경기 부양 목적으로 사들였던 상장지수펀드(ETF)를 파는 속도도 높인다. 내년 1월부터 장부가 기준 연간 매각 규모를 현재 약 3300억엔에서 약 8600억엔(약 7조3000억원)으로 2.6배가량 늘린다. ETF는 주가지수 흐름을 따라가도록 설계된 펀드다. 기존 속도라면 보유분을 모두 처분하는 데 약 112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됐으나, 매각 규모를 키우면 43년 정도로 줄어들 전망이다.
최정윤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