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자금, AI컴퍼니 투자재원 등 출자 옵션 고민
[녹색경제신문 = 조영갑 기자] 미국 자본시장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SK하이닉스의 손자회사 솔리다임이 기업공개 작업을 전면 중단했다. 최근 국감에서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등 금융수장들이 잇따라 반대의견을 내놓은 게 트리거가 된 모양새다. SK하이닉스 측은 뉴스룸에 별도 입장문을 내고, 자본시장 여건과 주주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SK하이닉스 측은 금융시장 상황 변화에 따른 IPO는 중단하지만 성장을 위한 방안을 계속 찾겠다고 밝혔다. 솔리다임의 IPO를 통한 자체 재원조달 대신 상단에 있는 SK하이닉스의 직접 출자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약 20조원을 조달해 미국 낸드 거점을 구축하고, 낸드플래시 공급망을 확장하겠다는 플랜의 마중물이 막힌 상황에서 조달 방안을 놓고 SK그룹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23일 SK하이닉스는 뉴스룸 등을 통해 "성장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으로 IPO를 검토했지만, 최근 자본시장 여건과 주가흐름 등을 고려할 때 현재 IPO가 SK하이닉스와 기존 주주들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여전히 솔리다임의 생산능력 확충과 경쟁력 강화는 중요한 과제이며, SK하이닉스 역시 투자 시기와 규모, 재원조달 방식 등을 검토하며 솔리다임의 성장과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길이 막히면서 SK그룹은 미국 낸드 사업 스케일업과 AI 신규 사업에 필요한 대안 옵션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솔리다임이 만약 미국 나스닥에 안착해 공모를 정상적으로 마쳤다면 솔리다임은 유증 신주대금 약 14조~20조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여기에 AI컴퍼니는 보유하고 있는 솔리다임 상장주식을 일부 처분하거나 메자닌 발행에 활용하면, 수 조원의 자체 투자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SK그룹과 하이닉스의 셈법이 복잡해진 배경이다.
솔리다임 상장을 전제로 사업부 분할, 신설한 AI컴퍼니 역시 상장길이 막히면서 스탠스가 애매해진 측면이 있다. AI컴퍼니는 기존 솔리다임을 물적분할하는 방식으로 신설회사를 만들고, 분할전 법인을 AI컴퍼니로 하고, 신설법인에 낸드사업을 양도하는 방식으로 현 솔리다임을 만들었다. 이로써 (주)SK→SK스퀘어→SK하이닉스→AI컴퍼니→솔리다임 식의 반도체 밸류체인 지배구조를 구축했는데, AI 솔루션 및 낸드 스케일업의 단초인 솔리다임의 IPO가 무산된 것이다.
여기에 SK하이닉스는 AI컴퍼니의 신규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설립 후 약 100억 달러(약 14조원) 가량의 '캐피탈 콜' 출자약정까지 맺은 상황이다. 솔리다임의 상장 조달 규모와 유사한 크기다. 투자 결정 상에서 필요한 상황마다 SK하이닉스가 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총 100억 달러를 출자하겠다는 의미다. 상단의 메모리(하이닉스)와 낸드(솔리다임), AI 솔루션을 엮어 AI 토탈 밸류체인을 구축하려는 '최태원 표' AI 투자의 일환이다.
플랜에 차질이 오면서 SK하이닉스의 직접 출자 부담이 커진 모양새다. 하이닉스의 현금 유동성에는 무리가 없다. 오히려 AI컴퍼니, 솔리다임의 CAPEX(자본지출) 투자에 마중물을 대고도 남을 만큼 곳간이 충족한 상황이다. 올해 말 부채를 뺀 순현금만 약 14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ADR 상장과 최근 AI 투자 과잉론 등으로 기업가치가 고점 대비 절반 이상 빠진 상황에서 배당 및 자체 투자 재원이 될 수 있는 순현금을 자회사, 손자회사에 투입하는 데에도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시장 일부에서는 현금유출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키옥시아 지분의 일부 정리해 유동성을 만드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보유 키옥시아 지분과 관련한 영업외이익을 약 62조원 가량 인식한 바 있다. 보통주 전환시 키옥시아 지분 14% 가량을 확보할 수 있는 전환사채(CB)도 쥐고 있다. 본체(SK하이닉스)의 유동성과 기업가치에 큰 변동을 주지 않으면서 낸드 사업에 재투자한다는 명분에도 걸맞은 옵션이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솔리다임 상장을 재검토하는 것은 (공식 입장으로도 밝혔듯) 외부 변인에 대한 문제라기보다 시장상황과 장기 주주가치 보전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라면서 "현재로서는 재검토 수준이 아니라 중단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조영갑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