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손충당금적립률 신한 182%→117%, 우리 220%→113%, NH 251%→155%
하나은행 부실채권 반년 새 45%↑…"중앙그룹 부실화 영향"
KB·신한 "대손비용 하향 안정화"…3분기 실적서 건전성 지표 주목
[녹색경제신문 = 박지안 기자] 5대 금융지주의 부실채권 비율이 3~4년 전 바닥보다 두 배가량 높아졌지만, 손실에 대비해 쌓아둔 충당금 여력은 3분의 1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 실적의 이면에서 손실을 흡수할 '쿠션'이 얇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대손비용 관리와 최근 추세에서는 지주별로 온도차가 뚜렷해, 이달 말 3분기 실적에서 건전성 지표가 핵심 점검 대상이 될 전망이다.
16일 녹색경제신문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의 경영공시와 실적발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그룹 기준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2021~2022년 0.30~0.44%로 역대 최저를 기록한 뒤 올해 6월 말 0.64~0.79%로 높아졌다. 6월 말 기준 신한금융이 0.79%로 가장 높았고 하나금융 0.76%, 우리금융 0.73%, KB금융 0.67%, NH농협금융 0.64% 순이었다.
충당금적립률 일제히 하락…우리 220%→113%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잔액을 뜻하는 대손충당금적립률(대손준비금 제외)은 이를 공시한 4개 지주 모두 각 사 고점 대비 일제히 떨어졌다. 신한금융은 2021년 말 182.5%에서 올해 6월 말 117.0%로 낮아졌다. 우리금융은 2023년 말 220.1%에서 112.9%로 절반 수준이 됐다. NH농협금융은 2022년 말 251.2%에서 154.7%로, KB금융(그룹 NPL 커버리지)은 같은 기간 216.3%에서 135.4%로 내려왔다.
통상 4분기에 부실채권 매각·상각이 몰려 연말 적립률이 높게 나오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도 4개 지주의 적립률이 모두 낮아졌다. 신한금융은 126.6%에서 117.0%로, 우리금융은 129.9%에서 112.9%로, NH농협금융은 164.8%에서 154.7%로, KB금융은 148.3%에서 135.4%로 떨어졌다.
업권 전체로도 경고음이 커졌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8일 발표한 상반기 금융지주 경영실적에 따르면 국내 10개 금융지주의 6월 말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03%로 지난해 말보다 0.08%포인트(p) 올랐다.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06.8%에서 96.5%로 떨어져 100%를 밑돌았다.
하나은행, 반년 새 부실 45%↑…"중앙그룹 이례 요인"
부실채권 증가 속도는 하나금융이 가장 빨랐다. 그룹 고정이하여신은 지난해 말 2조5379억원에서 6월 말 3조4009억원으로 34% 늘었다. 주력 자회사인 하나은행만 보면 1조2791억원에서 1조8523억원으로 45% 증가했다. 공시상 산업별로는 '서비스업·기타' 부문 고정이하여신이 1604억원에서 5498억원으로 3배 넘게 불어나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나은행 측은 이례적 요인으로 중앙그룹 부실화를 꼽았다. 중앙그룹은 지난 6월 JTBC의 유동화 차입금 미상환과 중앙일보의 기업어음 부도로 계열사들이 회생절차와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하나은행은 중앙일보의 주채권은행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최근 2년간 경기 둔화와 기업 채무상환능력 저하로 부실여신이 증가 추세에 있으며, 이례 요인으로 지난 6월 중앙그룹 부실화로 정보통신업(출판·미디어 등) 부문의 고정이하여신이 특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란 전쟁과 고환율·고유가·고금리 등 대내외 불안 요인으로 최근 1년간 신규 부실 발생이 과거 대비 크게 증가했다"며 "제조업·부동산업은 한계차주 부실화로 고정이하여신이 크게 늘었지만, 건설업은 부동산 PF 불안에도 신규 거액 부실이 두드러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나은행은 조기경보체계를 통한 상시 모니터링과 부실징후 기업 조기 대응, 부실채권의 신속한 정리로 자산건전성을 관리할 방침이다.
KB·신한 "대손비용 하향 안정화"…우리는 이익의 34% 대손비용으로
대손비용 흐름은 지주별로 엇갈렸다. KB금융의 상반기 누적 대손비용률(CCR)은 0.39%로 전년 동기(0.54%)보다 0.15%p 낮아졌다. 그룹 NPL비율도 0.67%로 1년 전(0.72%)보다 하락했다. 대손준비금을 제외한 NPL 커버리지는 3월 말 127.1%에서 6월 말 135.4%로 반등했지만, 지난해 말(148.3%)보다는 여전히 낮다.
KB금융 관계자는 "그동안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기조로 손실 흡수 여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했고, 포트폴리오 질적 관리를 강화해 경상적인 대손전입액을 안정화시켰다"며 "하반기에도 상황에 맞춰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기조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도 상반기 제충당금전입액이 1조777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1935억원) 대비 9.7% 줄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와 안정적인 자산건전성 유지에 힘입어 대손비용이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며 "안정적인 손실흡수력과 자산건전성을 기반으로 실물경제 자금 공급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한편, 세밀한 자본관리로 건전성과 성장의 균형을 유지하며 리스크를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우리금융은 상반기 제충당금전입액(1조946억원)이 충당금적립전이익(3조2154억원)의 34%를 차지해 대손비용 부담이 가장 컸다. 같은 비율은 신한금융·NH농협금융 각 19%, 하나금융 17%, KB금융 16%였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관련 회계기준에 따라 충당금을 적립하고 있으며, 자산건전성과 신용위험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하반기 추가 적립 여부와 규모는 향후 자산건전성 추이와 대내외 경제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의 3분기 실적을 발표는 이달 말이다. 3분기 순이익은 대체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업계에서는 이익 규모와 함께 부실채권 증가 속도와 충당금 적립 수준이 실적의 질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지안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