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7.39%·SK하이닉스 10.09% 폭락 뒤 美마이크론도 5%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5거래일 연속 하락…SOXL 6일 이후 23%↓
엔비디아는 장중 낙폭 만회…美금리·달러도 소폭 진정
오늘 ASML 실적·밤에는 美 CPI…반도체 변동성 분수령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외국인이 하루에만 4조5000억원 넘는 코스피 주식을 팔아치우며 국내 증시가 5% 넘게 폭락한 가운데 간밤 미국 반도체주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다만 엔비디아가 장중 하락세를 만회하고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도 고점에서 다소 내려온 만큼 14일 국내 증시에서는 추가 악재 자체보다 외국인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매도 강도가 진정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특히 이날 국내 증시 장중에는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3분기 실적이 공개될 예정이고 밤에는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다. 전날 급락한 국내 반도체주의 단기 방향을 결정할 변수가 하루에 몰려 있다.
코스피 5.46% 폭락…외국인 하루 4.5조원 던졌다
1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48.89포인트(5.46%) 떨어진 6035.35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5911.11까지 밀리며 6000선이 무너졌고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인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코스피가 장중 60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7월31일 이후 약 10주 만이다.
외국인의 매도 규모가 컸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5259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7월28일 4조5261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외국인은 6거래일 연속 코스피 순매도를 이어갔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2조2271억원, 1조6902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도체 대형주가 매도의 중심에 섰다.
삼성전자는 7.39% 내린 23만2000원에 마감했다. 최근 5거래일 동안 16% 떨어졌다. SK하이닉스는 10.09% 급락한 144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같은 기간 하락률은 22%에 달했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D램 기술 진전을 발표하고 올해 안에 차세대 서버용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밝힌 것이 메모리 업체의 장기 경쟁 심화 우려를 키웠다.
한국 끝나자 마이크론 또 5%대 급락…SOX 5일째 하락
국내 증시 급락 이후 열린 미국 시장에서도 반도체주는 반등하지 못했다.
1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는 0.02% 내린 7805.83, 나스닥종합지수는 0.15% 하락한 2만7203.53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역시 0.33% 떨어진 5만1677.45를 기록했다.
반도체주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1.5%가량 떨어진 1만2050선으로 내려왔다. 지난 7일부터 5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이 기간 낙폭은 8%를 넘어섰다.
마이크론은 5% 넘게 급락했고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도 약 8% 떨어졌다. 중국 CXMT의 기술 추격 가능성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미국 메모리·장비업체까지 동시에 압박하는 모습이다.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인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SOXL)도 2.2% 떨어진 125.5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SOXL은 지난 6일 164.26달러에서 13일 125.58달러까지 떨어졌다. 불과 5거래일 만에 약 23.5% 하락한 셈이다. 8일에는 하루에 10.31%, 12일에도 8.13% 급락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반도체 레버리지 상품에 상당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최근 SOXL 급락은 국내 반도체 투자심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엔비디아는 살아났다…반도체 전체 붕괴와는 거리
다만 미국 반도체주가 일제히 무너진 것은 아니다.
엔비디아는 장중 223.06달러까지 밀렸다가 낙폭을 모두 회복해 0.5% 오른 227.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로드컴 역시 상승했다.
이는 시장이 AI 반도체 수요 자체의 붕괴보다 메모리 공급 경쟁과 대규모 AI 투자에 투입되는 자본의 수익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로이터는 최근 반도체주 급락을 두고 AI 투자 사이클이 끝났다기보다는 시장의 평가 기준이 투자 확대 자체에서 수익화와 투하자본수익률로 옮겨가는 과정이라는 시장 전문가의 분석을 전했다.
루체른자산운용의 마크 벨란 투자책임자는 한국 증시의 급락이 AI 수요의 근본적 악화보다는 포지셔닝과 자본비용의 영향을 더 많이 반영한 것으로 평가했다.
美금리 5.2%대·달러 하락…매크로 부담은 다소 진정
거시 변수는 전날보다 다소 개선됐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최근 24년 만의 최고 수준에서 내려와 5.2% 안팎에서 움직였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13일 10년물 금리는 5.219% 수준으로 하락했다.
달러도 약해졌다.
달러인덱스는 0.37% 떨어진 102.18을 기록했다. 최근 18개월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던 달러가 물러난 것은 원화와 외국인 수급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국제유가 역시 소폭 하락했다. 브렌트유는 러시아산 디젤 공급 확대 기대 등에 0.75% 내린 배럴당 105.87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절대 가격 자체는 여전히 높아 인플레이션 부담은 남아 있다.
오늘 장중 ASML 실적…'CXMT 공포' 진정시킬까
14일 국내 반도체주에는 ASML 실적도 변수다.
ASML은 이날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회사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14일 오전 7시 유럽 현지시간 기준 3분기 실적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국내 증시가 열려 있는 시간대에 실적 내용이 시장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미국 반도체주를 끌어내린 핵심 우려 가운데 하나가 AI 투자 둔화 가능성인 만큼 ASML의 신규 주문과 2027년 전망은 중요하다.
시장에서는 3분기 ASML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주 급락에도 실제 첨단 반도체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 수요가 유지되고 있는지가 확인될 경우 CXMT와 AI 투자 둔화 우려를 일부 완화할 수 있다.
밤에는 美 CPI…예상 3.7% 넘으면 금리 다시 뛸 수도
국내장 마감 이후에는 더 큰 변수가 기다리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14일 9월 CPI를 발표한다.
로이터 조사에서 시장은 9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예상 상승률은 2.5%다.
예상보다 높은 물가가 확인되면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이 다시 강해지면서 미국 장기금리와 성장주가 동시에 압박받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핌코의 댄 아이버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방준비제도가 당장은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현 긴축 사이클에서 한두 차례 추가 인상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오늘 핵심은 '반등 폭'보다 외국인이 더 파느냐
14일 국내 증시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코스피 지수의 반등 여부보다 외국인 수급이다.
전날 외국인이 4조5000억원 넘는 주식을 매도했음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미국 반도체주 약세가 다시 이어졌다.
따라서 장 초반 기술적 반등이 나타나더라도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계속 매도하고 코스피200 선물에서도 매도 우위를 이어간다면 수급 불안이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
반대로 미국 반도체지수 하락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날 저점을 지키고 외국인의 현물·선물 매도가 동시에 줄어든다면 최근 급락 과정에서 쏟아진 단기 매물이 상당 부분 소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펀더멘털보다 CXMT발 경쟁 우려와 외국인 포지션 축소가 주가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날은 실적 전망보다 수급 변화가 단기 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ASML 실적과 미국 CPI까지 예정된 만큼 이날 국내 반도체주가 전날 폭락 이후 어느 가격대에서 매수세를 확보하는지가 향후 코스피 6000선 방어 여부를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