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솔리다임 IPO 추진…美·中 공급망 대대적 재편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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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솔리다임 IPO 추진…美·中 공급망 대대적 재편 '노림수'
  • 정창현 기자
  • 승인 2026.09.28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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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 자금 조달해 생산거점 확대 검토
중국 다롄 의존도 낮춰 공급망 다변화 시도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이 이르면 내년 미국 증시 기업공개(IPO)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미국 내 낸드 생산거점 확보까지 사업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중국 다롄에 집중된 생산 기반을 미국으로 확대해 기업용 SSD 시장에 대응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최근 투자은행(IB)들을 대상으로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제안 회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솔리다임의 기업가치는 최대 1500억달러(약 204조원)에 이를 수 있으며, IPO를 통해 약 150억달러를 조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솔리다임의 IPO 추진 가능성이 주목받는 것은 상장 자체보다 조달한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 확장 경로가 이미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솔리다임은 미국 뉴욕주를 포함한 동부 지역에서 낸드플래시 생산거점 구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솔리다임의 생산기지는 중국 다롄에 있다. 미국에는 본사와 연구개발 기능을 두고 있지만 양산시설은 없다. 미국 내 생산라인이 신설되면 중국에 집중된 생산구조에서 벗어나면서 미국 현지에서 낸드 생산부터 기업용 SSD 공급까지 연결되는 체계를 갖추게 된다.

시장 환경도 생산 확대 방안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AI 데이터센터가 확대되면서 HBM과 D램뿐 아니라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업용 SSD 수요도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낸드 매출과 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낸드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증가했고 낸드 가격도 55% 상승했다. SK하이닉스 역시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전 분기에 이어 큰 폭의 가격 상승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솔리다임은 이러한 AI 데이터센터용 낸드 수요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다. 2021년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SSD 사업을 인수하면서 출범한 솔리다임은 서버와 클라우드 인프라,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기업용 SSD를 주력 사업으로 한다. 올해 초에는 SK하이닉스가 미국에 설립한 투자 자회사 AI 컴퍼니 산하로 편입됐다.

[사진=솔리다임]
[사진=솔리다임]

이번 IPO 추진설은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반도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외부 자본을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과도 맞물린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나스닥에 상장한 데 이어 미국 내 메모리 생산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텔과의 메모리 생산 협력 가능성도 거론되는 가운데, 솔리다임까지 미국 증시 상장에 나설 경우 미국 자본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확보해 현지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난다.

특히 SK그룹이 AI 메모리를 바라보는 시각이 과거 범용 메모리와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범용 메모리는 업황이 좋아지면 업체들이 일제히 생산량을 늘렸다가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는 순간 가격이 급락하는 사이클이 반복됐지만, AI 메모리는 빅테크 고객사와 제품을 공동 설계하거나 사전에 물량을 협의하고 장기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아 수요 예측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이다.

SK그룹 내부에서는 이같은 수요 구조 변화로 과거처럼 대규모 증설이 곧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솔리다임 IPO를 기점으로 미국 등에서 선제적인 캐파 확대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

솔리다임의 미국 생산거점 검토 역시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 시장이 집중된 미국에서 생산능력을 확보하면 현지 고객 대응력을 높이는 동시에, 중국에 집중된 생산 기반을 분산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전략 반도체의 현지 생산을 요구하는 흐름에도 대응할 수 있다.

다만 솔리다임의 IPO가 실제로 추진될 경우 SK하이닉스 기존 주주와의 이해관계 조정은 과제로 남는다. SK㈜와 SK스퀘어, SK하이닉스에 이어 손자회사인 솔리다임까지 별도 상장할 경우 기업가치가 여러 법인으로 분산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 논란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솔리다임의 성장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이 SK하이닉스 주주에게 온전히 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 측은 “솔리다임은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메모리 수요가 단순히 경기 변동에 따라 움직이기보다 고객사의 투자 계획과 연동되는 성격이 강해질 것”이라며 “메모리 업체 입장에서도 수요가 확인된 시장을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먼저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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