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CC 규제에 로봇업계 하반기 실적 '비상'…정부 지원론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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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CC 규제에 로봇업계 하반기 실적 '비상'…정부 지원론 대두
  • 김지윤 기자
  • 승인 2026.10.2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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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외국산 첨단로봇 규제 강화…하반기 실적 타격 우려
두산·레인보우 등 주요 기업 영향…현지 생산 투자도 부담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지난 7월부터 외국산 첨단로봇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국내 로봇업계의 하반기 실적에 비상이 걸렸다. 로봇업계는 연초 수주한 물량의 납품이 하반기, 특히 4분기에 집중되는 특성이 있어 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연간 실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북미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로봇업계는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수출 예외 승인 절차를 밟고 있지만, 복잡한 심사 요건과 불확실한 승인 일정은 변수다. 미국 현지 생산시설 구축까지 요구받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적자 기업이 많은 국내 로봇업계의 투자 여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미국 당국과의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서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로봇 제조업체들은 미국 FCC의 외국산 첨단로봇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 예외 승인 신청과 북미 현지 생산체계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FCC는 지난 7월 외국에서 생산된 첨단로봇을 규제 대상인 '커버드 리스트(Covered List)'에 추가했다. 이에 따라 규제 대상에 해당하는 로봇은 미국 시장 진출 과정에서 별도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수출 예외 승인을 받기 위한 절차가 까다롭다는 점이 문제다. 기업들은 지분 5% 이상 주요 주주와 경영진의 국적, 외국 정부의 영향력 여부를 비롯해 전체 부품의 원산지, 미국 내 생산 확대 계획과 투자 일정 등 광범위한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제품의 기술적 안전성을 입증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지배구조와 공급망, 중장기 투자계획까지 심사 대상에 포함되는 셈이다. 최근 국내 로봇기업들이 미국 현지 생산 확대 계획을 잇달아 발표한 것도 같은 배경이다. 북미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규제 여파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두산로보틱스의 미국 수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25% 이상, 레인보우로보틱스는 10% 이상으로 추정된다. 

두산로보틱스의 기존 주력 제품인 고정형 로봇팔은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회사는 최근 온디바이스 솔루션을 탑재한 스캔앤고, 팔레타이즈HD+ 등 신제품을 새로운 주력 상품으로 전면배치하면서 FCC 규제권에 들어왔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역시 모바일 휴머노이드 플랫폼 'RB-Y1'의 북미 시장 판매를 위해 규제 대응에 나섰다. 회사는 이달 RB-Y1에 대한 수출 예외 승인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상장한 브릴스 미국법인 전경. 회사는 FCC 규제를 피하기 위해 현지 투자 계획을 검토 중이다. (사진=브릴스)

특히 로봇업계 특유의 하반기 매출 집중 현상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용 로봇은 연초 예산 편성과 설비투자 계획 수립을 거쳐 발주가 이뤄지고, 실제 납품과 매출 인식은 하반기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한 로봇업계 관계자는 "연초 고객사가 예산을 편성하고 이에 따라 공급 계약이 이뤄진 뒤 납품은 주로 3분기와 특히 4분기에 이뤄진다"며 "하반기 매출 비중이 높은 업계 특성상 규제에 따른 납품 지연이 연간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I 업체들도 비상이다. 두산로보틱스 아메리카(구 원엑시아), 현대무벡스, 브릴스 등 SI 기업들은 현재 북미시장을 주력 타깃으로 하고 있다. SI 기업 특성상 하드웨어는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데 중국기업, 국내기업 모두 FCC 규제로 조달이 막히면서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로봇업계 관계자는 "로봇 기업에 가장 큰 먹거리는 북미 시장이다. 주요 시스템통합(SI) 기업들도 북미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자율이동로봇(AMR)과 자율 로봇팔 등 하드웨어 기업들도 SI 기업들의 수요에 맞춰 북미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는데 FCC 규제가 큰 변수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북미 생산거점 투자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 생산체계 가동률도 30%가 채 되지 않는 기업들이 많고 적자 기업도 많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로봇업계는 협회와 유관기관을 중심으로 공동 대응에 나섰다. 최근 한국AI·로봇산업협회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공동으로 'FCC 규제대응지원단'을 운영하며 국내 기업들의 규제 대응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당국에 제출해야 하는 자료와 승인 절차 등을 안내하고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대응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다만 기업별 제품 구성과 공급망, 지배구조가 서로 달라 일괄적인 대응이 어렵고, 미국 당국의 최종 승인 여부와 시점 역시 불확실하다는 한계가 있다. 협회를 넘어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이 촉구되는 배경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파고를 넘기면 국내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의 산업 자동화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20일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intel)은 자사 반체 생산시설에서 사용 중인 외국산 로봇을 계속 운용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에 규제 예외 적용을 요청했다. 이는 미국의 첨단 제조시설에서도 외국산 로봇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규제 적용에 따른 현장 부담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업들도 로봇 수요가 커지고 있는데 중국 로봇을 사용하기 어려워 곤란한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나서서 미국 측과의 대화를 주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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